하동 청년마을, '오히려 하동' 이강희 대표 이야기
‘같은 나라인데 왜 하동에서는 안될까요?’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하동으로 내려온 한 청년이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지역에는 없다는 문제점을 파악해 ‘IT’ 기술과 ‘디자인’으로 문제들을 풀어나가려고 하는 ‘오히려하동’ 청년마을 ‘다른파도’의 이강희 대표입니다.
다양한 서비스 관련 시도들과 크고 작은 실험들을 통해 뽑아낸 ‘차’(Tea)라는 키워드로 생산지 기업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는 이강희 대표는 로컬로 눈길을 돌리는 청년들에게 말합니다.
Q 고향이 하동이라고 들었는데 서울에서 개발자로서의 살아가는 삶은 어땠나요?
저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실제 게임 회사에서의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순수히 ‘재미’를 사람들에게 선사하기보다 이익이 더 중요했어요. 그러다 보니 좀 더 개발이라는 기술을 값지게 사용하고 싶었고, 차라리 서비스 개발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서비스도 이익창출은 하지만 사람들에게 편리성이라는 가치를 제공하잖아요. 하지만 서비스 개발을 서울에서 하기에는 이미 포화상태라고 생각했고, 서울에서의 삶이 지치기도 했었어요. 근데 마침 치앙마이가 젊은 청년들이 많고 자연이 멋진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가서 한 달 살이를 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이후에 퇴사를 결정하고 다시 가려고 했지만 코로나가 터졌어요. 결국 고향인 하동으로 돌아갔어요.
하지만 하동에 와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어요. 서울에서 당연하게 여겨진 서비스 어플들이 지역에서는 거의 가능한 게 없는 거예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을 했고 또 이 문제를 잘 풀어내면 서울에서 갖기 힘든 기회를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동의 자연 또한 저같이 서울살이에 지친 청년이 살아가기에 치앙마이 못지않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Q 하동에 오셔서 처음으로 기회를 맛본 경험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하기 전에 버스 시간표를 검색하는 뷔다(영어’view’ / ‘보다’ 방언)라는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버스시간표 조회’ 서비스가 10년 전에 서울에는 이미 나와서 일상인데 하동에서는 그게 아직도 없는 거예요. 인터넷에도 하동 버스시간표를 조회하면 실제 오는 시간과 다르더라고요. 서울, 경기도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지방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져요.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뚜벅이 여행자에게 필요한 정보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뷔다’의 목적이었어요.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지역에서 다양한 기회들을 발견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Q ‘100만 원 50가지 아이디어 프로젝트’가 눈길을 끌어요. 프로젝트 기획 배경이 궁금해요.
저는 섬진강 너머 전라도 무동산이라는 곳을 좋아해요. 하동 안에서는 오히려 하동을 볼 수 없는데 거기서는 하동 전체 전경을 볼 수 있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하동을 보려면 하동 밖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외지 청년들이 오히려 지역 청년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기발한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왔어요.
그분들은 가장 먼저 생활에 불편한 것에 많이 집중을 하시더라고요. 불편한 교통을 개선하기 위해 자전거 휴게소를 만들거나, 사진관이 없으니 인생네컷과 같은 사진관을 만들고, 생산량이 많은 지역 농산물 곶감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보는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게 되었어요.
Q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나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모토 중 하나가 ‘매운맛’이었어요. 프로젝트성으로 아이디어를 낼 때는 재미가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자 할 때는 지역이 가진 특징을 파악하고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마냥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드렸으니까요. 보통 로컬은 부족한 게 많으니까 뭘 해도 다 성공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오히려 부족한 게 많으니까 더 고민하고 지역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하동의 역할은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지역의 특징과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토박이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역 네트워크를 공유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오히려’라는 단어에 오히려하동의 철학이 잘 표현되는 것 같아요.
