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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로 Nov 09. 2022

'나'를 찾아 나서서 좋아하는 요리를 하게 된 청년

경주 청년마을, '가자미마을'의 강윤혜 청년 이야기

나를 잃어갈 때쯤, 다시 나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청년. 
단순히 요리가 취미라는 이유로 경주 가자미마을의 요리 부원으로 과감히 지원을 해 3주 만에(1주 차 감포 지역 강의, 2~3주 차 요리 개발, 4주 차 소셜 다이닝 진행) 메뉴 개발부터 소셜다이닝까지 진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주의 특산물인 가자미를 활용한 요리를 개발하면서 누군가에게는 한낱 생선으로 여겨질 ‘가자미’를 통해 예상치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 강윤혜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가자미마을' 강윤혜 청년

Q. 감포에서 경험한 그곳 사람들은 어떠셨나요?

A. 처음엔 감포가 바닷가 마을이어서 굉장히 보수적인 동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보수적인 것과 별개로 굉장히 따뜻하게 저희를 반겨주시더라고요. 한 가지 일화가 있는데 저희가 가자미마을이 끝나고 한 달 만에 감포를 다시 방문을 했었어요. 그때 자주 갔던 식당의 사장님을 만나 뵈었는데 저희 목소리를 듣고 가자미마을 청년들인지 바로 알아보시더라고요. 저희는 짧은 기간 동안 그곳에 있었던 건데 사장님에게는 우리가 기억에 남는 청년들이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감포가 인구가 적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저희가 정말로 그분에게 특별한 기억이었기 때문에 저희를 기억해주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감포의 따뜻함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경주 감포

Q. 어떻게 경주 가자미마을에 오게 되셨고, 요리부에 지원을 하게 되셨나요? 

A. 일을 하며 스트레스가 쌓이고 제가 했던 일이 하는 일에 비해 돌아오는 성취감이 너무 작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것을 계기로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결국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죠. 그리고 퇴사를 한 후에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20대 초반에는 취향, 식습관 등 호불호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는데 퇴사를 하고 되돌아보니 그런 개성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 같이 느껴졌어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던 중 행정안전부 홍보기사로 청년마을에 대해 보게 되었는데 왠지 모르게 끌리더라고요. 그중 경주를 고르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제가 경주를 2번밖에 가보지 않은 곳이라 전혀 아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여길 가더라도 저를 편견 없이 대해주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 이유로는 경주 가자미마을에서 소셜 다이닝을 운영한다고 하였는데 제 취미가 요리거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셜 다이닝을 운영한다는 점이 경주로 오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어요.


Q. 요리부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메뉴 개발하는 경험은 어떠셨나요?

A. 4명이서 2주 만에 3일 동안 진행할 코스요리를 만들어야 했으니까 힘들 수밖에 없는 스케줄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불평, 불만을 하지 않고 버텨주어서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었어요. 누군가 포기하였더라면 이렇게 좋게 끝마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다들 살도 빠져가며 힘들었을 텐데 열심히 노력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다 함께 움직였으니 준비하면서 알게 모르게 더 돈독해졌던 것 같아요. 가자미마을이 끝난 후에는 요리부 팀원 4명을 포함한 스케줄이 가능한 타 크루원들과도 만나서 파티도 했어요. 저희가 표현은 안 했지만 서로서로를 아끼고 좋아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자미마을' 활동사진

Q. 메뉴 선정하는 데 있어서 개발까지 그 과정이 궁금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자미’는 요리부와 코알라님에게 어떠한 존재였나요?

A. 저희가 활동하는 곳이 가자미마을이었기 때문에 가자미는 반드시 활용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희 모두가 이곳에서 활동을 하기 이전에는 가자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맨 처음에는 각자 가자미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최대한으로 생각해냈어요. 그다음에 저희가 샐러드, 스프, 메인 이렇게 세 코스로 진행되는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을 해보았어요. 양식 음식과 가자미를 조합했을 때 어울리는지, 조리시설에서 조리가 가능한지 등을 따져보았어요. 초반에 저희가 가자미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더 다양한 음식을 시도할 수 있었어요. 틀에 박히지 않고 생각을 하니 더 많은 가능성을 보았고 더 많은 범위의 음식을 생각해낼 수 있었어요. 

가자미는 진짜 저희에게 미지의 세계였기 때문에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자미는 저희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소중한 경주 감포의 특산물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가자미를 활용할 요리를 정하고 보니 감포를 보다 더 알릴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같은 팀에 있던 경주 출신 친구에게 의견을 얻어 경주의 특산물로 쌀, 토마토, 체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경주의 특산물들을 활용하면 경주는 물론 감포도 잘 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쌀을 활용한 리조또, 체리를 활용한 디저트, 토마토를 활용한 샐러드와 스프를 만들게 되었어요.

