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가 아직 배우지 못한 것
인간의 걷기는 흉내 낸다고 되는 동작이 아니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걷지 못한다.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세우고, 실패하면서
몸으로 체험하고 배우며 걷게 된다.
인간은 걷는 방법을 외워서 따라 하지 않는다.
중력 속에서 실패하며 배운다.
로봇이 걷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1. 컴퓨터 안에서는 잘 걷는데, 실제로는 넘어지고
2. 새로운 길이나 울퉁불퉁한 땅에서는 금방 흔들리며
3. 넘어지지는 않지만 어딘가 이상하고 부자연스럽다.
4. 무엇보다,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로봇보다 못 걷는 아기나 노인도 사람 같은데,
로봇은 로봇 같다.
왜 그럴까?
나는 그 이유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로봇은 인간의 걷기를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배웠기 때문이다.
인간의 걷기에는
데이터나 숫자로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1. 아기 때부터 자라며 몸이 바뀌는 시간 <발달>
2. 넘어졌을 때 다시 균형을 잡는 방법 <보상>
3. 다치거나, 나이가 들며 달라지는 몸의 선택
<비정상·손상·노화·회복>
4.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중력에 대한 몸의 반응
<단 한 번도 같지 않음>
하지만 우리는 보통
“어떻게 움직였는가”만 본다.
진짜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지다.
진짜 몸은
결과물인 책이나 영상만 보아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데이터만으로도 완성되지 않는다.
인간의 몸은
숫자보다 먼저 느낌으로 배운다.
시간과 실패가 필요하다.
여러 번 해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몸과 뇌가 함께 바뀐다.
그래서 좋은 움직임에는 정답이 없다.
그 순간의 상황에 맞게
몸이 고른 선택일 뿐이다.
같은 못을 박아도
한 사람이 두들기는 망치질은
매번 조금씩 전부 다르다.
하지만 로봇이 하는 망치질은
언제나 똑같다.
사람이 걷는 한 걸음, 한 걸음도
모두 다르다.
반대로 로봇의 걷기는
넘어지지 않도록
정확하게 반복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넘어질까 봐 걱정하지만,
로봇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완벽해진다.
우리가 만든 세상은
점점 더 완벽해지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람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하고,
청소와 설거지도 기계가 더 잘한다.
계산은 말할 것도 없고,
글을 쓰는 능력도
이제는 AI가 더 잘하는 시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렇게 완벽한 세상을 만든 인간 자신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완벽해질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의 몸은
단 한 번도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지 않는다.
사람은 넘어지며 배우고,
로봇은 넘어지지 않게 설계된다.
그래서 둘의 걷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은 점점 넘어짐을 두려워하고,
로봇은 점점 더 완벽해진다
사람은 영원히 완벽하지 못하기에,
그 완벽함을 평생 동경하며
밖으로 끝없이 만들어내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