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새 학기.
오랜 시간 학교에 사알짝 발 하나 걸치고 있다 보니, 멋지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음악 전공의 특성상, 단 한 학기 잠깐 만나는 친구도 있고, 몇 년을 걸쳐 만나는 친구도 있고 다양한데, 사람마다 음악 취향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결이 다르니, 잘 맞을 수도, 안 맞을 수도 있지만, 모든 인연들이 단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경우가 없다.
여태껏 그래도 학교에 남아 있는 이유는, 매년 누구를 만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 새싹 같은 멋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왠지 모를 기대감과 이 친구들이 무럭무럭 자라날 때 남는 보람과 뿌듯함 정도일 듯싶다. 비록 결과와 미래를 보장해 줄 수는 없지만, 이 친구들이 어떤 꿈을 꿀 때 그 인생의 짧은 순간에 가이드로 만나 살짝 발을 맞춰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꽤 중요하면서도 보람찬 일인 것이다.
작년에는 유난히 졸업 예정자가 많았는데, 1학년 첫 학기 때부터 만나서 4년을 통째로 함께 한 친구들도 몇 있었다. 1개월을 만나든, 1년을 만나든 단지 그 기간만으로 인연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이렇게 4년을 통으로 함께 하는 경우가 꽤 드물기 때문에, 올해 새 학기가 되니 매년 보던 이름이 없어졌다는 것이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친구들은 비로소 알에서 깨어 후련하게 새 출발을 하는 순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작별의 순간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학교는 인생에서의 작은 일부의 순간이고, 그 이후에도 길고 긴 시간 동안 얼마든지 인연은 이어지는 것이지만 그래도 한 챕터에 마침표를 찍고 넘어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시절이 이렇게 또 지나가는 것이다. 그놈의 한 시절 타령. 나는 문득문득 인생에서 한 시절이 지나가는 것을 느낄 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어느덧 3월이 되어 생동하는 새 학기가 되었음에도 뭔가 아련한 기분을 느꼈다. 물론 반가운 새 얼굴들을 또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떻게 보면 매년마다 애정하는 친구들을 하나둘 떠나보내는 것이다.
음악 생활을 해오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인연들에서도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 해도 만나게 되고, 만나지 못할 사람은 어떻게 해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났다면, 조금은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학교 신입생 때 만났던 친구들이 어느덧 가정을 이루고 엄마, 아빠가 되어 있기도 하고, 번듯한 사장님이 되고, 멋진 직장인이 되어 있고, 또 음악인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흐뭇한 마음과 함께 그만큼 세월이 흘러 나도 나이 들어가고 있구나를 새삼 깨닫게 된다. 꼰대와 노땅이 되지 않게 부단히 노력해야 되는 시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이 들어가는 가이드의 존재가 조금씩 멀어지고 잊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리일 것이다. 그나마 소셜미디어가 있어서 조금은 연결되어, 소식을 보고 들을 수 있으니 나름 옛날보다 좋은 세상이네. 라는 생각을 한다. 뭐 그 정도면 됐지 뭐.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잊혀지면 잊혀지는 대로 자연스럽게.
나와 인연이 닿았던 모든 친구들, 음악이든, 아니든, 뭘 하든지 간에 어딘가에서, 모두들 인생을 즐기며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욕심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늘 ‘아름다운 가치’를 잃지 않고 빛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2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