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에게
더위가 지나가려 하는지 시원한 가을비가 내리고 있는 한가로운 가을의 아침이에요. 공방 문을 열고, 어제 미리 청소를 한 덕분에 단정한 가게에 들어서며 좋아하는 ost음악을 틀고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글을 쓰기로 결정하고 계속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절친하고 취향이 아주 잘 맞는 언니가 언젠가 보내줬던 영상의 썸네일이에요. 라벤더 밭이 펼쳐진 맑은 하늘 아래 백발이 어쩐지 다정하게 내려앉아 보이는, 하얀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께서 바구니에 라벤더를 수확하는 이미지였습니다. 영상을 본 것도 아닌데 저의 무의식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이미지인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도 그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네요. 책을 열어가면서 따뜻한, 평화로운, 아늑한, 지금 떠오르는 이미지의 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저는 느림, 여유로움, 편안한 잠옷, 느슨하게 묶은 긴 머리, 느긋한 마음, 상큼한 향기, 옅은 초록빛, 지금처럼 떠오르는 단어의 나열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잘 읽히는 책을 좋아해서 저의 글을 읽으시는 분이 아늑하고 따뜻한 곳에서 옅은 미소로 평온하게 읽으시는 모습을 떠올리며, 한자씩 적어 내려가 보려고 합니다.
챕터 속 저의 이야기들은 글을 쓰면서 발견한, 잊고 지낸 저의 순간들입니다. 39살인 저를 29살인, 19살인 제가 바라본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어요. 아마 모든 것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39살의 저는 여전히 잘 모르겠기도, 알겠기도,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누군가도 저처럼 흔들리기도, 멈춰있는 순간에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흔들려도 이제는 조금 중심을 잡는 법을 익혀가는, 저와 같은 누군가에게 이 글을 조심스레 건네봅니다. 저의 이야기를 편하게 따라가시다가 문득 나의 행복을 발견하시길 바라보는 마음도 조심스레 건네어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러다 나도 그 누군가와 비슷하기에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향기롭지만 아직 알아채지 못한 당신에게, 나에게 나지막이 찬찬히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