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월 4일. 대학생이 된 아들의 입학식에 같이 갔다. 가면서 한 이야기는 주거비와 등록금은 지원해 주지만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서 쓰라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아직 노후 준비가 안되었고, 너 대학교 생활비까지 대줄 형편이 안된다. 창업 동아리도 알아보고 너에게 도움 되는 사람들 만나라. 주색잡기 멀리해야 돈이 모인다. 술 마시지 말고 여자가 네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잘 생각해라. 물도 사 마시지 말고 물병 가지고 다니면서 정수기 물 채워마셔라. 커피도 정말 필요한 경우 아니면 사 마시지 말고. 차 몰고 다닐 생각하지 말고 K-패스 교통카드 신청해서 버스 타고 다녀라. 차 있으면 돈 모을 수 없다. 사회생활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한 푼 아껴 쓰고 지금부터 돈 모으고 굴려서 빠른 시기에 경제적 자유를 얻어라. 지금부터 시작해야 된다. 대학교를 다니는 목적은 졸업장 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너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만약 학교 공부가 너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학교 그만둬라.
입학식 도중에 학교 건물들을 둘러보는데 학자금 대출 포스터가 보인다. 등록금 대출도 있고 생활비는 학기당 200만 원이다. 금리가 무려 1.7%!. 아들한테 톡을 보내서 학자금 대출 무조건 풀로 받아서 한 푼도 쓰지 말고 투자하라고 했다. 다만 요즘 시기가 조정기이니 일단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들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 신청 포스터도 있다. 검색해 보니 웬만하면 다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이것도 꼭 신청해서 받아라.
저녁에는 딸에게도 아들에게 말한 것과 똑같이 이야기했다. 너도 대학교 들어가면 생활비는 네가 벌어 써야 한다. 형편이 안되니 어쩔 수가 없어. 아빠가 간간히 투자금은 증여해 주겠지만 생활비는 네가 벌어야 한다. 학자금 대출도 다 받아서 투자하고 학교 졸업할 때 즈음에는 아빠가 지원해 준 금액 합쳐서 1억 만들고 10년 후에는 10억이 되어 있을 거다. 아빠도 요즘 돈 극도로 아껴 쓰고 아무도 안 만난다.
아이들은 요즘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기에 가만히 듣고 받아들인다. 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아이들도 정신 차리지 않는다. 부모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보면서 아이들은 따라 하니까.
톡으로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니 아들도 사랑해라고 답신을 보낸다.
딸에게도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지?" 말하니 끄덕끄덕 환하게 웃으면서 "응^^"이라고 동의한다.
애들이 과연 알바로 얼마나 벌어서 생활비를 충당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생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았지. 너희 나이에 너희처럼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닌 친구들도 없고. 대학생이 되었고 몸도 다 컸으니 자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엄마 아빠가 언제까지 너희들을 지원해 줄 수는 없어. 너희들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나도 더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 내 형편이 어렵더라도 말이야.
3월 4일. 오늘 나의 말이 아이들의 마음에 작지 않은 충격이 되었을 것이다. 어제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날이었는데 오늘의 쇼킹함이 아이들의 빠른 경제적 자립의 촉매가 된다면 더없이 기념할만한 날이 될 것 같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 너희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살 길을 찾아나간다면 엄마 아빠만이 아니라 온 우주가 너희를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