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새벽 출근

Life unpreDictable

by Loche


일상의 기록을 브런치북 형식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어제 올린 글 <나는 세컨드였다>가 브런치 독자들에게 알림이 안 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브런치북으로 작성한 다른 글은 조회수가 계속 올라가는 데 그 글은 제목이 엄청 자극적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매거진이나 브런치북의 형식이 아닌 개별적인 글들은 노출이 거의 안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조회수를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보다 브런치북의 형식을 갖추어볼까 한다


아이들과 강원도 스키장에 가기 위해 새벽 4시 전에 일어나서 졸린 눈으로 샤워를 하고 전처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서 깨웠다 그러고 나서 10분쯤 있다가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나와 운전을 나눠서 할 큰 아들이 몸살 기운이 있다고 못 가겠다고 한다 그럼 나 혼자서 왕복 운전해야 하는 데 그건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일단 취소하기로 하고 나갈 채비를 다 하였으니 회사로 출근하였다 자정 너머 잠들어서 네 시간도 채 안 잤으니 수면 부족이긴 하나 뜨거운 물로 정신은 잠에서 깬 상태라 다시 잠자리에 눕기도 그렇고 누굴 만날 거는 아니지만 샤워하자마자 누우면 머리 모양도 엉망이 된다


회사에 도착하니 새벽 4시 55분 뭐냐 이게 시간대에 출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설 연휴 꼭두새벽에 회사에 나오다니 정말 어이가 없군 사무실로 들어와서 실내등을 켜는데 조명 두 개를 다 키면 눈이 부셔서 하나만 켰다 아직도 몸은 안 깨어났다는 증거이지


삶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리마인드 하게 되는 날이다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중요한 것은 그렇게 물길이 갑자기 확 바뀔 경우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물결에 조화롭게 올라타는 것이다


스키장 도착해서 아침간식으로 먹으려고 했던 햄치즈 샌드위치와 샤인머스킷을 먹고 한 시간가량 책을 보다가 졸음이 쏟아져서 의자를 젖히고 보조 의자에 다리를 길게 뻗어 올리고 밖이 환해질 때까지 한 시간 반 정도 잠을 잤다 접이식 간이침대나 소파가 아니어도 충분히 편안하다 15년 전 퍼시스 매장을 직접 방문해서 하나하나 다 앉아보고 심사숙고한 끝에 픽한 의자답게 맘에 쏙 든다 잠도 잘 오고 허리도 안 아프고


긴 연휴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짧게만 느껴진다 이틀만 더 지나면 목요일 출근이군 계속하는 공부는 느리지만 깊이 있게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쓰는 어휘나 표현이 책 중에 다시 언급이 되는 경향이 있어서 점점 독서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버스 종점이 있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안쪽 편에 간판도 없는 단층 건물의 기사 식당이 있다 가격은 오천 원이고 다양한 채소와 나물이 있고 맘껏 먹을 수 있다 지역 탐방을 좋아하는 나는 늘 다니는 길보다는 계속해서 안 가본 길을 발굴하면서 살펴보는 편이고 그 식당도 예전에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갈 일이 없다가 회사에 개인 사무실이 생기고 주 7일 상주하게 되면서 주말이나 연휴에 그 식당을 종종 가곤 한다 영업시간은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 반까지인데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서 아무 때가 가도 되는 장점도 있다


오전 11시경 출출함이 느껴져서 이름도 없는 그 식당으로 또 갔다 지금까지 여섯 번 정도 갔을까 이제 주방 아주머님들도 내 얼굴을 알고 친근하게 대해주신다 그 기사 식당은 시에서 지정한 '지정 식당'이라고 한다 가격을 정하는 것도 시에서 하며 버스 기사님들에게는 식권이 배부된다고 한다 택시 기사님들도 오시고 동네 분들도 드시러 온다 이 식당 밥을 먹으면 속이 편하다 배도 빨리 꺼지고 오천 원에 이렇게 푸짐하게 잘 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시에 다른 지정 식당이 여러 곳 있다고 하는데 내가 걸어서 갈만한 곳은 여기밖에 없고 평도 좋아서 여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내일은 일어나서 아침도 먹으러 가볼까 떡국이 나온다는 데

백반으로 먹거나 라면 떡국 칼국수를 먹을 수도 있다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백반이다 다양한 채소와 나물을 먹을 수 있어서


사무실이 있어서 너무 좋다 반팔에 얇은 운동복 바지 차림으로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보고 공부한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