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세기말 바이브. 오글오글.
나우누리 메탈체인이랑 클럽문화발전소 활동하던 시절. 태봉이도 거기서 만났다. 이때는 ’인디‘라는 말이 없었고, ‘언더(그라운드)‘라고 했었고, 홍대에서 모던록과 펑크가 부흥할 때 압구정에서는 하드록, 메탈이 강세였다. 나는 그땐 스래쉬/블랙 메탈에 완전히 빠져있을 때라 솔직히 홍대보단 압구정을 훨씬 많이 갔었다. 오렌지족이 한참 출몰하던 압구정이었지만 어느 뒷골목 한 켠에선 수많은 메탈밴드가 활동하고 있었지. 롹커랑 타임투록 알면 그 시절 찐 메탈팬.
그때 만났던 나름 언더에서 활동하던 형, 누나들은 지금은 어디서 뭘 하며 지내고 있을까. 록메탈 키즈나 다름없는 나를 많이 귀여워해주고 이뻐해 주던 몇몇 분들이 있었는데 나를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다. 잠깐 활동하다 군대 갔다 온 후 정식으로 음악 공부 하겠다며 완전히 다른 길로 새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살 길 찾아갔고, 밴드 생활을 다시는 안 하겠다 생각했는데, 어느덧 지금의 밴드를 느지막이 시작해 10여 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그땐 이런 음악을 하며 이렇게 살게 될지 꿈에도 몰랐다. 마음이 이끄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들 찾고, 부끄럽고 창피한 건 덜 하다 보니 어떻게 지금은 이런 음악과 생활을 하며 살고 있다. 참 희한한 일이다. 하고 싶은 음악들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찾으라고 제자들에게 얘기 많이 하곤 하는데, 20여 년이 넘는 세월의 경험이기도 하고 여전히 나도 현재진행형인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또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언제까지 활동할 수 있고, 얼마나 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아니면, 언제 나는 퇴물이 되어 잊혀질까.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고 슬프기도 하다.
늘 생각한다. 쥐구멍에 숨고 싶고, 창피했던 순간조차도 나의 음악 인생이고 역사라고. 그때가 있으니 지금이 있는 것이라고. 아직도 나는 부족한 것투성이고 이루고 싶으면서도 이루지 못한 것들 투성인데, 미래에는 꿈꾸는 것들이 조금 더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이루어져 가고 있는 중일까? 잘 모르겠지만, 그때도 다시금, ’내가 지금 이렇게, 이런 음악을 하고 있을지 꿈에도 몰랐다.’는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꿈이 사라져 가는, 꿈을 잃어가는 이 시간에 서서 나는 여전히 꿈을 꾼다. 느려도 조금씩. 느려도 조금씩. 언젠가는 오래된 이 영상을 보듯 지금 이 시절을 추억하겠지. 부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본다.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