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의 날

by Loche


오늘은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오후 체육의 날이다


아이들과 무주로 스키를 타러 갔다

무주로 간 이유는 오늘 무주가 그나마 덜 추워서 그래도 아침에 영하 10도, 강원도 스키장은 영하 18도 예보였기에


지난번 왔을 때 세 시간이 짧은 듯하여 오늘은 네 시간권으로 발권하였다 곤돌라가 강풍에 운행을 안 한다고 해서 코러스 리프트를 타고 하모니 리프트로 갈아타고 설천봉으로 올라가는 데 느리고 그늘져서 추웠다 곤돌라를 타야 그 안에서 매서운 바람도 피하고 아늑하게 쉴 수 있는데


오전 10시 좀 넘어서 팀장으로부터 메일이 날아왔다 당연 확인은 안 했다 그리고 12시 30분경 두 번째 메일도 제목만 슬쩍 보고

저녁에 집에 와서 노트북 키고 확인하니 퇴근 전에 답신 달라는 내용

이상해.. 이런 날에 왜 이런 메일을 보내는지

너 좀 또라이스럽다 가 아니라 꼰대스럽다

또라이라는 말은 멋지다는 의미이니까

나처럼 그리고 내 애인처럼


길게 생각해서 작성할 내용은 아니었고 A 또는 B 중에서 선택만 해달라는 간단한 것이기에 읽어보고 바로 답신을 해주었다


막내딸이 스키에 재미를 붙여서 같이 타는 맛이 있다 설천으로 두어 번 오르내리고 만선으로 넘어가서 또 두어 번 오르내리고

11시 정도 되니 전광판에 보이는 온도가 영하 6.8도 정도인데 따스하게 느껴졌다 춥지도 않고

다시 설천으로 넘어가서 또 두어 번, 그리고 다시 만선으로 가서 두 번 타고 오늘의 스키를 마쳤다


스키 타는 내내 허벅지를 많이 쓰며 운동이 많이 됨을 느꼈다 날은 춥지만 건강에는 좋은 스키 정신 건강에도 매우 좋다 청명하고 맑은 하늘과 공기 하얀 눈 산


작은 아들이 장갑이 손 시리다고 해서 한 시간 타고 내려가서 두꺼운 벙어리장갑으로 새로 사주니 더 이상 손 시리지 않고 따뜻하다면서 리프트에서 눈 감고 잠을 청하곤 했다


회수한 스마트폰을 오늘만 쓰게 해 줄까 하다가 폰 대신 산악용 무전기를 주었다. 애들이 폰을 안 보니 얼굴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편안함이 훨씬 좋아졌다 대화를 많이 하고 주변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당분간 폰은 주지 말아야지


큰 애가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둘 만 데리고 오니 운전은 오롯이 나의 몫 올 때는 할 만했는데 네 시간 스키 타고 운전하려니 얼마 안 가 눈꺼풀이 내려온다

집까지 30분 밖에 안 남았지만 너무 졸려서 휴게소에 들러 의자를 제치고 잠을 청했다 눈 떠보니 한 시간쯤 지났고 5시에 문 여는 식당 시간에 맞추기 위해 주유도 하고 농수산시장에 들러서 자주 가는 과일집에 가서 무슨 과일을 살까 살펴보는데 귤 가격이 5킬로 한 박스에 대체로 만오천 원에서 이만 원 사이에 있다

선뜻 고르기를 주저하는 내 시선을 예리하게 관찰하던 주인이 "만원 짜리도 있어요, 맛 좋아요"라고 뒤쪽에 있는 박스를 보여준다 알이 크고 괜찮아 보여서 두 박스를 샀다 좋은 과일을 저렴하게 파는 그 가게에 자주 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곶감도 세 봉지 사서 두 봉지는 애들 주고


"다음에 스키 언제 갈까? 모레 금요일? 아니면 주말? 아니면 다음 주 수요일이야, 아빠가 월요일 목요일은 바빠서 못 가거든"

"다음 주에 가자 아빠"

"그래 다음 주에는 기온이 올라간다고 하니 강원도로 가자"


오늘 후기를 적고 있는 지금은 사무실

몸의 느낌도 아주 좋고 기분도 좋다

강추위 속에서 네 시간 스키 타고 차로 돌아와서 부츠를 벗고 스키백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는 무척 노곤하지만 스킹 후의 만족감은 다른 몸쓰임에서는 얻을 수 없는 독특한 무언가가 있고 그래서 몸 근육의 피로가 풀리고 며칠 지나면 또다시 스키를 타러 가고 싶어 지게 된다


1월의 겨울이 이렇게 끝이 나고 이제 2월로 넘어간다

추위는 얼마 남았고 온기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의 생일도 점점 이 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