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은 원래 1집 [의식의흐름] 앨범 작업 때 만들어진 곡입니다. 1집 앨범 러닝타임을 총 100분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까지 작업하던 중, 곡의 완성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편곡을 거듭하다 보류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집 발매가 너무 늦어질 것 같아 더 이상의 수정 작업을 중단하고 이 곡을 뺀 채로 1집을 발매하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1집에서 빠진 또 하나의 곡은 ‘인간실격’입니다. 이 두 곡이 1집에 담겼다면 100분은 너끈히 넘겼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1집의 큰 컨셉은 우주입니다. 더 나아가 마이크로(Micro) & 매크로(Macro) 개념으로, 저 멀리 있는 거대한 우주가 우리 각자의 마음과 내면, 의식, 그리고 추억 속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주된 컨셉입니다.
'중력'도 1집의 연장선이라 그 컨셉의 일부입니다. 우리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사고, 생각, 의식이라는 관념은 곧 신경 세포인 뉴런의 상호작용인데, 이 뉴런은 우주의 네뷸라(성운)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만든 곡입니다. 즉, 이 또한 마이크로 & 매크로 개념인 것이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리고 좌절과 고통의 순간에서 일어나는 우리들의 모든 사고와 생각, 의식이라는 관념이 마치 우주에서 끌어당기는 중력처럼 나를 절망의 나락으로 끌어당긴다는 관념의 무게, 즉 '관념의 중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곡을 만들 때 항상 어떤 이미지나 장면을 떠올리며 작업하는 편인데, 이 곡 '중력'을 만들 때는 뉴런과 네뷸라가 합성된 형이상학적인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그 실체가 뉴런인지 네뷸라인지 알 수 없도록 그 관념을 마치 추상화처럼 시각화하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이후 2집 작업을 하며 '중력'을 재편곡해 완성한 후, 꼭 뮤직비디오는 이 뉴런과 네뷸라를 활용해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여의치 않은 여건으로 '중력'의 뮤직비디오는 제작되지 못했습니다. 어설프게 만들기보다는 아예 만들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입니다. 대신 이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 AI 시대가 되어, 그때 구상했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스케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서야 여러분들께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네요.
여러분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나락으로 이끄는 관념의 무게를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저는 많습니다. 하지만 늘 견뎌내고 있습니다. (이겨낸다는 말은 전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노래로 만들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 아슬하게 서 있을지라도, 어쨌든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니까요.
2026.02.22.
https://youtube.com/shorts/aNyFhyw0Q7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