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아 영원하라!
요즘 매우 행복지수가 높다. (알고 보니 이날만 그랬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요즘엔 매 순간에 충실했다.
살아있어서 행복하다는 게 이런 걸까. 삶이란 얼마나 재미있는가 요즘 새삼 느낀다.
그제껏 이런 여유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지금 직장에서는.
이게 짬빠가 주는 편안함일까? 누릴 수 있을 때 충분히 느껴보자.
오늘은 날씨도 화창하고 맑아서 더 기분이 좋아졌을지도. 아마 그뿐일지도.
그리고 깜짝 초코칩 쿠키 선물을 받아서 마지막에 기분 업!
우리 회사는 참 재밌는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최악의 회사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어쩌면 나와 이보다 더 맞는 회사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일단 나의 시간이 보장되어있다.
정해진 시간 내 업무를 끝내면 되고, 그 외에는 내 시간이 온전히 주어진다.
그리고 사람들 하는 이야기 듣고 있으면 재밌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업계가 마케팅 업계인 것 같다.
(그나저나 펜트하우스 보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한다.)
날씨가 10도 안팎을 웃도는 요즘. 걷기에 너무 좋은 날씨.
점심을 서둘러 먹고서는 봄 햇살로 광합성을 한다.
환절기라 코랑 목이 간질간질하고 피부는 바짝 말라서 건조했는데,
걷고 물을 많이 먹고 잠을 충분히 자려고 한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니 기대를 해본다.
예전에는 내가 자각을 못했던 건지 20대라서 그랬는지,
지금은 내가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몸에 변화가 확연해서 약간 서글픔? 이 있다.
그래서 가수들이 서른에 대해서 노래를 쓰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 특징 중 하나가 사람이 싫어지면 다 미워 보인다는 것.
남들보다 그게 좀 심한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그게 내 팀원이라서 약간 눈엣가시처럼 느껴진다.
사실, 별건 아닌데 작은 행동이 거슬리면 그게 계속 신경 쓰이니까.
가령 양말을 신지 않고 삼선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거라던지,
얼음밖에 안 든 테이크아웃 잔을 쪽쪽 빨면서 다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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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크랑 이야기하면서 또 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왜 내가 마크에게 함부로 대하고 있지?
이제 벌써 질린 거야? 아니면 무시하는 거야?
사실 내가 그를 판단할 자격은 없다.
우리는 그저 펜팔과 비슷하게 현대 문명을 활용하여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는 왜 자꾸 뭐라고 하는 거야. 속내가 뭐냐고.
가끔 그런 이야기들이 일부러 나를 약 올리려고 말하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사실 마크가 내게 그럴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내게 관계에 대한 불신이 있는 걸까.
나는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마음을 내주지 않았던 걸까.
더 깊어지려고 하는 단계에서 도망가거나 그 관계를 망가뜨려버리는.
버려지기 두려워서? 벼려지기 전에 내가 버리려고?
분명히 기억나는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나만큼 활발한 아이도 없었다.
남녀노소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미국에 이민을 가면서,
언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을 사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영어실력을 얻었고, 친구 사귀는 법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하지만 그 당시에 내가 굉장히 좋아한 친구 Amy가 있었다.
Amy는 상냥했고 배려심 있었고 착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고, 여전히 활발했었다.
계원예고를 다니면서 관계에 대한 불신이 시작되었다.
그 얘기는 나중에 따로 썰을 풀도록 하겠다.
그 시기가 어쩌면 암흑기 일지도 모르겠다.
대학교를 가서도 인간관계에서 다소 삐그덕 거리는 현상을 겪었다.
그때는 다 그들이 잘못한 것인 줄 알았는데,
되돌아보면 나도 어느 정도의 잘못을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걸 알게 되었다.
가령, 내가 가고 싶은 곳만 간다던지 하는.
그것으로 몇 명의 소중한 친구들을 잃어버렸다.
그 뒤에는 졸업을 했고 사회에 내던져졌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뭔가 관계가 잘 안 이루어지다 보니까?
애초에 관계를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피하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더 크게 번진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혼자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 방식이 편했다.
맞춰야 할 필요가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왜 지금 짜증이 나는 걸까.
또 호르몬 탓일까?
아니면 셀장에 대한 부담감?
커피를 사줘야 하나? 다른 셀장과 비교를 당할까?
퇴근 시간은 어떻게 해야 될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할까?
지금 뒤처지는 걸까?
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가?
뭐가 두려울까?
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