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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드마의 일상 Aug 26. 2021

전 액션영화보다 잔잔한 시골영화요.

[영화] 파드마의 작은 숲



나는 섬에서 태어났고, 기억이 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나의 배경엔 물과 풀을 집 주변에서 언제든지 볼 수가 있었다. 어른이 된 내가 자연을 이토록 그리워하고 있을 줄 그땐 생각지도 못했다.


십 대의 나는 '어른이 되면 서울에서 화려한 삶을 살겠지.'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막상 서울에서 뭔가를 이루기 시작했을 때엔 오히려 허무한 마음이 가득했다. 일상을 제쳐 두는 바쁨의 결과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무언가 이뤄냈다는 것보다 무언가 놓치고 사는 게 나에겐 더 큰일이었다.


서울살이를 이어가며 '나이가 들면 귀촌을 해야겠다'는 어릴 적부터 해왔던 막연한 생각이 1년, 2년 지날수록 점점 빨리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의 고민과 맞물려 개봉한 영화 한 편이 있다.


내 인생의 흐름을 뚜렷하게 알려준 영화. 나 말고도 누군가들의 인생 영화 '리틀 포레스트'이다.


4계절의 흐름과 특색이 오롯이 들어있고, 일본 작품과 다르게 그들의 삶들을 친근하게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난 후 주인공들과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고, 주인공 혜원보다도 혜원의 엄마 이야기가 왠지 나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고 느껴졌다.

영화는 열린 결말이었지만,

난 혜원의 엄마가 돌아왔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도 혜원의 엄마처럼 많은 경험을 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더 나은 선택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한 것을 이곳에서 채우고 나의 숲으로 돌아가겠다. 꼭 고향으로 돌아간다기보다 어딘가에 있을 나의 숲으로 가겠다.


영화 속 좋아하는 대사들이 있다.

혜원과 혜원의 엄마의 대화 中


'저렇게 던져놔도 내년에 토마토가 열리더라'


토마토의 꼭지를 던지며 혜원의 엄마가 말한다.

나도 한 두 달 전쯤 피망을 손질하다가 씨앗이 정말 많길래 흙에다가 던져놓고 물을 주기 시작하였는데 어느새 피망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화분에. 어떠한 씨도 피어내는 한 줌 작은 흙의 무럭한 힘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혜원의 대사 中


'친구들은 모른다.

나도 이곳에 토양과 공기를 먹고 자란 작물이란 걸.'


나 역시 그녀처럼 작물이라면 지금은 이곳에서 잦은 뿌리들을 뻗어내고 있는 중이다. 어느 정도 펼쳐졌을 때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린다. 혜원은 배가 고파서 돌아갔지만, 난 행복하고 싶어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오늘 나는 바램과 행복의 글을 심었고, 언젠가 나의 작은 숲에서 이 글이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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