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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Mar 29. 2020

나는 이런 것들을 사랑이라 생각한다


이번 앨범은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들 생각들 또 경험들. 정말 많은 것을 담았다. 대개 은유와 상징으로 치장하고 함축해 쉽사리 알아차리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궁금증을 가져주고 또 공감해주고 하면 매우 기쁜 일일 것이다.

나는 농담처럼 우리 음악은 알고 보면 다 사랑이야기라고 이야기한다. 근데 그것은 농담이 아니다. 사람들이 '사랑'이란 단어를 너무 한정적으로만 인식하는 것뿐이지. 나는 사랑이란 관념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근본이며 너무나도 넓고 깊은 것이다.

길거리의 가로수. 덩그러니 남아있는 공중전화박스. 오래전 옛 친구가 보냈던 편지.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 그때 함께 울었던 그 공원. 아버지와 같이 낚시했던 그곳. 군대 가기 전 친구랑 떠났던 여행. 먼저 떠나간 사람의 향기 등등 이런 모든 것들이 바로 사랑이다.

가족과 함께 떠난 과거의 여행, 또 다가올 미래의 여행. 제자들이 어느새 훌쩍 커 연락 올 때의 기쁨. 까마득한 옛 친구의 결혼 소식. 어릴 적 뛰어놀던 그 놀이터. 그땐 그랬었지 문득 생각나 슬며시 짓는 미소. 비 오는 날 뜻밖에 흐르는 눈물. 추운 겨울 텅 빈 거리에서 느껴지는 쓸쓸함. 등등 이런 모든 것들.

나는 이런 것들을 사랑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늘 시간과 공간 속에 남아있는 이런 감정과 생각과 경험을 노래한다. 모든 것은 늘 내 눈앞에 그림처럼, 사진처럼 펼쳐져 있다. 나는 그걸 하나씩 하나씩 모아 사람들 귀에 들리게 음악으로 만들 뿐이다. 별로 듣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2016.08.20. 쓴 글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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