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입니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by LOFAC

퇴사 후 약? 2주가 지나갔다.

2주간 나는 거의 영혼이 이탈한 시체처럼 살았다.

그 말인즉슨 아무 생각이란 것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두뇌 작동을 하지 않았더니, 몸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기름칠을 안 한 로봇처럼 삐그덕 대기 시작했다.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연신 그 간 보고 싶었던 넷플릭스를 섭렵하고(오징어 게임, 펜트하우스), 오로지 휴식을 목적으로 한 긴 여행도 다녀왔다.

건강 적신호로는 결막염, 관절 통증, 허리, 하체 통증, 머리 통증이 있었다.

그게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맞고 나서 생긴 증상들이어서 사실 백신 탓이 컸을 터이다.

그 외에 가족 행사가 추석 때부터 일주일 동안 논스톱으로 있어서 그것도 꽤 타격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머리 두통과 온몸이 욱신거리는 나날들을 보내다가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은 9/28.

할 일들을 더 이상 미루고는 좀이 쑤셔 못 배기겠다 싶었을 때, 나는 커튼을 걷고 샤워를 하고 몸을 이끌고 나갔다. 운전을 하는데도 몸 이곳저곳이 쑤셔서 도저히 편하게 운전조차 할 수 없는 상태를 보고 있자니 나도 심각성을 느꼈다. 몸은 안 움직일수록 힐링이 되는 게 아니라 고장 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퀄리티 시간)을 갖게 되었다.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세무서에서 휴업 신청을 하고(휴업 신청을 할 때마다 현타가 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고용센터에서 드디어 성공적으로 실업 신청을 했다. 뭔가 조급하지 않게 하나하나씩 해나가니까 일이 잘 풀려나갔다.


이 날은 치과를 가는 날이었는데, 미루고 미뤄왔던 치과 점검일이었다. 죽기보다 싫었지만 어쩌겠는가 나이가 들수록 관리를 더 잘해야 하는 게 치아이기에. 그래도 천사 같은 원장 선생님 덕분에 그나마 가기 싫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 오늘 갔더니 치석이 많이 없다는 말에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문뜩문뜩 느껴지는 나의 살아있는 신경들이 나를 꼭 움츠러들게 만든다.


현재 꽂혀있는 드라마: ‘알고 있지만’, ‘오징어 게임’, ‘D.P.’, '체인지 데이트'.


가끔 나는 어릴 때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 카페를 좋아하고, 디저트를 좋아하는 10대의 소녀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은 것 같다고. 겉만 이렇게 나이 들어가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정말 사무치도록 펑펑 울어내고 싶었다. 그냥 나의 감정들을 밖으로 전부 쏟아내고 싶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서 아무런 확신이 들지 않을 때 극도로 불안감이 느껴진다. 오늘 치과 선생님께서는 또 나를 보고 애정 어린 눈빛으로 더 예뻐졌다고 하신다. 어쩜 저렇게 사람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지 너무나도 신기하고 경이롭다. 매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다.


오늘은 스케일링과 퍼니싱? 도 할인가로 책정해주셨다. 작지만 너무나도 큰 감동과 자존감이 조금 올라갔다. 내 주변에는 어쩌면 이렇게 자존감을 올려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닐까... 특히나 지금은 정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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