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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로 Sep 28. 2022

영덕에서 트레킹하다 창업에 눈을 뜨게 된 청년

영덕 청년마을, ‘뚜벅이마을’의 김단홍 청년 이야기

갑작스러운 귀국, 어렵게 결정한 퇴사 그리고 즉흥적으로 떠난 영덕 7주살이를 경험하고, 더욱 단단해지고 자신만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김단홍님을 만났습니다. 우당탕탕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소개하며 앞으로는 똑똑하게 자유로운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고, 뚜벅이마을 경험으로 느낀 가치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변화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저에게 영덕은 도전할 수 있는 영역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지역이었어요”


미래에 대한 기대로 두 눈이 반짝이며, 로컬을 담는 사람이 되어 한국 곳곳을 해외로 알리고자 하는 꿈을 가진 김단홍님을 소개합니다.

 

Q 어떤 일을 하다가 퇴사를 하게 되셨나요?

제가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었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던 중 설날인 것을 확인하고 충동적으로 귀국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 1년만 있기로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결국 한국에 정착을 하게 되었어요. 그 시기에 대구에 있었는데 코로나가 심하고 직장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일자리를 알아보다 물류센터에 지원을 하게 되었어요. 일을 하면서 재미를 붙이다 보니 관리자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보통 사람이 회사를 다니다 보면 승진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을 하는데 저는 일 자체에 대한 재미에 의미를 더 두었어요. 단지 일이 좋아서 재미있게 하다 보니 직급을 얻게 되었는데, 그것에 의해 저에 대한 회사의 기대치가 따라 오더라고요. 사람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인데, 저에게 5년, 10년 후를 묻고, 그로 인해 업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부서의 기대가 숨이 막혔습니다. 반년 동안 남몰래 퇴사 준비를 하며 타이밍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 먼지 한 톨 남지 않은 그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았죠. 누군가에게는 갈망하는 직업, 맞는 직업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마라톤을 즐겨하시는 것 같은데 뚜벅이마을을 신청하게 된 계기가 그런 부분과 연관이 있을까요?

항상 서울에서 지내다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 호주는 러닝과 트레킹이 일상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가서 러닝을 많이 했고, 트레킹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그 루틴이 한국에 돌아와 대구에 정착하면서 쭉 이어졌던 것 같아요. 마라톤을 참여하며 동물을 살리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 등 여러 취지들을 접했어요. 최근에는 가수 션과 함께하는 마라톤 ‘8.15런’을 했는데,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해 모금해서 전달하자는 취지였고 그걸 들으니 제가 돈을 내고서라도 참여하고 싶더라고요.

김단홍 청년 인스타그램 게시물

이런 상황에서 퇴사를 하고 인스타에 백수 일지를 작성해볼까 하다가 뚜벅이마을 광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뚜벅이마을 광고를 봤을 때, 트레킹 코스가 한국에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좀 크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걸으면서 함께 해보자!’ 이런 취지가 청년마을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봤을 때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우리나라에 이런 걷는 코스들이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가기로 결정을 했어요.

‘누군가가 길을 안내해 줄 때 가지 언제 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영덕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뚜벅이마을을 경험하고 나니 지금은 “똑똑하게”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원래는 우당탕탕이고 즉흥적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플랜을 세워보게 되고, 이런저런 방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은 즉흥적인 부분들이 남아있지만, 조금씩 플랜을 생각하고, 장애물들을 피해 가는 방법으로 내 모습을 바뀌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Q 뚜벅이마을은 걷는 것 자체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을 합니다. 삶에 지쳐있는 사람들이 걷는 것에서 얻는 가치가 있는데, 단홍님 얘기를 듣다 보니 그 가치가 와닿았을 것 같아요.

메이드인피플’의 장명석 대표님과 트레킹을 하게 되었는데, 만나게 된 첫날 한국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그 말이 뇌리에 박히게 되었어요.

‘한국의 산티아고에서 함께 걸어볼래?’ 이런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영덕에 있다면 나도 여기에서 재밌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의 작년 1년 동안의 삶은 정말 암흑 그 자체였는데, 퇴사를 하고 좋아지긴 했지만, 트레킹을 하면서 한국에서 즐거움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전에는 한국에서 여행을 즐기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영덕에 와서 트레킹 코스를 알게 되니까

‘우리나라도 참 좋은 곳이 많구나’를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다른 지역의 청년마을들도 함께 알게 되며 한국이 이렇게 다채롭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참여했던 프로그램은 영덕에서의 7주살이었는데 처음에는 트레킹 위주로 블루로드를 경험했어요. 마을 주민들과도 함께 플로깅을 하고 영덕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클래스를 경험하며 영덕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저는 딱 4주 차에 변화가 일어났던 것 같아요. 강사님들이 오셔서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해주시는데 신세계였어요. 살면서 창업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는데 상세하게 알려주시니까 너무 좋았고, 식비 외에 숙소와 프로그램이 전부 제공이 되니 값진 시간이었어요. 원래의 저는 흘러가는 대로 사는 느낌이었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계획서도 써보고 지원금을 가지고 아이템을 선정해보는 과정들이 생소하면서도 즐겁더라고요. 창업에 대해 벽이 있었는데 문을 열어준 느낌이었고, 저처럼 아무 생각이 없던 사람도 어렵지 않게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신 것 같아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컨설팅받는 시간에

‘재능도 부족하고 창업에 대한 생각도 없었던 나도 시작할 수 있는지’ 

여쭤보러 갔었는데 그 틀을 깨시며 어려운 게 아니고 하다 보면 전문가가 될 수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저의 삶을 더 정립하며 변하고 싶다는 마음이 시작된 것 같아요. 즉흥적이니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이 있겠지만, 제 감성적인 사고에 이성을 들여보며

‘나도 계획을 하며 즉흥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목표라는 게 크게 없었는데 지금은 차곡차곡 뭔가를 해 나가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Q 어떤 창업 아이템을 지금 생각하고 계신가요?

