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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로 Nov 30. 2022

‘연주’의 영역을 넓히는 대그머
(대금 연주자)

태안 청년마을, ‘오락발전소’ 박송이 청년 이야기

단순 퍼포먼스가 아닌 관객과 교감하며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연주자. 가난한 예술가가 아닌 예술활동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예술가들을 위한 현실적인 기반을 만들고자 오락발전소 함께하게 된 청년이 있습니다. 청년마을 활동을 통해 예술인들이 모여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고, 연주만 하는 연주자가 아닌 연주자로서의 새로운 역할과 영역들을 배워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태안 청년마을, ‘오락발전소’ 박송이 청년 이야기입니다. 

태안 '오락발전소' 박송이 청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과 태안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대금 연주자 박송이입니다. 닉네임 ‘대그머위로’의 ‘대그머’는 대금을 연주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가야금 연주하시는 분이 계신데 ‘가야그머’라는 말을 사용하셨어요. 그걸 듣고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도 재미있을 것 같아 지어 보았습니다. 


오락발전소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오락발전소에 최윤상 소장님이 계신데 20대 중후반쯤 만나 ‘훌’이라는 팀을 함께 했어요. 제가 이전에 오래 함께 했던 팀을 나오게 되면서 일거리가 없었던 시기에 취업사이트에 음악과 관련된 것들을 찾던 중 최윤상 소장님이 SNS에 올린 공지를 보게 되었어요. 전자살롱이라고 음악과 펍을 함께 운영하는 홀을 하셨는데 뮤지션을 찾는 공고였어요.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구한다 하셔서 지원해 ‘훌’로 활동을 하며 꾸준히 공연을 했어요. 코로나 이후로 공연계가 많이 힘들어졌어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서 태안으로 정착하셨고 청년마을로 선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올해 하반기부터 같이 참여하게 되었어요.


오락발전소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짧은 사이에 많은 경험을 했어요. 공연기획도 해보고 예술가들끼리 진행한 ‘오락발전 투나잇’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서울에서 지낼 땐 돈을 많이 벌거나 이력에 남는 일이 아니면 소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태안에서 많은 예술가분들을 만나고 얘기해보니까 제 음악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억지로 만나면 불편한 자리일 수 있지만 부담 없이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 나눠볼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재미있었고 제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국악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은 실용음악과를 나왔어요. 그 이유가 국악 안에서 답답한 부분들이 있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여기서 사람들이 들었을 때 재미있는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해요. 전통적인 국악에 실용음악을 통해 현대적인 요소들을 추가해주어 자유롭게 이 시대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생각했어요. 


기존의 음악 활동과 오락발전소에서의 활동과 다른 점이 있을까요?

오락발전소에서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보다 다른 일들을 더 많이 했어요. 연주자가 음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부분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원래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로 공연 기획을 해보며 현장 진행 프로세스도 이해했고 사람들을 케어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도 배워보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제가 음악을 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태안 '오락발전소' 공연활동

지금 오락발전소에서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1년에 몇 회 진행되는 큰 축제의 초기 기획 과정에 참여하고 공연에 필요한 아티스트 섭외와 축제 일정을 진행하는 일들을 해요. 이 외에 촬영, 인스타 카드뉴스 및 영상 제작을 하고 있어요. 청년마을 책자도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계속 태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프리랜서로 생활하고 있어서 서울과 지방을 왔다 갔다 하며 제 공연도 하고 있어요. 


태안에 정착하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일적으로 조금 안정이 되면 어디에 살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서울에서 지내는 시간이 반 정도 되나 싶을 정도예요. 앞으로 서울에 집을 하나 놓고 태안에도 하나 놓고 엄마가 속초에 계셔서 거기에도 하나 놓고 이렇게 살면 어떨까 꿈을 가지고 있어요. 


오락발전소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계기가 있을까요?

태안에 처음 내려갔을 때 바다와 자연이 너무 좋아서 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서울에 살며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해서 쉬지 못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바쁜데 저만 늦게 일어나서 일 안 하고 있으면 항상 불안하고 머릿속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라요. 

