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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로 Oct 27. 2022

삶을 뒤흔든 터닝포인트,  둘이라서 가능했던 경주 정착

경주 청년마을, '가자미마을'의 박서영, 양혜진 청년 이야기

서울로 상경한 꿈 많던 20대 청년. 답답한 하늘, 수많은 사람들 속 한 명으로 살아가던 중 청년마을을 발견하고 과감하게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청년과 함께한 또 다른 한 명의 변화를 갈망하던 청년.

“여기 다녀오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 하나로 시작된 경주 가자미마을 경험, 그녀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변화된 나, 관계, 다채로운 일상 그리고 꿈꿔왔던 은퇴 후의 삶을 살고 있는 박서영(앵이), 양혜진(히죽) 청년입니다.


Q 먼저 ‘앵이와 히죽이’, 별명의 의미가 궁금해요.

앵이 : 친구들이 제 이름 ‘서영’을 재미있게 발음하다 보니 앵이가 되었고, 혜진이는 ‘히죽’이라는 별명이 이미지와 잘 어울리고 이름 초성과도 같아서 ‘히죽’으로 짓게 되었어요. 저희 둘의 별명을 합쳐서 ‘앵죽’이에요.


Q 가자미마을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앵이 : 고향은 대전이고 서울에서 5년을 지냈어요. 서울이 한국에서 가장 큰 도시잖아요. 저는 원래 다큐PD가 되고 싶었고, 막연히 ‘서울에 가서 지금까지 해 온 것만큼 하면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한 사람이 되겠지?’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닫았죠. 어렸을 때부터 나름 주목을 받으며 살았는데 서울에서는 전혀 아니더라고요. 얼마나 내가 열심히 해야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너무 막막하고 자신감도 하락해서 힘든 시간들을 보냈어요. 취업준비를 하려고 잠시 대전에 내려와 지냈는데 서울에 다시 가서 살 자신이 없더라고요. 서울은 하늘이 보이지 않아요. 매일 반복되는 지옥철도 너무 지치게 했어요. 그리고 서울에서는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때 이런 질문들이 떠올랐어요. ‘지역의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 수는 없을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그러던 중 우연히 가자미마을 모집공고를 본 타이밍이 마침 맞았던 것 같아요. 물론 다른 마을들도 있었죠. 생텀마을과 오히려하동 청년마을도 봤었지만 정착을 이미 생각하고 보니 가자미마을 통해 지역에서 결과물을 확실하게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는 단순히 체험만 하고 오는 것이 아닌 제 눈으로 직접 결과물을 확인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거든요.

히죽 : 1년 정도 대학병원 영양사로 있었는데, 취업한 해에 코로나가 터져서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됐어요. 그런 상황이 알게 모르게 저를 답답하게 했고, 또 첫 사회생활이다 보니 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몰랐어요. 영양사라는 일이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힘든 부분이 컸던 것 같아요. 영양사를 하고 싶어서 했지만,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도 다르게 느껴졌어요. 거기서 느꼈죠, ‘아, 나는 지금 쉼이 필요하구나’.

일을 그만두고 쉬면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병원 영양사를 하고 싶어서 했고 목표를 달성했는데, 거기에서 오는 뿌듯함이나 보람이 덜하고 앞으로의 목표도 사라지니까 힘들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영양사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면서 제가 처해있는 익숙한 환경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 곳에 오래 있다 보니 생각을 깨고 나오기 힘들어하는 걸까?’ 이런 질문도 던져보게 되더라고요.

마침 영양사의 일을 쉬는 단계에서 서영이를 불러 맥주 한잔하자고 했는데 ‘가자미마을’ 프로그램에 신청했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그날이 신청 마지막 날이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궁금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생겨서 바로 신청했어요. 저는 계속 대전에서만 지내서 그런지 너무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시기였고, 바닷가 마을에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 때문인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Q 가자미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어떤 것들을 경험했나요?

앵이 : 가자미마을은 요리부, 홍보부, 기록부 등 팀이 나뉘어 있어요. 저는 영상 담당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찍은 영상들이 결국 홍보영상으로도 쓰일 수 있으니까 더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게 되더라고요. 5주 동안 어떻게 하면 12명의 멤버들을 잘 담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네 맞아요. 프로그램의 콘텐츠 제작을 맡았습니다.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며 영상을 찍다 보니 저희는 서로서로 경계가 확실하지 않고 같이 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그 경험 때문인지 집으로 돌아갈 때, 이미 경주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어서 집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서울로는 못 돌아가겠더라고요. 동시에 가자미마을에서 1기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10일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시며 참여하는 동안 집을 알아보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바로 결정하고 경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히죽 : 저는 운영부를 맡았어요. 전체적인 일정과 소셜다이닝 협찬 및 공간 연출, 각 부서의 서포터 역할, 스토리 작업을 했습니다. 저는 가자미마을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용기를 많이 얻은 것 같아요. 정착을 결정하고 2주 정도 대전에 가 있었는데 거기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착할 용기가 사라질 것 같은 증조가 보여 결단을 내려 바로 경주로 오게 되었어요. 프로그램에서 받았던 느낌을 기억하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싶었거든요. 전에는 제가 남들이 만든 선택지에서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선택지를 제가 직접 만들며 선택하는 느낌이에요.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삶은 계획적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원하는 대로도 안되니 그냥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말아야겠다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적당히 큰 틀을 잡아서 해보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습관으로 바뀌었어요. 처음부터 세세하게 하려다 보면 하기 전부터 스트레스받아서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대신 이렇게 하면 추진력이 더 잘 생기는 것 같았어요. 쓸데없는 걱정이 없어지고, 또 굵은 가지가 정해진다면 잔가지를 생각하면 되니까 심플하게 생각하게 돼요. 자주 스스로 ‘잔가지부터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받거나 겁먹지 말자’고 얘기합니다.