평소에 어느 정도 환경에 대한 생각을 해서 그런지 영덕에서 트레킹을 하며 주변에 보이는 쓰레기들이 눈에 밟혀 자연스레 줍게 되었어요. 근데 같이 참여한 친구가 그게 ‘플로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처음으로 ‘플로깅’이란 단어를 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영덕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도 실제 플로깅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노인 복지센터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작년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하바리움을 저희 할머님께 선물해드렸던 게 생각이 났어요. 그때 할머니가 너무 좋아하셨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을 아름답게 하는 ‘플로깅’, ‘하바리움’ 그리고 ‘’을 함께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김단홍 청년이 제작한 하바리움

영덕에는 고 연령층 어르신들이 많아서, 어르신들에게 제가 트레킹과 플로깅을 하며 본 영덕의 아름다운 자연의 경관을 하바리움을 통해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사업 방향성이 ‘영덕의 아름다움을 하바리움에 담는 것!’이었어요.

김단홍 청년 복지센터 활동 모습 및 제작 볼펜

실제 제작하기 전에 키트를 사서 만들어 복지센터에 가서 보여드렸는데 보시고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볼펜 하나를 가져가신 할아버님께서

‘이 볼펜 이번 주에 손녀딸 오는데 보여줄 거예요, 고마워요’라고 몇 번은 말씀해주셔서 더욱 확신을 얻게 되었죠.

그 후 '제1회 뚜벅이 장터'에서 판매를 했었는데 장 보러 오신 분들이나 가게 사장님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지인들한테 사가라고 하시고 직접 선물용으로도 구매하시더라고요. 그 덕분에 100개가 넘는 하바리움을 판매할 수 있었어요. 또 차량에 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요청과 내년에도 와 달라는 얘기를 해주셔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내년에 대한 기대가 생긴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얘기들을 들으니 가능성을 더 보게 되었고

‘내가 더 다양한 것을 지역에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하바리움을 보통 잘 모르시니 ‘이게 될까? 사람들이 관심이 없을 거야’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지역 주민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Q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며 정착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하바리움’은 이제 막 시작한 거라 전문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이전에 저였다면 무조건 정착부터 했을 텐데 이제는 영덕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양하게 알아보고 어떻게 영덕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단기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지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김단홍 청년 프리마켓 활동 사진

영덕 7주살이의 5주 차쯤에 영덕군청 사이트에 프리마켓 모집을 보고 은어축제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부스에서 하바리움을 판매하고 체험도 진행했었는데 반응이 좋았고 이전에 진행되었던 '뚜벅이 장터'에서 영덕군 담당자분께서 연락처를 알아가시면서 여러 기회들이 생기고 제가 인프라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같이 하는 청년 중 샵이 있는 청년이 있어서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하며 그 가운데서 지속가능성을 보았어요. 먼저 실행에 옮긴 청년들을 보고 저 또한 빨리 지금부터 생각해서 쌓아 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산 이바구마을 네트워킹 데이에도 참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세상에! 공짜로 다양한 청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니!’ 하면서요.


Q 영덕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팀원들과의 대화가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청년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점이 무엇인가요?

저는 즉흥적인 이 성격을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고, 여러 동네가 궁금해서 그저 돌아다니며 뚜렷한 목표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근데 영덕에서 만난 친구들은 눈이 반짝이더라고요. 재능에 대한 자신감과 뿌듯함이 있는 친구들도 있고 긍정적인 친구와 뚜렷한 목표와 꿈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요. 자기가 원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으며 마치 먹물에 희석제 딱 떨어진 느낌으로 제가 물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대화를 하면 할수록 뚜렷해져 가는 느낌이었어요.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이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도 변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어요.


Q 앞으로의 목표, 꿈은 무엇인가요?

지금 영덕을 오가고 있지만, 결국 영덕에 정착을 안 하더라도 저는 로컬에 정착을 하고 싶어요. 영덕에 있게 된다면, 블루로드 외에 알려지지 않은 영덕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가볼 만한 곳들을 찾고 싶고 또 어르신들을 계속 만나고 싶어요. 이 재미있는 것들을 젊은 사람들은 찾아가서 하지만 어르신들은 잘 모르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젊게 사시는 분들도 있지만 아닌 분들은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들을 못 보게 되니까 제가 찾은 아름다운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혼자가 아닌 어르신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꿈이자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결국에는 영덕을 알리는 사람이 되고 더 나아가서 로컬을 내가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나중에 해외에 한국의 로컬을 알리는 그런 사람이 되길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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