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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로 Sep 13. 2022

8가지 취미로 괴산에서 '취미공작소'를 시작한 청년

괴산 청년마을, ‘뭐하농스’의 최예나 청년 이야기

답답한 도시생활과 사람에 지쳐 괴산 청년마을 ‘뭐하농스’로 떠난 한 청년은 로컬에서 다시 사람이 좋아지고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괴산에서의 정착을 준비하며 자신의 버킷리스트인 인스타그램 ‘도이도이 스튜디오’와 ‘도이도이툰’을 운영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든든한 친구들과 함께 삶의 주인공으로 다채로운 공작소를 꿈꾸는 최예나 청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공항 지상직으로 3년 일 하시고, 퇴사 후,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괴산으로 오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반에서 생일편지 써주고, 그 위에 귀여운 그림을 그려주는 그런 친구였어요. 그림 그리는 건 계속 좋아했는데 원주에는 디자인과가 많이 없고 국립대 중에서 찾다가 그냥 갔던 것 같아요.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직접 만들어낸다는 일 자체가 정말 재미있고 좋았었는데요. 이 일이 싫어서라기보다는 저에게 더 잘 맞는 것 같은 일을 찾아갔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저는 대학교 4년 내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했는데, 사람들을 응대하는 게 재미있고 저랑 참 잘 맞는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서비스직 중에 제일로 보이는 공항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간 공항에서 일하면서 스케줄 근무로 몸도 많이 상하고 사람들로 인해서 마음도 많이 지쳐갔어요. 퇴사를 하고 나서도 이게 쉽게 회복이 되지 않더라고요. 서울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도시가 너무 답답하고 시끄럽게 느껴져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도 나가지 못하다 보니 시골로 시선을 옮겨 귀농, 귀촌 기사를 자주 찾아봤는데, 우수사례로 뭐하농스 청년마을이 나왔어요. 또 마침 그날이 청년마을 신청 마지막 날이었고요. 우연히 봤지만 마침 신청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 운명인가 보다 하고 바로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청년마을이 어떤 곳인지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신청 이후에 더 찾아보게 되었고, 몇 개 더 찾아보다 보니 21년도에 농사를 짓는 곳은 괴산 청년마을 밖에 없더라고요. 두 달 동안 농사를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고, 프로그램도 탄탄하다 보니 남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Q 농사와 관련해서 원래 관심이 있었나요?

농사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부모님을 따라 주말농장에 종종 간 정도였습니다. 귀촌을 생각했을 때, 시골에 살면 자연스럽게 농사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주택에 살면서 작은 텃밭이라도 안 가꾸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근데 이걸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없었죠.


Q 처음에 해외를 생각했다고 하셨는데, 도시에서 삶에 치이다 보니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던 게 맞을까요?  

처음에는 도피, 회피의 마음이 강했던 것 같아요. 공항에서 일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도시의 환경이 저를 더 우울하게 했어요. 그냥 뻥 뚫려있고 초록 초록한 곳으로 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도시 자체가 감성 있고 자연 풍경도 예쁜 치앙마이로 한달살이를 떠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코로나로 취소가 되어 국내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Q 지금의 일상은 어떠신가요?

괴산에는 농부들을 위한 지원이 더 많다 보니 아직 집을 구하지 못했어요. 본가가 원주이고 또, 요즘에는 온라인으로도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서 현재는 원주에 작업실이 있습니다. 마음만은 괴산에 있고, 실제로 자주 괴산을 왔다 갔다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뭐하농스와 함께 여러 가지 기획, 디자인 업무를 하기도 하고, 뭐하농스에서 운영하는 편집샵에서 제가 만든 제품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뭐하농스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자로, 또 운영진으로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뭐하농스 최예나 청년 일상


Q 뭐하농스에서는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뭐하농스에서는 저희의 삶, 스토리들을 알리는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각자의 일들을 하면서 함께 단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행사를 열기도 하고요. 또 저희들이 다 청년이잖아요. 저희뿐만 아니라 괴산에 있는 청년들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괴산에는 청년 인구가 5천 명 정도로 굉장히 적은데 괴산 소모임 지원 프로그램과 자체 청년 모임들을 만들어 등산, 출판, 취미활동, 플리마켓 등 재미있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Q 지금 운영하고 계시는 인스타그램 ‘도이도이 스튜디오’가 궁금해요. 일러스트인데 한 장에 그림,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가 사소하지만 공감이 가는 콘텐츠인 것 같아요.

