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조금씩 흘러 애정하는 제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벅차고, 뿌듯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아아 나는 그만큼 이제 나이를 먹었고 조금씩 자리와 기회를 물려줄 때가 되어가고 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지난 공연에는 윤수랑 함께 했고, 지지난 10월 공연 때는 잔류파 현지랑 함께 했고, 그전 6월에는 피에타 남훈이, 석민이, 승찬이랑, 오래전에는 해경이랑, 더 오래전에는 펀시티 상번이랑,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는 사라랑도 함께 했다.
그 친구들이 학생 시절에, 야야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이제 뮤지션 대 뮤지션으로 필드에서 만나게 될 거야. 라고 응원하곤 했는데 보란 듯이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제자들과 한 공연장에서 같은 라인업으로 있을 때 누구보다 반갑고 뿌듯한 기분이 든다. 이제는 선생님이 아니고 그저 음악을 조금 더 앞서서 한 선배이자 동료 뮤지션뿐인 것이다.
물론 음악 활동은 하지만 공연을 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고, 이제는 음악을 아예 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지만, 음악과 관련 없이 다들 멋지게 성장해서 자기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고 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을 한다. 1학년 때 똘망똘망한 눈으로 수업을 듣던 이 쪼그마한 친구들이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었는지 참 신비롭기도 하고. 이렇게 소셜미디어가 있어서 그래도 알게 모르게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살가운 성격이 못 되어 표현은 잘 못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제자들의 결혼과 출산 소식을 들어오다가 새해 1월이 되어 2주 연속 결혼식에 참여하고, 함께 공연도 하게 되고 하니, 제자들의 성장, 그리고 나의 시듦, 그런 시간과 세월의 흐름이 문득 더 와닿는 것 같다. 나도 제자들도 모두 나이 앞자리가 바뀌었다는 사실. 오래 만난 제자들과는 이제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후배이자 동생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래간만에 이런 생각을 하니, 제자들의 땀과 눈물, 열정이 담긴 CD를 한번 모아보고 싶어져서 사진에 담아 봤다. 고맙게 나를 찾아준 제자들의 CD. 함께 작업했던 그때의 기억도 떠오르고, 또 CD에 담긴 글귀를 보니, 나도 그 고생과 행복감과 박탈감을 알기에 뭔가 애틋한 마음이 든다. 이제는 활동을 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고, 아직도 꾸준히 해나가는 친구도 있는데, 어쨌든 모두들 멀리서나마 늘 응원하고 또 응원하는 마음뿐이다.
제자들의 성장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문득문득 소식을 듣고, 또 이따금씩 함께 할 때 그래도 나름 부끄럽지 않게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몇 년 전부터 이제 조금씩 내려가고 사그라지는 길목에 즐거운 일이 뭐가 있을까. 그저 애정하는 제자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것 뭐 그런 게 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 친구들의 인생에 내가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늘 기쁨과 보람이고, 나 스스로에게도 작은 위로가 된다.
나와 인연이 닿은 모든 친구들, 음악을 하든 안 하든,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가정을 이루든 안 이루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모두들 자기 나름대로의 아름답고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가길 늘 응원한다.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