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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Nov 12. 2019

춥다 마음이

모질다

이제는 제법 날씨가 쌀쌀해져서 옷 한 겹으로는 영 춥다

밥도 국물이 있는 게 훨씬 더 생각나는 날씨에 세상의 ‘모짐’을 뼈저리게 느낀다


모질다

추운 날씨는 한 없이 모질다

겹겹이 입은 옷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파고든다


모질다

혼자인 사람에게 식당 주인장은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결국 합석을 하게 되지만 마음 한편은 씁쓸해진다


모질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해보다는 무시 또는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동정심 한 표를 던질 뿐이다


모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상처를 주고 모질게 군다


모질다

가끔은 나도 내 말을 잘 듣지 않아서 마음이 심란해진다


모질다

화를 내고 싶은데 입 밖으로 내밀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모질다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 선택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모질다

고맙고 축하하고 기쁘고... 긍정적인 말을 상대방에게 할 때 너무나도 낯 뜨거움을 느끼는 내가 이상하다


모질다

퇴근 후 텅 빈 집에 가고 싶지 않아서 카페, 식당을 방황하고 있는 나 자신이 초라하다


모질다

한 없이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하루하루가


모질다

기대를 하면 상처 받고 기대를 안 하자니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모질다

가장 가까운듯하면서도 가장 먼 것만 같은 가족이라는 존재가

내 속내를 결코 다 털어놓지 못한다는 사실이 애리다

사실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아닐까 외면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 괴롭다


모질다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 싫어하는 마음, 질투하는 마음, 신경 쓰는 마음 때문에 마음에 불이 난다


모질다

이런 잡스러운 생각에 흐트러져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미로 같다


모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원인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계속 똑같은 정답으로 되돌아가버리는 것이 원망스럽기도 하면서 정답을 모르겠을 때 답답하다


모질다

한때 내가 가졌던 아름다운 추억이, 사람이 머리가 다 크고 더 많은 경험을 해보니 그렇게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가슴이 저릿해온다


모질다

퇴근 후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데 그런 곳들은 다들 삼삼오오 가득가득해서 들어가는 게 겁이 난다


모질다

전화 한 통 울리지 않는 핸드폰

문자 한 통 오지 않는 핸드폰을 보고 있자니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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