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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Sep 09. 2020

‘붉은하늘’ 이야기


2013년 이맘때 제주도에 갔다. (그때가 두번째. 여태 두 번 밖에 못가봤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라산 정상도 밟아보고 좋은 분이 초대해주셔서 서쪽 바다 금능 해변에서도 하루를 보냈다.

그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는 날이었는데 카페 문 앞에서 배웅해 주시는 모습에 마음이 참 아련해지고 뭔가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오랜 벗과 헤어지는 느낌 같이. 다시 볼 기약없이.

버스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가는 길에 아쉬움에 창문 밖 서쪽 바다를 바라보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뭔가 닿을 수 없는 곳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고 나는 그저 챗바퀴 일상을 살아가는 미물 같았다. 나는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챗바퀴에 올라타러 제주공항을 향하고 있었다.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창문 밖만 바라보며 연신 눈을 깜빡였다.

서울 돌아오기 전 약속을 했었다. 다시 제주도 여기를 방문할 때는 곡을 하나 써서 가겠노라고. 그리곤 며칠 지나지 않아 그때의 서쪽 바다 느낌으로 곡을 썼다. 제목을 '그곶'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그냥 나만 알고 나만 부르는 곡이 되었다. 공개된 적이 없고, 공개될 일이 없었다.

밴드 합주를 하러 늦은 시간에 홍대 앞으로 갈 때면 서쪽 하늘에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광경을 정말 자주 본다. 그때마다 제주도에서 서쪽 바다를 눈물 지었던 생각을 한다. 그때 나는 뭐가 그리 아쉬웠고 뭐가 그리 가슴에 사무쳤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딱히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닿을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한 그리움, 아련함, 동경. 뭐 그런 것 때문인 것 같았다. 사실 난 어릴 적에 서쪽 바다에서 살았다. 아직도 그때 일몰을 보던 기억이 난다. 그런 유년 시절들이 오버랩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 느낌을 가지고 곡을 다시 써야겠다 생각했고 곡을 발표하고 공개를 하기 위해선 밴드 곡으로 우선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곤 그 곡의 노래 멜로디는 이 전에 썼던 '그곶'의 멜로디를 가져왔다.

그렇게 '붉은하늘'을 썼다.

나는 해가 저무는 서쪽 바다를 보면 내 꿈들도 보이는 듯 하고 또 닿을 수 없는 좌절도 보이는 듯 하다. 내 미래의 삶도 보이지만 또 죽음도 보인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보이지만 먼저 떠나간 사람들도 보인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함께 보이며 늘 생각 속에 공존한다.

닿을 수 없는 모든 것들이 늘 생각나고 그립고 가슴에 사무친다.

그런 마음으로 '붉은하늘'을 쓰고 불렀다. 언젠가 훨훨 날아서 그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영원히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언젠가.

"늘 생각해.

붉게 물든 하늘 넘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2016.09.09.


https://youtu.be/RiY2v2Jgp5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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