하동을 보려면 섬진강 건너 무동산에서 봐야 하는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점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회사 이름도 ‘다른파도’에요. 하동에 항구, 섬, 바다도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근데 저희 회사 회사 이름을 들으면 ‘다른파도가 왜 파도야?’ 이렇게 물어보셔서 자연스럽게 하동에도 바다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하동 같은 지방에서 왜 안 돼?’를 ‘와이낫(Why Not) 하동’이라는 문장으로 표현했고, 이것을 한국식으로 바꾸니 ‘오히려’ 같은 뉘앙스가 생각나더라고요. 요즘 Z세대들이 ‘오히려 좋아’라는 표현을 유행어처럼 쓰기도 하고 ‘와이낫’이랑 맥락과 의미는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기존에 안 좋은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주는 마법의 수식어처럼 느껴져서 재밌었어요.
Q ‘청년이 있는 한 하동은 소멸하지 않는다’라는 인상적인 문구를 봤어요.
프로그램 참여 청년이 팀 슬로건으로 만든 거예요. 첫 번째 기수는 실험 성격이 강하고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저희가 계속 말씀드리면서도 ‘그래도 한 번도 청년이 하동에 이렇게 흔적을 남겨본 적이 없는데 청년들이 흔적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여러분들의 도전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계속 말씀드렸거든요. 그래서 마지막에 슬로건을 그렇게 정하시더라고요. ‘청년이 존재하는 한 하동은 소멸하지 않는다’고요.
꼭 정착해야 된다기보다 저는 흔적을 남겼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외지 청년들이 지역 주민과 관계를 맺었던 기억, 그 기억으로 또 하동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관계 인구라고 얘기를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 흔적을 말하는 거죠. 또 그분들이 아이디어를 14개나 만들고 가셨는데 그 내용들이 하동군 정책을 수립하는데 어느 정도 반영이 되었어요. 하동에 사는 청년들이 얘기하면 한계가 있지만 하동에 살아보겠다고 온 청년 20명이 불편하다고 얘기를 하는 건 다른 효과가 있죠.
Q 현재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하고 계신가요?
하동은 강 하구라는 특징으로 인해 섬진강을 따라 나룻배로 전국의 물류가 모이는 곳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화개장터, 하동포구 같은 상업지역이 나타날 수 있었죠. 또 남해 바다와 섬진강, 지리산을 모두 포함한 삼포 지역이기에 산업도 다양한 편이에요. 축산업도 활성화되어있고, 바다로 나가면 양식업 하는 분들, 산으로 올라가면 녹차가, 평야에는 쌀농사도 지어요. 문화적으로도 조영남의 화개장터 가사처럼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영호남 문화의 교두보 지역이기도 해요. 그래서 오히려하동에서는 ‘화개장터의 나룻배처럼 다양성을 연결하자’라는 가치를 가져가려 해요.
녹차로는 보성이랑 제주도가 유명하잖아요. 보성은 보성녹차 제품이 있고 제주도는 차밭 관광으로 유명한데 하동도 녹차로 유명하긴 하지만 마땅히 유명한 ‘이 것’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하동에 녹차 산업에 있어 더더욱 청년의 힘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하동에는 차명인 분들마다 차를 본인만의 스타일로 내어주는 ‘차담 문화’가 있는데, 홍보, 브랜딩 등에 대한 것을 청년들과 협업하면 하동의 차 산업에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차 상품을 만드는 대부분의 기업은 생산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데, 저희가 외주 경험을 통해 브랜딩 회사와 제조회사가 같은 지역에 있다면 소통과 로컬성에 있어서 이점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러한 여러 가지 여건들을 통해 차와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브랜딩과 디자인 역량을 갖고 있는 다른파도가 외주만 받기보다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자체 상품이 있어야 결국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차와 관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플랫폼을 계획하고 있어요. 하동의 다원들은 지인이 없다면 예약이나 체험이 어렵고, 각 다원마다 특징 있는 차를 만들고 있는데 그에 대한 정보와 상품 구매가 힘든 문제점이 있어요. 이를 해결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오히려하동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 하동화투, 드립티백, 다원 맞춤 도자기 세트 등의 상품들도 함께 런칭하고, 오프라인 팝업과 SNS을 통한 쇼핑몰 또한 운영할 계획이에요.
Q IT라는 키워드를 꼭 가져가고 싶은 이유가 있을까요?