경주 가자미마을 박서영(앵이), 양혜진(히죽) 청년

Q 프로그램을 하면서 어떤 부분이 정착에 대한 확신을 주었나요?

앵이 : 저는 청년마을을 경험하고 나서 마치 좋은 여행지를 다녀온 것처럼 ‘그래, 이 기억으로 서울에서 힘내서 살아가자!’ 이런 흐름이 싫었어요. 그래서 면접 때부터 ‘저는 남고 싶은데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가능성이 있는지’ 여쭤보며 정착할 생각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어요.

그 외에도 가자미식탁 활동을 하면서 경주라는 도시의 풍경과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았어요. 이를 계기로 사람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요. 서울에서는 좋아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지냈는데, 여기는 언제나 봐야 하니까 관계에 문제가 생겨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어요. 한번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다시는 못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면서 잘 지낼 수 있구나’를 알게 되었고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를 끌어가는 느낌을 알게 되었고, 제 자신도 더 많이 사랑하게 됐어요. 이런 경험들이 정착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히죽 : 운영진분들도 너무 좋으신 분들이고, 멘토분들도 많이 만나게 되어서 용기가 되었어요. 좋은 인연을 만나 여전히 저희는 많은 득을 보고 있어요. 그리고 저에게 프로그램 참여는 체험보다는 모험이었던 것 같아요. 앵이와 다르게 지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당진에 잠시 발령 났을 때도 ‘나는 도시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시 인프라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솔직히 용기도 없고 겁도 많고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운 사람이었어요. 어떤 일을 해도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해서 해결책까지 미리 생각하는 편이었고 실패를 두려워했거든요.

그런데 가자미식탁을 하며 제가 도전을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계획적으로 되지 않아도 낙담하지 않고 ‘그럴 수 있지’하며 넘길 수 있는 변화된 제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예전에는 내일이 궁금하지 않고, 10년 뒤 모습이 기대가 되지 않았는데 가자미식탁 활동을 하며 처음으로 내일이 궁금해지고, 1년 뒤 10년 뒤 모습이 기대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당연히 경주로 내려오기를 결심하게 되었어요.

경주 가자미마을 청년들

Q 얼마 전에 유튜브 채널 ‘앵죽은 못말려’를 시작하셨는데, VLOG 채널을 시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앵이 : 사실 인생을 살면서 주변에서 반대하거나 염려하는 선택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근데 이번에는 그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거 해야 해, 잘할 수 있어 믿어줘!’ 하고 내려왔기에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싶은 이유가 가장 커요. 부모님도 보시고 ‘잘 지내는구나’ 생각하실 수 있고, 저희 둘이 또 같이 있으면서 기록하니까 더 용기 있고 밝은 모습으로 담기는 것 같아서 좋아요. 주변 이외 사람들이 보고 ‘저걸 하네, 나도 해볼까?’ 이러 용기를 가지게 된다면 저희는 그것만으로 성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히죽 : 저는 정착을 생각하고 있는 청년에게 정보공유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보면 도시가 아닌 지역으로 내려간다고 하면 안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인식을 지역을 선택하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또 저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도전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앵이, 히죽 :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유튜브 '앵죽은 못말려' 브이로그 캡처 화면

Q 유튜브에서 경주 산책길을 얘기해 주셨는데 어떤 이야기가 담긴 곳일까요?

앵이 : 집은 경주 시내에 있어요. 5주 동안은 감포에서 지냈는데 도시 인프라의 5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지역이다 보니 식당도 몇 곳 없어서 저희끼리 음식을 해 먹고는 했어요. 이렇게 지역에서의 일상을 경험하다 보니 감포라는 곳은 다른 차원의 세상 같이 느껴졌어요. 서울에서 일을 하던 감포에서 하던 일은 항상 고되고 힘들고 하기 싫은 날이 분명 있어요. 서울에서 지낼 때는 출퇴근 시간에 경의중앙선에서 사람 꽉 찬 상태에서 다니다 보니 집에 가도 계속 화가 나고, 겨우 한다는 퇴근 후 일상은 5평짜리 방에서 유튜브만 보는 거였어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너무 좋아요. 감포에서는 출퇴근할 때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보이고 퇴근하면 집 앞의 야경, 위로 올려다보면 별들이 쏟아져요. 무엇보다 은은하게 들리는 파도소리와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과 맥주 한잔하면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해소돼요. 이런 일상이 저랑 너무 잘 맞고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 같아 행복해요.

