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된 노력이 필요하다
천재 만능주의
고등학교 때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가 있었다. 쉬는 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뜨는 법이 없었다. 엉덩이 붙이기 실력으로는 정말 전교에서 최고였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그 친구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반면 전교권 성적을 유지하는 한 친구는 늘 놀고 있었다. 야간 자율학습도 자주 도망가고, 수업시간에도 항상 엎드려 자기 일쑤였다. 어린 나는 두 친구를 바라보며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생각했다. 어렴풋이 재능이 노력을 초월한다는 생각을 했다.
노력하지 못하는 어른
그렇게 어른이 된 나는 노력을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 특히나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이 시대에 '초심자의 행운'말고 '초심자의 노력'은 한 없이 구차해 보였다. 구차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노력을 안 하는 편을 택했다.
책 <그릿>을 만나다
노력에 대한 관점이 바뀌게 된 계기는 <그릿>이라는 책을 만나 서면서부터이다.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이라는 원제의 이 책은 재능보다 그릿(=노력과 열정)을 강조하는 책이다.
그릿이란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를 의미한다. 저자는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단계가 필요한데 특히 노력은 두 번의 인수로 적용될 만큼 성취에 있어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그럼 이상하다. 이렇게 노력이 이렇게 중요한 요인이라면 왜 나의 엉덩이 붙이기 1등 친구는 성취를 이루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의도된 노력' 이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정답은 '의도된 노력'이야
의도된 노력이란 내가 원하는 목표를 정확히 알고 원하는 빠른 피드백을 받으며 반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의도된 노력은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한다. 내 엉덩이 붙이기 1등 친구를 소환하여 함께 살펴보자.
1. 정확한 목표 설정
노력에도 정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무작정 노력만 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정확한 방향성을 알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목표 설정'이다. 우리의 엉덩이 친구는 목표를 '하루 10시간 공부하기' 정도로 정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양적 목표는 그 방향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엉덩이 친구의 목표가 '중간고사 평균 10점 올리기'로 잡았다면 어땠을까? 목표가 달라지며 엉덩이 친구는 자기가 잘하는 과목을 잘하는 전략을 취할지 못하는 분야를 매우는 전략을 취할지 다른 전략을 택했을 것이다.
2. 빠른 피드백
엉덩이 친구가 가장 취약한 과목인 수학 점수를 매우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치자. 수학에서만 40점을 올려야 평균 10점이 오르며 이를 위해 중간고사 범위에 해당하는 경우의 수에 해당하는 문제는 다 맞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럼 경우의 수 공부를 10시간 하면 목표에 수 있을까? 아니다. 경우의 수에 해당하는 기출문제를 풀어봐야 한다. 즉, 내가 올바를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피드백'이 가능한 행동을 해야 한다.
3. 반복
'퀴즈'라는 피드백을 통해 목표 달성을 위한 보완점이 나왔다면 이제 아득한 반복의 시간이다. 엉덩이 친구가 원래 잘하던 양적 반복을 이 단계에서 투입하면 된다. 경우의 수에 관련된 문제를 무수히 풀고 또 오답노트라를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매운다.
아득한 노력을 하자
참고로 그릿에서는 나의 그릿 점수를 책정할 수 있는 평가표가 나온다. 나는 거기서 최저점이 나왔다. 피드백을 무서워하고 처음부터 잘하기를 바라는 나는 노력의 중요성을 너무나 간과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의도된 노력'의 개념을 알았으니 <더 룰>의 저자가 말하듯 '정신 에너지를 쏟아서 남다른 노력'을 해볼 참이다. 만약 열심히 하는데도 성과가 나오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내가 '의도된 노력'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