근데 바닷가에서 며칠 지내보니 불안함이 많이 사라졌어요. 온전히 쉰다는 건 몸만 쉬어서 되는 게 아니라 머리도 쉬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제가 지방으로 공연을 많이 다니지만 그건 쉬는 개념이 아닌 일이거든요. 쉴 때는 온전히 쉬고 충전해서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을 경험하니까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이번에 직접 경험했던 것들이에요. 예술가들은 영감을 얻어서 창작을 해내는 일을 하기 때문에 환경이 중요하고 멍 때리거나 자연을 보며 아이디어들을 많이 얻어요. 태안은 자연과 공간이 있어서 작업하고 싶을 때 편하게 내려와 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키우는 강아지도 태안 가면 좋아하더라고요.


오락발전소만의 방향성에서 송이님이 공감하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예술가마을인 만큼 다양한 예술가들이 오세요. 다들 하고 싶은 게 있지만 혼자는 불안한 것들이 있었는데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있으면 아이디어에 공감해주시고 실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이런 과정을 통해 든든한 구석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더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을 알고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처음에 ‘태안 왜 가지?’ 했던 사람으로서 그 잠깐의 경험으로도 생각이 달라지고 꾸준히 활동하며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오락발전소의 존재를 알리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제가 태안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여기 있어요. 

태안 '오락발전소' 박송이 청년

마음의 변화가 있었을까요?

지역은 일을 많이 해요. 어떨 때는 회의하면 새벽 2-3시까지 하기도 했어요. 축제기간에는 거의 폐인으로 지내기도 하고요. 하지만 진행하면서 참여 청년들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고 좋아져 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뿌듯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여기 오래 지내고 싶어서 수익적인 기반들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송이님만의 철학이 있다면?

저도 연주를 하고 제 주변에도 연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공연을 보다 보면 너무 잘하고 멋있지만 그게 끝일 때가 있어요. 마음이 온전히 통하지 못하고요. 왜 그럴까 생각했을 때 결국 음악도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한 사람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곡을 만들었는지, 음악뿐만 아니라 마음도 전달하면 이 곡의 의미 전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살다 보면 삶이 팍팍해지잖아요. 생각해 보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나도 살기 힘들어서 남을 이해하는 건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공연을 보는 그 순간 만이라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으며 여유를 가지고 하루 정도는 따뜻한 말이 오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연주 외에 다양한 일의 경험을 하셨는데, 이를 통해 지향하는 연주자로서의 모습이 있을까요? 

오락발전소에 오면서 미래에 대한 목표가 생겼어요. 공연기획처럼 공연과 관련된 부분을 잘 해내서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아티스트 섭외할 때도 20대 초 중반 어린 친구들을 섭외하려고 해요. 일을 더 열심히 찾아다녀도 공연하기 어려운 시기잖아요. 그런 청년들을 기회가 있을 때 섭외해서 공연에 올려주고 그중에서 잘 해내거나 자기만의 하고 싶은 게 있는 청년들은 태안에서 지내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돌아보면 소장님이 저에게 그렇게 해 주신 것 같아요. 당시 저는 20대 중반이었고 소장님은 국악에서 유명하신 분이었는데 큰 공연을 데리고 다니면서 도와주셨던 시간들이 저에게 큰 경험이었거든요. 그만큼의 호의를 베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제 음악적 경험에 큰 힘이 되어서 지금 태안까지 같이 와서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해 주셨잖아요. 후배 뮤지션들에게 이런 경험을 나누어 주고 싶어요.


오락발전소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무엇일까요?

오락발전소는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된 것 같아요. 

책 목차 중 하나인 것처럼 터닝포인트가 된 그런 경험이에요. 저는 음악을 잘하는 거에만 집중하는 사람이었어요. 제 것만 하며 바쁘게 지냈는데 오락발전소에 내려가며 숲을 보게 되고 큰 그림을 보게 됐어요. 혼자서 뭘 한다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같이 해야죠.

태안 '오락발전소' 공연활동

청년들에게 한마디

오셔서 하고 싶은 모든 걸 할 수 있으니까 와서 같이 도전해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혼자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함께해요! 

저도 늘 걱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소장님처럼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을 하시면서 많은 일들을 겪으셨던 분들이 서포트해 주시니까 뭐든지 같이 고민하고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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