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대화를 하려면
첫날 입학식에 같이 가서 아이는 과모임에 보내고 나는 학교 캠퍼스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어떤 건물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아이가 배고프면 찾아갈만한 여러 식당과 카페에도 들어가 보았다. 수제 버거 가게가 보이길래 여기는 어떤 맛인가 하고 치킨버거를 사 먹어도 보고 점심시간에는 학생 식당에 가서 단체 급식도 맛을 보았다. 내 직장 구내식당보다 훨씬 가성비가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직장 구내식당은 발길을 끊은 지 오래되었다..) 바로 전 글에도 올린 것처럼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 대한 포스터도 보고 여타 안내 포스터들을 보면서 요즘 대학생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할까 하는 관점에서 학교와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돌아다녔다.
다음날에는 오리엔테이션과 학생성장특강이 있었는데 앞으로 아이와 대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를 이해함에 있어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휴가를 내고 참석하게 되었다. 나 때의 대학생활과는 많이 다를 것이고 요즘 대학교는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는지 궁금하였다. 또한 특강 내용 중에 내가 모르는 낯선 것, 새로운 트렌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동기 부여가 될만한 내용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고 그런 것들이 나의 배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추측을 하였다. 맨날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신선한 자극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였다.
당연하게도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이라, 아이가 같이 오면서 "아빠가 들어올 수 있을까?"라고 묻길래 내가 "안될 게 뭐 있어, 넌 신경 안 써도 돼, 너랑 따로 떨어져서 다닐 거고 아빠가 알아서 할 테니."라고 했었고 역시나 안내를 맡은 교직원들과 과선배들은 나를 친절하게 강당 빈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일단 맨뒤 자리에 앉았고 잠시 후 아이와 같은 과 학생들이 들어와서 중앙블록에 착석하는 것을 보면서 재네들이 아이의 과친구들이 되겠구나 하면서 지켜보았다. 사방을 둘러보는데 나 같은 학부모는 단 한 명도 없어 보였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지극정성이다. 아이와의 현실감 있는 대화를 위해 휴가를 써가면서까지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는 아빠. 아이의 최신 학교 생활이 어떤지는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본인의 낡고 시대에 뒤쳐진 학창 시절 경험만으로 훈수를 두는 부모는 자녀와의 대화가 잘 흐르고 통할 수가 없기에 결국에는 점점 대화의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비단 자녀와의 관계뿐 아니라 우리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대방 입장이 되어 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언제나 필요하다. 단지 생각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놓여있는 현실 세계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더 이해가 쉽고 대화가 잘 흐를 수 있다.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자녀이다. 학교와 사회에서 만나는 친구는 엄밀히 말해서 평생 친구가 아니라 <시절 인연> 또는 <도반>이다. 내가 가는 길에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사람만이 그때 잠깐 내 길동무가 되고 가는 길이 달라지면 관계는 끝이 난다. 나중에 우연히 길이 교차되면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모를 일이다. 단짝 친구니 절친이니 하는 말은 대다수의 경우 변화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는 정체된 이들에게만 존재한다.
첫 번째 강연 연사는 기업강연을 업으로 하시는 양수영 강사님이었다. 아래 사진의 「관심종자」라는 책을 내신 분이고 "무지성"에 대해서 말하였다.
"여러분들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만큼 어려운 게 아니다, 재밌을 것 같아 보이는 것이 있으면 그냥 한다" "무지성"으로 하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걸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재밌어 보이는 거를 하다 보니 얻어걸린 거다." 어른들이 말하는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에서 일꾼으로서의 개미와 게으른 배짱이 비유는 <사회적 가스라이팅>이라고 강사는 말하였다. 지금은 베짱이처럼 노는 아이도 중요하다고 한다. 학교에서 빼먹을 것들을 찾아봐야 한다. 재밌어 보이는 거 있으면 꼭 빼먹어라. 외부 공모전도 놓치지 마라. 생각이 넓어진다. 깍지를 껴보면 원래 하던 식으로만 깍지를 끼는데 양 엄지를 위아래 반대로 깍지를 껴보면 매우 어색하다. 이처럼 안 해보는 것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고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은 3%에 불과하다.
