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자전거

또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by Loche


한 달 전 공용자전거로 시작해서 열흘 전부터는 개인자전거로 전환하였다. 비가 오거나 일정이 빠듯할 때만 드물게 차를 쓰고 출퇴근, 점심, 도시 안에서의 여러 볼 일 등, 대부분의 경우는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다. 차만 타고 다닐 때는 열흘에 한 번은 주유소에 갔는데 이젠 고속도로를 타지 않는다면 주유소에 갈 일이 거의 없어졌다.


참.. 습관이란 게 무섭다. 그동안 주유할 때마다 5만 원에서 7만 원씩 빠져나가는 카드 결제 금액을 보며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불변의 비용이고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내 무의식이 나를 눈에 보이지 않는 틀 안에 가둬놓았다는 것을 드디어 알아챘다. 이로써 고정 비용을 또다시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으며 이번 절감은 그동안 줄여왔던 다른 어떤 비용보다도 크다.


한 편 일주일 전 자전거 타고 꽤 거리가 먼 아웃렛에 아들이 학교에서 신을 슬리퍼를 사러 가다가 낯선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 기둥과 좁다란 기둥 사이를 통과하려던 중에 기우뚱하면서 옆으로 넘어졌고 무릎 부위에 심한 찰과상을 입었고 아직도 시큰거린다. 걸어가는 속도도 안되었는데 그처럼 심하게 다친 것을 보면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넘어지면 얼마나 크게 다칠지 상상만 해도 무섭다.

자전거는 정말 위험하고 자동차 운전하는 것 못지않게 방어적으로 라이딩해야겠다는 것을 무릎 욱신 시큰거리게 체감했다. 그래서 헬멧과 무릎, 팔꿈치 등의 보호대도 사서 착용하기 시작하였다. 단 한 번의 낙차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좀 불편하더라도 보호 장비는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타는 자전거는 MTB인데 자전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으니 여러 정보들을 살펴보고 있고 로드 자전거는 뭔가 알아봤는데 결론은 로드 타입은 타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다. 한때 자주 봤던 지인 중에도 로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큰 수술을 했다는 것도 떠올랐다. 오토바이 못지않게 자전거도 속도를 내면 부상의 위험은 급격히 높아진다. 느리고 안전하게 운동하면서 오래오래 타겠다.


유튜브에서 자전거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자전거를 타는 '스킬'을 배우고 익히는 게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 몸이 자전거 위에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도 연습해 보고 린아웃, 급정거 시에 몸을 자전거 뒤로 보내면서 균형 유지하기, 스키딩, 앞바퀴 들기, 단차 넘어가기, 아주 느린 속도로 가기 등 다양한 상황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것이 돌발 상황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예전 프랑스에 살던 초기에 데까틀롱에서 풀샥 MTB를 사서 신나게 타고 다니다가 빌라 현관 앞에 자물쇠 채워서 놔두고 잤는데 아침에 보니 사라진 경험이 있다. 그 외에도 여러 도난, 소매치기, 강도 다 당해봤으니 나의 주의와 경계심은 보통의 한국인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 길을 가다가 바퀴만 와이어락 채워놓고 주변 기둥이나 고정 거치대에 매 놓지 않은 자전거를 볼 때마다 눈 크게 뜨고 계속 쳐다보게 된다. "저 자전거가 아침에도 봤는데 저녁에도 그대로 있네? 그저께 봤는데 오늘도 그대로 있네?" 정말 놀라울 지경이다. 유럽 같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커피숍이나 도서관에서도 노트북 놓고 그냥 다녀도 안 없어진다는 영상도 많이 있을 정도로 한국은 신뢰 기반 사회이다. 이런 나라에 산다는 것은 진실로 축복이고 감사해야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혹시 모를 '만의 하나'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 절단이 어려운 고강도 섬유 케이블 락과, 움직임과 충격이 감지되면 귀 아프게 경보음이 울리는 디스크락도 온라인숍에서 샀다. 며칠 전 점심때 자주 가는 식당으로 향하다가 보였던 자전거샾에 들러서 헬멧과 폰 거치대와 수납 가방 사면서 15년 전에 60만 원 주고 산 내 메리다 MTB는 중고로 얼마쯤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샵주인 쓱 보더니 "요즘은 26인치 휠 타는 사람 없어서 가격 책정이 의미 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나는 내 애정하는 자전거를 도난당하고 싶지는 않기에 꽤나 묵직한 디스크락도 가지고 다닌다. "좀 무거우면 어때, 속도낼 것도 아니고 운동하는 거지 뭐. 마음 편한 게 최고야"


자전거 타기에 너무도 좋은 계절이다.


교통비 지출은 대폭 줄이고 몸은 가볍고 탄력 있게


무엇보다 안전하게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