히죽 : 저희가 자주 산책했던 곳은 가자미마을 소셜다이닝을 진행했던 근방에 있어요. 걸어서 한 15분 정도 걸려요. 맥주 한 캔씩 그리고 돗자리를 들고 가서 바닷가에 앉으면, 뒤에는 파도소리가 들리고 앞은 가자미마을이 보이는 뷰에요. 앵이 말대로 하늘에는 별이 쏟아졌고요. 그리고 저희끼리 들릴 수 있도록 스피커 소리를 켜고 있으면 서로 감정적으로 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렇게 공유하며 나눴던 이야기는 같은 공동체에 와서 크루원들과 애틋 해지고 가까워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함께 하다 보니 언제 친해졌는지도 모르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어요. 지나고 생각해보니 서로 성인인 상태에서 이런 인연, 관계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앵이와 함께 이 모든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은 정말 어렵잖아요. 그래서 기적처럼 느껴지고 감사해요.

경주 감포 바닷가 야경

Q 지금 경주에서 하루 일상이 어떤가요?

앵이 : 프리랜서라 고정적인 일상은 없어요. 한 가지 말하자면, 경주에서 걷는 것만큼 행복한 일상이 없다는 거예요. 우선 걸을 수 있는 곳이 많고, 돈이 없어도 앉아있을 곳도 많아요. 대릉원 지나고 한 바퀴 돌면 만보 정도는 걷는 것 같아요. 실내에서 눕거나 앉아서 생각에 빠지면 좀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 편이에요. 근데 걷다 보면 영감과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르고 걱정보단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은 생각을 하더라도 걸으면서 생각에 잠겨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요즘 걷는 것이 점점 더 좋아져요. 그러다 보니 밤에도 방에서 핸드폰을 드려다 보는 대신 나가게 되더라고요. 걸으면서 풍경을 보며 드는 생각은 ‘내가 원하는 도시에 있구나’에요. 이런 행복을 매일 체감하니까 더더욱 후회가 없어요.

히죽 : 저는 제일 좋은 건 바다랑 정말 가깝다는 점인 것 같아요. 황리단길이나 동쪽으로 가면 초록 초록한 색감이 가득한데 것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저는 10월 초부터 아마 다음 프로젝트 운영진으로 참여할 것 같아요. 그걸로 계속 이어가는 것은 아니고 저도 이제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구체화시키는 단계에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과 경주에서 필요로 하는 것의 교집합을 만들어 찾아가는 과정 중이에요.

경주 감포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앵이 : 영상 기획, 촬영 그리고 편집을 도와드리며 생계를 해결하고 있고 당분간은 지속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또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은퇴하면 책방 차려서 지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꿈을 실현해 보려고 합니다. 정부에서 하는 청년사업 지원 정책에 도전해 볼 계획입니다. 저의 책방은 책도 팔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고 현생을 잊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걸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빨리 시작해보고 싶더라고요. 되도록이면 1-2개월 안에요.

조금 먼 꿈을 얘기하자면, 제가 지역에 왔다고 해서 무엇인가를 포기하거나 야망 없게 보이고 싶지 않아요. 저는 오히려 꿈이 있고 야망이 있기에 지역에 왔거든요. 지금 지역 정착에 유일한 문제는 일자리인데, 앞으로 10년, 20년 지났을 때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체를 가지고 싶어요. 저만 잘 사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경주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경주 가자미마을 박서영(앵이) 청년

Q 가자미마을을 한마디로 하자면?

앵이 : ‘내 20대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이번 계기로 제 인생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흔들어 놓았거든요. 그리고 어쩌면 다른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그런 가치를 가지고 있는 청년마을이라고 생각합니다.

히죽 : 저는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활동들을 같이 하게 되고 또 그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셔서 영광스러운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가자미식탁을 하면서 저는 실패에 자유로워졌어요. 목표에 달성하려면 중간과정이 필요한데 그 중간과정을 실패라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안 되는 것들을 너무 두려워하고 생각이 많았었는데 막상 하면 생각보다 괜찮고 제가 나약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고 또 강한 제 장점을 발견하니까 자존감도 더 높아진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니 저에게도 ‘인생의 터닝포인트’ 네요.

경주 가자미마을 박서영(앵이), 양혜진(히죽) 청년

Q 지역정착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앵이 : 일단 목적이 뭐가 됐든 경험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그냥 하는 게 좋다고 봐요. 모든 경험이 그렇지만 청년마을은 마이너스가 되지 않고, 무조건 얻어가는 것이 있을 거예요. 아니 어쩌면 그 선택이 저처럼 삶을 뒤흔드는 경험이 될 수도 있어요. 한두 달 정도의 시간이 정말 크고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거예요.

히죽 : 저는 청년들이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지역에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너무 잘 맞으니까요. 직접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 있구나 알게 되었거든요. 반드시 지역에 내려오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만 맞춰 생각하면 놓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도시에 살지만 힘들다면, 꼭 도시여야만 할 필요는 없어요. '도시가 아니어도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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