'가자미마을' 감포 특산물 활용 음식

Q. 경주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메뉴라고 했을 때, 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가장 큰 목표는 ‘경주에 감포라는 곳이 있고 여러분이 평소에 먹던 식재료를 다른 방식으로도 조리할 수 있어요’라고 알리는 것이었어요. 제가 감포에 지내면서 감포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는 사람에게만 아는 장소로 남아있는 게 너무 아쉽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감포의 공간 공간을 최대한 음식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감포를 가장 대표하는 특산물은 가자미이지만 다른 해산물도 엄청 맛있거든요. 그래서 해산물 샐러드를 준비해서 감포에 다양하고 맛있는 해산물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스프는 경주 토마토를 활용하여서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스크스프를 만들었어요. 메인 요리에는 소셜다이닝이 가지마마을에서 주최한다는 것을 알리고, 가자미가 감포의 특산물임을 알리고 싶어서 가자미를 집중적으로 사용했어요. 또한 음료는 복숭아청을 활용해서 만들었어요. 이 복숭아 청은 저희 1기 활동을 하면서 열심히 지원해주신 동네 어르신이 계시는데 그분이 주신 복숭아를 활용하여서 만들었어요. 그동안 받은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분도 드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요리에 녹여냈습니다. 디저트 같은 경우에는 체리 와인을 활용했어요. 경주 체리의 색상과 그 맛의 상큼함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소셜 다이닝을 한 장소가 송대말 등대에 있는 빛 전시관이고, 시간도 딱 저녁시간에 노을 지는 시간이었어서 체리 디저트로 여름에 노을 지는 송대말 등대를 표현하였어요

저희의 모든 메뉴는 경주, 감포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을 모두 담았다고 볼 수 있어요.

'가자미마을' 소셜다이닝

Q. 메뉴 이름이 특이한데 왜 그렇게 지어졌는지 이해가 더 가네요. 

A. 메뉴 이름은 저희도 참여는 했지만 사실 홍보부가 저희 취지를 담아 너무 잘 지어주었어요. 보시면 해질녘 감포, 온통 여름, 한낮의 가자미 등 모두 감포를 표현하고 있어요. 감포의 공간, 시간 등을 모두 메뉴에 담고 싶었어요. 일정 중에 새벽 어판장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해가 일출되는 것부터 아예 다 뜬 것까지 다 보게 되었어요. 그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서 비스크스프의 이름을 ‘당신과 해오름’이라고 지었어요. 감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어판장도 작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가 감포의 하루를 표현하면서 이름을 짓고 요리를 제공하자 라는 의견이 나와서 감포를 담은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Q. 소셜 다이닝 이후에 가능성을 보셨나요? 혹은 아쉬웠던 점이나 개선할 점이 있었나요?

A. 저희는 경주에 거주하는 청년분들, 감포 주민분들, 가자미마을에 도움을 주신 분들을 모시고 소셜 다이닝을 진행했어요. 그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한 가지 있어요. 소셜 다이닝에 오신 분 중 한 분은 저희 소셜 다이닝을 통해서 원하셨던 게 분명히 있으셨더라고요. 보통 ‘가자미’ 하면 감포를 떠올리지 않고 속초랑 강원도를 떠올리기 때문에 ‘가자미’ 하면 떠오를 만한 감포만의 특색이 담긴 가자미 음식을 원하셨다고 해요. 이 부분에 있어서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느끼고 깨닫게 되었어요. 저희는 그저 독특한 조리법을 통해 가자미와 감포를 알리고자 하였는데 또다시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관점으로 메뉴를 더 개발해 보고 싶어요.

'가자미마을' 활동사진

그리고 감포는 노인 비율이 높기 때문에 가자미를 활용해서 다른 음식을 만들 생각을 못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소셜 다이닝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요리한 가자미를 드셔 보셨기에 이게 그분들의 새로운 경험이 되어서 주변 지인에게 ‘가자미를 다른 방식으로 먹어봤다’라고 얘기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소셜 다이닝 이후에 메뉴 발전 가능성을 봤다고 생각해요. ‘당신과 해오름’(스프)이라는 메뉴는 소셜 다이닝 내내 극찬을 받았어요. 해산물의 맛과 향이 정말 풍부했고 토마토와 잘 어울렸다는 평을 계속 받았거든요. 비스크스프 자체가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메뉴이다 보니 유독 반응이 좋았어요. ‘한낮의 가자미’(리조또)의 경우 이탈리아 여행을 갔을 때 먹었던 리조또와 같은 맛이 난다는 후기를 들었어요. 저희는 짧은 시간동안 만들었는데도 이런 극찬을 받았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감포에서 이런 식당을 만든다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감포의 이야기를 더 잘 담아낸 요리가 나와서 감포를 알리는데 더욱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가자지마을' 소셜다이닝 음식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거창한 계획은 딱히 없어요. 남은 2022년을 잘 보냈으면 좋겠어요. 제가 원래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가자미마을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나니 다시 한번 공부에 대한 확신이 생겨서 그 공부를 시작할 것 같아요. 저는 평소에도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감포에 가보니 “감포는 왜 이럴까? 왜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하고 이렇게 의견을 내는 거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런 것들을 사회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사회학을 더 공부하고 싶어 졌어요. 


Q. 경주 청년마을 경험을 기반으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청년마을 사업은 단순히 수치화해서 표현하기엔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희의 모든 일상, 같이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과의 관계, 감포에서 좋은 추억 등을 많이 쌓았는데 이런 것들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잖아요. 저희가 감포에 정착하지 않더라도 감포에 대해서 알리고 다닐 수 있으니까 이것이야 말로 감포를 홍보할 수 있는 진정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정착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을 살리는 데 부족한데, 오히려 방문자 수를 늘리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가자미마을만으로 이미 감포 홍보대사가 20명은 생긴 것과 다름없어요.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감포를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 이 인터뷰가 감포를 알리는 기회의 발판이 되면 좋겠어요.

'가자미마을'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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