지방이라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촌스러움이 IT가 한 방울 들어갔을 때 없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시골이라는 특성 때문에 ‘자연’ 아니면 ‘투어’, ‘농사’ 등을 메인 키워드로 잡는다면 다른파도가 가져갈 수 있는 전문성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저희보다 잘하는 분들이 이미 많이 계시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하동이 오히려 IT(아이티) 한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Q 하동에 몇 개의 성공한 기업과도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1기 분들 대부분이 ‘여기서 뭐 먹고살아?’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하셨거든요. 그래서 지역에도 이런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는 것을 소개해 드리고 싶었어요. 소개를 받거나 저희가 찾아다니면서 도움을 요청했던 기업들이고 대표님들도 다 30대 후반의 청년들이세요. 이분들도 하동의 창업 생태계를 선순환 구조로 만드시는 것에 관심이 많고 ‘아직 20대고, 이렇게 좋은 일을 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도와줘야지’ 하면서 도와주셨어요.
Q 청년마을 시작하고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일단 변화가 가장 큰 것은 초반에 사업 진행할 때 군청을 자주 방문했어요. 근데 이제 군청에서 저희를 찾아오세요. 예를 들어 QR코드를 활용해서 사업을 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자문을 구하시거나 이번에 살이 프로그램하는데 어떻게 홍보해야 하는지 등 궁금한 부분이 있으시면 찾아오시더라고요. 또 저희가 디자인과 영상 관련 일을 한다는 것을 들으시고 협업 요청도 하세요. 이렇게 청년을 필요로 하고 궁금해하는 문화가 조금이라도 생긴 것이 기쁘고 큰 변화인 것 같아요.
Q 지역 문제 중에 또 해결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저희는 지방 소멸 문제가 심화되는 원인 중 하나가 지역 내 청소년들에게 ‘서울로 꼭 가야 돼’라고 강요하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농담으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의 본질은 청년 전시회다’라고 말해요. 하동 청년 전시회로 우리 라이프를 전시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걸 청소년들이 보고 지역에서의 삶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하동 2기 프로그램에서는 원래 기획에 없었던 ‘밤빵어택’을 하게 되었어요. 어르신들이 특산물 밤을 많이 갖다 주셨는데, 이것을 내리사랑을 콘셉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기획했어요. ‘할머니들이 밤을 주시고 우리는 그걸로 빵을 만들어서 청소년들한테 주면 내리사랑의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묘미를 좀 붙인 거죠. 그리고 다른파도가 ‘반달곰상회’라는 빵집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손님이었던 학생들에게 그동안 방문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을 해보고도 싶었어요. 그래서 학생들 등교할 때 빵을 나눠주는 캠페인처럼 진행을 하게 된 거죠.
제가 하동을 떠났던 가장 큰 이유는 어렸을 때 하동에 남아있는 형 누나들이 실패해서 하동에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하동에 남아있는 형 누나가 되었죠. 그래서 청소년들한테 하동에 남는 선택도 할 수 있고 그런 형 누나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빵을 왜 주는지 의심하더라고요, 그래도 취지 설명은 안 했어요. 취지를 설명하는 순간 본질을 흐린다고 생각해요. 동네 빵집 하는 형이 맛보기로 그냥 빵을 줄 수 있는 거잖아요. 저는 빵집을 했었고 그 빵집에서 만든 빵이니까 '너네 맨날 지나다녔는데 아직 안 먹어봤지? 먹어봐’ 이렇게 말했죠.
앞으로는 이러한 캠페인을 좀 더 확장해서 미래의 청년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코딩, 디자인 교육, 창업 등을 가볍게는 원데이 클래스 형태로 진행해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을 연결해주고 싶어요. ‘밤빵어택’은 간접적인 거라면 직접적으로 일을 알려주거나 체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좀 해보려고 해요. 하동에 남고 싶은 청소년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회사와 요식업 운영 경험으로 필요한 팁들을 알려주면 하동에서의 가능성도 생각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로 작년에 저희가 여고에서 강연을 한 번 했는데 애들이 엄청 좋아했어요. ‘하동에서 먹고사는 게 돼?’ 이런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다들 ‘서울로 가야 성공할 수 있어’만 듣고 자랐는데 어떤 형, 누나 청년들이 와서 ‘서울 가도 좋지만 안 가는 방법도 있어’라고 얘기하는 게 되게 인상 깊었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희망을 보았어요.