도시에 살 때 뭔가 답답한 마음을 집에서 해소하기 어려웠어요. 자연 풍경으로 된 포스터를 사서 벽 곳곳에 붙여 놨었는데, 멍하니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가서 따뜻해지고 뭉클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괴산에 오고 나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도 분위기가 담기지 않아 결국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 시작했어요. 막연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고 인스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버킷리스트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괴산에서 시작을 하게 돼서 저에게 큰 의미가 있어요.


괴산에서 지내다 보면, 똑같은 풍경을 매일 봐도 때때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색감이 오묘하게 다르거나 공기나 냄새가 다른 것을 매일 느껴요. 습도가 높은 날엔 색이 진해지고, 어떤 날엔 소리로 힐링되는 느낌을 받아서 그 순간 느꼈던 저의 감정들까지 그림에 담길지는 모르지만 전달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처음엔 괴산으로 시작해 요즘은 다른 곳들의 풍경도 담기 시작했어요. 괴산의 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산으로부터 힐링을 할 수 있다면 가끔은 바다가 주는 해방감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어 타 지역의 바다를 보러 가면 사진으로 남기려 하는 편이에요. 이 그림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잠시나마 자연을 느끼고 삭막하고 바쁜 일상에서 짧은 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괴산 '뭐하농하우스'
최예나 청년 '도이도이 스튜디오'


Q ‘도이도이툰’도 봤는데 그림이 너무 귀엽고, 공감과 위로를 주는 콘텐츠인 것 같아요. 어떤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도이도이툰’은 저의 기록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에 대해서 기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테지만 그중에서 제가 제일 접근하기 쉬운 그림으로 표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종종 어떤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나와는 다르게 멋져 보인다고 생각할 때가 있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보면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같은 어려움들을 겪는 사람이 많아요. 누군가 꼭 볼 거라고 기대하지 않고 그리고 있지만, 저의 툰을 보면서 누군가가 위로받고 공감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도이도이툰' 내용 일부


Q ‘도이도이’의 의미도 그렇고 ‘도전’ 그리고 ‘확신’이라는 키워드가 예나님께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순간들을 되돌아보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패션디자인과로, 패션디자인에서 공항 지상직으로, 또 여기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그때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바꿔왔던 것 같아요. 누군가는 이런 저를 보면서 쉽게 질려하고 끈기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이게 용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을 멈칫하는 저를 보면서 지금은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지금의 나’,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끊임없이 다짐하고 있어요.


Q 뭐하농스 혹은 청년마을 사업이 어떤 가치를 주었나요?

청년마을은 주저하고 있는 많은 청년들에게 기회와 확신의 장을 열어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지역 내에서 청년들이 꿈꾸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관심사 같은 사람들, 멘토들을 만날 수 있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해 줬거든요. 저는 청년마을에 참여하면서 마음속으로만 생각해 왔던 일들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Q 연장선상의 질문이지만, 청년마을에 와서 예나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뭐하농스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게 무엇일까 생각하면 바로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사람 때문에 지친 제가 사람이 다시 좋아졌으니까요. 처음 내려왔을 때는 ‘내가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어있던 상태였는데 다들 칭찬해 주시고 잘한다고 계속해 주시니까 마음이 채워지고 여유로워지고 너그러워지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어요. 뭐하농스의 청년들은 농사, 창업 등을 통해 시골이라는 공간에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었어요.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자신감을 많이 가졌고, 앞으로 많은 것들을 함께 해 나갈 친구들이 생겨서 든든합니다.


Q 앞으로의 꿈, 목표, 계획이 궁금해요.

일단 첫 번째로는 제가 꾸준히 제 삶의 주인공이 되는 게 목표예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배우고 도전하면서요. 하나의 계획이 있다면, 저는 취미 부자인데요. 지금 주로 하고 있는 아이패드 드로잉 이외에도 오일파스텔 드로잉, 뜨개질, 위빙, 비즈공예, 재봉, 점토공예, 칼림바 연주까지 손으로 하는 것은 이것저것 다 하고 있습니다. 괴산에는 센터에서 운영하는 장기적인 교육은 있지만, 한 번씩 접해 볼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 공간은 거의 없어요. 사람들이 나에게 맞는 취미를 찾기 위해 여러 공방들을 돌아다니는데 저는 이걸 제 공방 한 군데에서 다 해결시켜주고 싶어요. 제가 만든 제품들도 판매하고 저의 취미 생활들을 알려주고 함께 할 수 있는 ‘도이도이공작소’를 만드는 게 저의 꿈이자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청년마을에 참여하고 나니 세상이 넓어진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되고,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청년마을 청년들도 만날 수 있는 장도 경험하니 더 많은 청년들이 이 마을들을 경험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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