표지 사진의 니체의 낙타 사자 어린이 비유를 통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낙타는 일만 한다. 주어진 미션에 적응되면 안 된다, 사자는 용맹스럽지만 고집도 세서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아이는 용을 보고 용 귀여워, 똥구멍이 요만해라고 말한다. 아이처럼 잘 노는 방법을 더 배워야 한다. 실패하면 어때 또다시 시도하면 된다.
친구 잘 만나라. 어떤 친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호기심을 파고드는 친구》가 좋다. 술친구 말고.
두 번째 연사로는 조상호 강사님이었다. ㅂㅂ 을 화면에 띄우며 연상되는 단어를 떠올려보라고 했다. 집단 군에 따라 연상되는 단어가 달라진다. 어디는 빅뱅, 별빛도 나오고, 또 보호관찰소에 가면 불법 방법 등의 단어가 나온다고 한다. 다른 단어가 왜 안 떠오를까,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익숙한 것만 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나를 노출시켜라. 내가 경험해 본 것은 실패하든 성공하든 나의 자산이 된다. 대학에서 기대하는 것은? 학교가 나를 어떻게 성장시킬까, 연대: 어떤 사람을 만날까, 나.
게임의 판이 어떻게 깔려있는지를 아는 것이 효율을 좌우한다. 아래 숫자 군에서 20초 동안 1부터 순차적으로 찾아가라. 다음에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가리키고 입으로 말하며 다시 해봐라. 더 빨라진다.
이번에는 아래와 같이 선을 그은 후 다시 찾아보라.
이처럼 게임의 판을 알면 아주 쉬워진다.
그러므로 그저 개미처럼 노력만 하지 말고 내가 어떤 판 위에 서 있는지부터 파악해라.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가장 큰 차이는? 대학은 내가 다 알아서 해야 한다. 첫 번째로 학교 홈페이지를 활용해서 정보를 파악한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을 다 빼먹어라. 그러려면 학교 판을 알아야 한다.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에게 뭘 줄 수 있는지 판을 알아라.
태도 Attitude
태도는 기대로부터 나온다. 나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믿음, 기대, 태도. 백만 원짜리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는 사람의 복장, 기대, 태도는 평범한 중국집에 짜장을 먹으러 가는 사람의 태도와 많이 다르다. 나에 대한 믿음이 내 태도와 기대를 결정한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다. 갓생 사는 방법, 미라클 모닝 챌린지, 생산적인 하루 등의 방법도 나에 대한 믿음을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대외활동이 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도전했더니 연결점이 생긴다. 경험을 통해 지혜가 생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학교를 넘어 나가 보라.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 배우고 축적하라.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계속 질문하라. 나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내가 있는 판을 넓히고 쌓아라. 나는 그 무대에서 무엇을 할까를 고민해라. 새로운 직업을 만든다. 내가 하고 싶은 새로운 일을 창작을 해라.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이름을 퍼뜨린다.
위 두 분의 매우 유익했던 강연이 끝나고 학교의 도서관과 수업들에 대한 안내 그리고 여러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이것들을 주욱 보고 들으면서 아이가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하겠구나 하는 향후 추정도 가능하였고 나 또한 내 인생을 대학 새내기처럼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할지 새롭게 다짐해 보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아이에게 내가 강연을 들으면서 컬러노트앱에 메모한 글과 사진들을 톡으로 보냈다. 아빠는 이 나이에도 여전히 배움의 자세를 가지고 있고 너도 그러기를 바란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너에게 이렇게 관심이 많고 네가 잘되기를 바래. 이제 시작이야. 아빠보다 더 잘될 수 있는 시간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서두르지 말고 방향을 잘 잡고 꾸준하게 가면 된다 내 아들아. 아빠가 응원할게. 아무리 힘들어도 네 곁을 떠나지 않을게. 아빠는 너에게 안전기지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