Q 앞으로의 계획 또는 꿈이 궁금합니다.
중앙(서울)에서 지역으로 여러 사업들이 내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실무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시 서울이나 인근 대도시로 돌아가는 상황이에요.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 기획자, 영상 제작자, 마케터 등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청년들이 하동에서 지역주민과 함께 협업하며 사업을 진행한다면 지역의 경제도 활성화되고 정착하거나 관계 맺는 인구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한국의 디지털 노마드 성지 중에서도 정말 지역의 일을 하는 청년들이 많은 동내가 하동이면 좋겠다는 것이 제일 직관적인 표현이겠네요. 그래서 5년이 지났을 때 하동에 있는 카페를 가면 노트북 들고 일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그 옆에 오히려하동 청년들과 지역 청년들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이 같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그게 제일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하동 프로그램과 다른파도가 지역 청년과 타지 청년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동을 고향으로 하지만, 또 서울에서 일을 하다가 들어오기도 한 다른파도가 가장 지역 청년과 타지 청년의 중간 완충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타지 청년들을 지역에서 잘 정착시키는 일도 해야겠지만 지역 청년들이 나가는 걸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청년마을사업을 진행해보니 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역 청년들에게 영향이 가더라고요. 청년마을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지역의 관광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랑 일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단순히 저희 고객사 또는 같이 일하는 관계라고 생각했지만 그분들도 지역 청년이더라고요. 이런 부분에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자체가 진짜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부분은 지금까지는 남의 상품을 잘 팔리게 하는 일을 했다면, 저희만의 상품을 만드는 것도 도전하려 해요. 일단 다른파도 자체도 지역에서 자생해야 로컬 창업이나 디지털 노마드에 있어서 ‘다른파도’가 하동 지역에서 구심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함께 놀러 온 사람보다는 일하는 사람이 저희 회사에 많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지역엔 어떤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부분은 하는 청년이 하는 일이 지역서는 티가 많이 나요. 브랜딩의 목적은 제품이나 회사의 가치가 눈에 띄어야 되잖아요. 근데 청년이 지역에서 무언가 하는 것 자체가 눈에 띄기 좋고 또 좋게 봐주시니까 그것만으로 저는 많은 광고 효과를 공짜로 얻어 간다고 생각해요. 다른 지역 분들도 아마 공감하실 거예요. 서울에서는 그냥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면 지역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캐릭터가 돋보이거든요. 서울에서 서울시한테 보도자료 요청하면 전부 다 들어주기 힘들지만 하동군에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작성해주시고 인터넷에 많이 올려주시는 편이에요.
Q 청년마을이란?
지역에서 기회를 찾아보려는 사람한테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다고 얘기해 주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별로 없잖아요. 근데 ‘그게 맞다’라고 해주는 아주 큰 존재인 것 같아요. 지역에서 살고 싶다고 얘기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회가 ‘아닌데, 그거 하면 먹고 못 살 텐데’라고 얘기하는데 ‘그거 좋아, 해봐!’라고 해주는 유일한 울타리죠. 청년마을이 없었으면 저희가 하는 활동이 공인도 안 되었을 거예요. 저희가 많이 고맙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행정안전부, 경남도 하동군 로고 사용이에요. 행정의 로고를 사용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에 우리가 그런 로고 없이 ‘꼴딱영화제’를 한다면 단순한 동아리 느낌일 텐데 로고가 있다면 유심히 보게 되고 하나의 정책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부분도 있는 거죠.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은 청년이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에 공신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아요.
Q 오히려 하동이란?
제가 인생에서 안 해볼 일들을 단기간에 많이 해보는 ‘매운 첫 경험’. 처음 느껴보는 매운맛, 마치 마라탕 같이 고통스럽지만 스트레스가 풀리고, 고통스럽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에요.
Q 로컬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로컬도 서울만큼 치열하기에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훨씬 더 재미있다고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함들지만 주체적으로 일하고 스스로 재미를 찾는 성향을 가진 분들이 살아가기 좋은 곳이 로컬인 것 같아요. 청년마을 대표님들도 다 그렇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