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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Jun 05. 2018

29. 북유럽의 꽃 덴마크와 스웨덴

지구 반대편으로 향한 5월

파리를 경유해서 간 북유럽은 총 15시간이 소요되었다. 수개월 전에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언니의 제안으로 함께 북유럽 여행을 계획했고, 바로 추진했다. 비행기랑 숙소는 일찍 할수록 저렴하기에 그때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었다. 몇 달부터 오로지 이 여행만을 생각하며 달려왔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유럽을 생각하며 견딜 수 있었다. 일종의 파라다이스 같았던 존재. 


5월 26일. 로팩 첫 전시회 '월드 아이티 쇼' 끝나기 하루를 앞두고 유럽으로 떠났다. 이번 여행에는 그냥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싶었다. 한국과 전혀 다르고 한국인도 없고 한국 생각도 나지 않는 그런 곳으로 떠나기를 원했다. 아무 생각 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한국에서 15시간 떨어져 있는 북유럽이 제격이었다. 3일 동안 전시회를 치룬뒤라 목도 가고 컨디션이 최악으로 떨어져서 걱정이 조금 되었고, 짐도 그냥 닥치는 대로 필요한 것만 간단히? 싸고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처음 가봤는데 1 터미널보다 훨씬 미래에 와있는 듯했다. 면세점도 훨씬 크고 직원들도 많아서 대기시간도 훨씬 짧아서 좋았다. 비행기를 타서부터 왠지 느낌이 좋았던 것이 이 인석이었는데 내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정말 편하게 11시간의 비행을 할 수 있었다. 긴 비행시간을 달래준 영화는 'The Shape of Water'와 'Coco' 그리고 '러브 액츄얼리'다. 에어프랑스는 처음 타봤는데 서비스도 좋았고, 음식도 입에 잘 맞았다. 특히 무제한 미니 와인과 샴페인이 마음에 쏙 들었다. 11시간 후 도착한 파리 샤를 드 공항에서 오랜만에 보는 브랜드 이름들이 보였다. 대학생 때 갔었던 유럽 배낭여행에서 가본 빵집 PAUL과 LADUREE! 왠지 반가워서 괜히 앞을 서성거리다가 결국 PAUL에서 빵과 커피를 마시고(처음에 너무 더워서 아이스 시키려다 유럽에는 아이스 안 판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휴식을 취하다가 면세점 구경을 했다. 여기저기서 봉쥬르와 메르씨를 들으니 그제야 파리에 온 게 실감이 났다. 두 시간의 경유 시간이 흐르고 코펜하겐 행 비행기에 올라 두 시간 뒤 덴마크 도착.


여행이 끝나고 돌아보는 덴마크는 마냥 좋은 기억들로 가득했다. 그곳에서 내가 직면했던 문제와 어려움들까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그것 중 하나는 첫날에 유심을 못 끼워서 길을 찾지 못했던 것. 길을 잘못 들어서 무거운 캐리어를 끌며 공원 한 바퀴 돌았던 것이 그중 몇 가지다. 덴마크는 한적하고, 깨끗하고, 건강하다. 음식들도 어쩜 하나같이 다 웰빙이고 양이 적다.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식들이긴 한데 일주일이 지나니 밥 생각이 나긴 하더라. 싫었던 점들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길, 건물, 인테리어, 사람들, 패션, 음식, 거리, 분위기 다 멋있고 좋았다. 특히나 골목골목 거리에 있는 샵, 카페, 레스토랑들이 너무 예쁘고 영화 속에 나오는 장소들 같다. 그렇게 덴마크에 푹 빠졌고, 내 최애 뮤지엄이 생긴 곳이기도 하다. 바로 루이지애나 뮤지엄. 천국이 있다면 그런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날씨가 환상적이기도 했지만 날씨와 어우러진 뮤지엄, 바다, 공원, 예술작품들은 신의 경지였다. 내가 가본 어느 도시보다 넓은 도보와 자전거 도로는 가히 놀라웠고, 이곳에 있는 내내 자전거를 렌트해서 다녔는데, 그것이 이곳의 가장 큰 메리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Mika의 친구를 만나서 현지인이 직접 데리고 간 식당과 바 그리고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대화도 너무나도 뜻깊고 좋은 추억이 되었다. 


스웨덴으로 기차를 타고 5시간 이동해서 스톡홀름에 도착했고, 이틀 동안 있을 에어비앤비에 왔을 때 이미 스웨덴에 사랑에 빠졌다. 건물들은 클래식한 고급스러움을 내뿜고 있었고, 우리가 머물 집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처럼 스위트 했다. 집에 감탄을 하며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고, 긴 기차여행으로 배가 고파서 집 근처에 있는 베트남 식당에서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밥을 먹었는데, 그게 어쩜 그렇게 맛있는지 모른다. 스웨덴은 짧은 시간 동안 있어서 많이 보지 못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돌았고, 또 다른 최애 뮤지엄 fotografiska를 알게 된 곳이다. 뮤지엄 4층에서 노을 지는 야경을 보며 먹은 저녁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9살에 간 북유럽은 너무나도 행복했고, 힐링되었고, 많은 것을 담아갔고, 성장했으며 또 오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Tak(고마워), Denmark & Sw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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