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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로 Aug 24. 2022

여럿 또는 하나의 강화 유니버스

서로 이웃 삼아 함께

‘시장에서 화덕 파는 애들’이라는 정체성으로 시작한 청풍은 강화도라는 지리적 한계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가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큰 세계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다른 삶의 경로를 참여할 수도, 플레이어로 들어오거나 경험할 수도, 외부에서 응원할 수도 있는 그들만의 세계관이다.


화덕피자를 파는 청년들


처음부터 시장에 장사하러 들어갔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한다. ‘스트롱파이어’라는 이름으로 ‘2층에서 화덕피자 파는 애들’이라는 친근한 이미지 덕분에 주민분들이 경계심을 갖지 않으셨고, 협업을 제안했을 때 흔쾌히 참여해 주셨다. 그럼에도 질투하거나 싫어하는 청년들이 있었지만, 그 후로 긴 시간 이들이 고집했던 건 똑같은 텐션 유지였다. 이로써 떠나갈 청년이 아닌, 강화도에 남아 꾸준히 나아가는 청년들로 인식되었고, ‘스트롱파이어’도 다양한 만남과 이야기가 오고 가는 지역주민 및 여행자들의 허브가 되어 지금은 서로 존중하며 협업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강화도 스트롱파이어
지금의 강화 유니버스가 있기까지


강화도 정착 후 지역 주민분들과 형성된 관계망을 통해 지역장인 및 공방과 협업하여 다양한 콘텐츠들을 굿즈로 제작하는 로컬 소품샵 ‘진달래섬’을 오픈하였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 한율과 강화의 사자발약쑥을 교집합으로 만나 협업하여 강화섬 플로깅을 진행하였고, 어린 쑥 라인 비건 제품들도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장인의 모습을 담은 아카이브 사진집 ‘무녕’과 ‘왕골’을 출판하고 사진전도 진행하며 다양한 관점으로 지역을 기록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착하게 된 청년들 중심으로 마을에서는 독일식 우리밀빵집, 동네서점, 100년 된 양조장, 정원카페 등 특색 있는 여러 청년 상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강화 유니버스가 먼저 성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청풍은 우선순위가 확실했다. ‘나’보다는 서로 함께하는 관계가 소중하며, 오히려 개별의 역량과 파워가 먼저 드러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년상점 하나하나가 우선 드러나고, 멀리서 봤을 때 결국 우리는 하나로 묶인 강화유니버스가 되고 싶어요.” 이 것이 청풍이 지금의 신뢰성을 갖게 된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강화도 '진달래섬' 내부

이러한 두터운 신뢰도와 청년 상점 기반으로 형성된 강화유니버스의 커뮤니티로 강화의 유명한 카페 ‘조양방직’ 위주의 카페 투어로만 유명했던 강화도에 상점 및 지역주민들과 연계한 클래스도 구성되었다. 여러 클래스들을 연결하여 강화도, 로컬, 작은 상점,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사람이 있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 ‘잠시섬’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로컬에서의 ‘반짝반짝 별투어’, ‘힐링요가 클래스’, ‘포레스트 인 차완’ 등 프로그램이 있고, 활동적인 ‘아프리카 댄스’, ‘스윙댄스’ 그리고 ‘마니산 등산’이 있다. 이 외에도 전통시장 및 로컬상점 투어가 있고, 막걸리 제조 및 이모티콘 클래스도 오픈되었다. 특히 5명 제한으로 운영했던 ‘춤 추는 하룻밤’클래스는 70명 이상이 지원하며 더더욱 클래스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렇게 ‘잠시섬’을 통해 이제는 청년들이 자신의 취향대로 쉼을 채워가고, 새로운 자신을 찾아갈 수 있도록 통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강화도 '아삭아삭순무민박'

또한, 섬을 방문하는 청년들이 로컬과 더 가까이 연결될 수 있는 호텔 및 게스트하우스 형식의 마을 커뮤니티에 대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발상은 강화군과 협업하여 운영하는 문화예술 워크숍 형식의 DMZ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자들이 여러 정착 청년들의 클래스 참여 후 결국 아쉬움에 숙박으로 이어지는 루틴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현재 자체적으로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순무민박’을 운영하고 있지만, 로컬 안에서 독점으로 운영할 만큼 지역 내 숙박 가능한 곳이 많지 않아 방문 청년들과 주민분들 모두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청풍은 ‘강화의 유일한 게스트하우스’라는 타이틀도 좋지만, 정착 초기부터 함께해온 시장 어머니들, 지역상인 분들과 함께 강화의 숙박 공간을 늘려 가는 것이 더 좋다고 얘기한다. 이를 통해 방문 청년들은 강화 구석구석을 경험할 수 있고, 지역주민분들과 강화의 카페,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공간은 새로운 청년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여 서로 이웃 삼아 지속 가능한 강화살이를 함께 이어 나가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고 있다.


이렇게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나아가려고 하는 이유는 강화 유니버스가 11가지 키워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을 아끼고 존중하는 로컬로 시작하여 주체성, 존중, 다양성, 소통, 재발견, 생태, 환경, 안심, 즐거움, 연결이 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 그리고 ‘연결’이라는 감각을 강조하며 강화 유니버스만의 따뜻함으로 느리지만 단단하게 만들어져 가고 있다.


마을의 변화


강화에 정착한 몇몇 청년은 비건을 추구하는 삶을 살며 ‘비건 로드 투어’라는 클래스도 함께 운영한다. 이 청년들 중심으로 많은 타 지역 청년들이 강화를 방문했는데 그 과정에서 청년들을 통해 ‘비건’이라는 개념이 각 상점에 확산되며 이제는 먼저 “고기 빼 드릴까요?” 질문을 받는 경험을 한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이런 마을 변화의 영향을 받아 작은 청년들의 움직임에 지역주민분들이 반응하고 지역이 반응하여 적극적인 참여는 물론이며 오히려 주민들이 먼저 진행하자고 제안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청년들의 활동이 지역을 만들고 마을을 바꿔 나가며 마을이 좀 더 청년세대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편안하고 마음 붙일 수 있는 곳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을 느껴 강화 유니버스의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한다.


이런 영향은 청소년 세대에도 확산되어 졸업 후 무조건 도시로 떠났던 청소년들이 강화에 남아 청년들과 함께 활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도시에서 일하던 한 청소년은 강화로 이주를 결심하며 함께 협업하게 되었는데 그 한 사람을 통해 여러 청소년들과 관계를 맺게 되었고, 결국 청풍의 인력으로 흡수되어 하나의 팀으로 연결되었다고 했다.


그때 합류했던 청소년들이 지금은 청년이 되어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느꼈던 부족한 부분들을 다음 세대와의 연결고리가 되어 그들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후기 청소년들 대상으로 지역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20대가 막상 지역에 남아 무엇을 할지 모를 때, “청소년 시절 이런 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느꼈던 것을 다른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고, 청년마을의 어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이렇게 씨앗을 뿌려 놓는다면 5~10년 뒤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아질 것이라고 이들은 확신한다.



강화 유니버스란?


강화 유니버스 청년들

강화 유니버스는 이런 곳이다. 도시에 있는 청년들은 어린 친구들에 대해 자리를 뺏길까 두려움을 느낀다고 하지만, 로컬에서의 삶의 방식은 경쟁하는 도시와 다르게 서로 든든해하고 경쟁심이나 위협을 느끼지 않으며 공존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강화를 만들어 가고, 꾸준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 모두 완전하지 않지만 별처럼 빛나는 커다란 섬, 강화유니버스에 함께 접속하여 서로가 서로의 따뜻한 안전망이 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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