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동
차가운 겨울. 답답한 가슴을 끌어안고 밖으로 향했다. 행선지도 모른 채 어디론가 향하고 싶은 마음.
이럴 때면 따뜻하게 구워진 스콘이 생각난다. 집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전에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집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달렸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영 낯설었다. 낯선 동네, 낯선 길, 냄새까지도 낯설었다. 이방인처럼 헤매면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무 인테리어 때문인지 나무 향이 콧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낮은 천장이 오두막집에 들어온 것 같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무언가에 대해 신이 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떤 학생과 선생님은 과외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외진 카페에서 과외를 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
카운터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점원의 눈을 빠르게 피하고 스콘 트레이로 눈을 옮겼다. 늦은 시간이라서 스콘 종류가 많이 빠졌다. 괜히 섭섭한 마음이 밀려들어왔다. 이럴 때면 왜 없는 맛의 스콘을 더 먹고 싶은 심리가 생길까? 아쉬운 마음에 오렌지가 위에 올려진 스콘을 바구니에 담는다. 스콘을 먹을 때는 보통 홍차 또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오늘은 에스프레소의 진한 크레마가 살아있는 호주식 블랙커피, 롱블랙으로 선택했다.
먹어본 메뉴
롱블랙
오렌지가 올라간 스콘
앉을자리를 한참 동안 찾다가 다락방 같은 작은 공간을 발견했다. 마치 해리포터의 계단 밑 작은 방을 떠올리게 했다. 그 작은 공간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주문한 메뉴가 나올 때까지 다소 긴장감을 유지했다. 잠시 후 주문한 메뉴가 나왔고 추위를 녹이려고 롱블랙을 먼저 입으로 가져갔다. 진하고 뜨거운 크레마가 목을 타고 내려갈 때 크 쌉싸름하면서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롱블랙 커피가 너무 맛있는 탓에 스콘은 벌써 차갑게 식어갔다. 카운터 앞으로 가서 수줍게 커피 한 잔을 더 시켰다. '롱블랙 한 잔 더 주세요.' 두 번째 롱블랙이 나오고서야 스콘에 포크를 가져갔다. 차갑지만 퍽퍽하지 않은 식감의 스콘이 롱블랙 커피와 잘 어울렸다. 롱브랙과 스콘, 이 두 조합이 나에게 온기를 가져다줬다. 옆 테이블에서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나는 혼잣말로 나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