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이건희 컬렉션은 시간당 한정된 인원만 예약을 받고 있어서 예약을 하는 게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예약에 성공했고, 한적한 평일 오후에 다녀올 수 있었다.
단품이 가장 예뻤던 지난 가을날, 서촌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괜스레 감성에 젖어서 나뭇잎 하나를 집어 올려 본다.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냈던 그림이다. 이 앞에 한 참을 머물며 명상을 했다.
흐린 듯 흐리지 않은 듯, 디테일의 강약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이 그림은 옛날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짐작이 가게 해준다.
기와집, 초가집, 벚꽃 나무까지 어우러져 꽉 차면서도 그 안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평일 오후였지만,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꽤 있는 모습이다.
펄떡거리는 이 야생마들처럼 길들여지지 않았을 때의 그 날 것의 에너지가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무수히 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이 그림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를 평안함이 나를 감싸 왔다.
이 그림을 보고 강렬한 세 가지 색감, 뭉뚱그려진 선과 찍힌 점이 묘하게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중섭의 소 작품.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보고 외웠던 기억이 났다.
소를 이렇게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중섭이 아니었을까?
이번 그림은 소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는데 이 안에 다양한 감정선이 보였다.
정면을 증시 하는 소의 눈 그리고 붉은 배경과 강렬한 붓놀림이 인상적이었다.
나오면서 배치된 지상낙원을 그린듯한 이 그림은 보고 있으면 편안해진다.
언젠가는 이런 곳에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
전시를 보고 나오니 서촌의 황금 단품이 노을로 물들어지는 경관을 포착했다.
어쩌면 자연 그 자체로 전시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촌에서 전시회를 보고 정취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