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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Mar 25. 2020

위로


이 되어먹지 못한 세상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깊게 하다 보면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다 결국 마음이 한없이 외로워지는 순간이 있다. 나 혼자 외딴섬에 덩그러니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순간. 나는 분명 실재하는데 마치 세상 속에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순간. ‬

‪그럴 때 어디선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거나 듣게 되면 서로 잘 알지 못해도 서로의 존재 자체만으로 은은한 마음의 위로가 되곤 한다. 우리가 세상에 대한 분노로 인해, 슬픔으로 인해 마음이 외로워질 때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들을 굳이 이런 곳에 쓰고 말하게 되는 것은 어디선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자 발산하는 전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글과 말들이 당면한 어떤 문제들을 당장 해결하지는 못한다 해도 이 되어먹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서로 의지가 될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또 어디에 계신가요? 다들 힘내요. 라는 어떤 텔레파시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

‪어쩌다 인간이 되다만 군상들 틈바구니 속에 태어나 뭐하자고, 어쩌자고 지금을 살고 있을까 생각을 하다 한없이 마음이 내려앉았을 때 기억이 난다. 뜨거운 가슴으로 아무리 분노하고 떠들어도 변하는 것이 없던 그 학습된 무기력이 나를 어둠으로 몰아넣었고 그러다 이십 대 청춘을 허무주의에 빠져 무기력하게 보내고 말았다. ‬

‪긴 터널을 빠져나온 언젠가, 이제는 되도록이면 입을 다물고 손가락은 그만 놀려야겠다 생각했지만 세상에 대한 분노와 좌절로 마음이 외로운 어떤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또한 나에게도 위로가 되기에) 이따금씩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당장 물리적으로 물질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어도 감정의 공유와 정신적인 위로라도 함께 하고 싶다. ‬

‪세상에는 태생부터 인간의 탈을 쓴 악마와 짐승들이 가득하고 또 겉으로만 그럴싸한 거짓부렁 위선자들도 너무나 많지만 어디엔가 결코 그렇지 않은 진짜 사람다운 사람들이 인종, 국적, 종교, 성별 등을 초월하여 소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마음이 외로워 혼자라고 느낄 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마음이 맞고 서로 의지가 되는 누군가가 옆에 함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이전엔 스스로 의기소침해 땅만 보고 고개를 돌릴지 몰라서 외로웠지만 이제는 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함께 마음을 나눌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전파를 남긴다. 마음이 외로운 누군가를 위해서도. 내 마음의 외로움을 위해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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