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일기 쓰는 습관이 있었다. 평생하고 있는 습관이 어떤 건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일기를 쓰는 습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끔 처음 만나거나 형식적인 아이스브레이킹을 해야 할 때면 오히려 그 순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떤 음식을 좋아해요?
어떤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어떤 취미를 갖고 있어요?
어떤 걸 잘하나요?
어떤 목표가 있어요?
직업이 뭔가요? 그 직업은 어떤 일을 하나요?
가족들은 어떤가요?
얼마 전에 짐정리를 하다 꺼내본 초등학생의 일기는 참 재미있었다. 그 어떤 사진보다 일기 한 장이 주는 스토리가 재미와 감동이 더 많이 담겨있는 듯했다. 그 시절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내가 만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한 땀 한 땀 눌러쓴 연필심에서 느껴지는 그때의 내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자신에게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진정 좋아하는 것 말이다. 하루하루 쳐내듯이 살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건 어디에도 없을 때가 있다. ’ 해야 하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 하고 싶은 일‘에는 거의 시간을 쓰지 못하거나 아예 못할 때도 많다. 그러다 보면 너덜너덜 젖은 빨래처럼 기운이 쭉 빠진 채 하루가 마무리된다. 바깥은 이미 칡흩같이 어두워져 있다.
‘왜 살아?’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왜 살까? 왜 하루하루 눈을 뜰까. 이 지구에 왜 존재를 할까. 예전에 삶의 목적 중에 하나가 ’To make a dent in this universe’이었는데 내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을까?
지금도 느끼지만 나는 참 회사재질이 아닌듯하다. 아니, 회사재질이 아니라기보다는 남의 말 듣는 재질이 아니다. 천성적으로 청개구리 심보가 있는 걸까? 누가 시키면 하기 싫어지는 이 심보 말이다. 특히나 누군가 나를 옭아매거나 컨트롤하려고 할 때 나의 반발심이 툭 튀어나온다.
‘나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에게는 나의 그런 모습들이 드러나게 되고 결국 관계가 틀어지게 되는 그런 반복적인 수순이 나타난다. 내가 아직도 부족한 걸까? 참지 못해서? 자책을 하다가도 그러기엔 내가 너무 소중해서 남을 탓하게 된다.
억지로 하는 모든 것들에 불편함을 느낀다. 내가 바라지 않는 것들이 일어났을 때 그 불편함이 어쩌면 남들보다 클 수 있겠다는 생각. 내가 의도하지 않은 강제적인 외부의 변화에 거부감을 느낀다.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강한 불안함을 느끼고 그때부터 삐걱거린다.
현재의 인생을 드라마화한다면 과연 어떤 캐릭터일까? 그건 내가 원하는 모습일까? [30대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 차도녀 외모 그러나 실상은 허당에 외로움을 많이 타고 먹는 거를 참 좋아한다. 실행력 최고 하지만 디테일이 약하다. 계획 파인데 남의 말 죽어도 안 듣는 자유로운 영혼의 막내딸 재질.] 흠. 내가 그리는 이상향은 확실히 아니다.
내가 부러워하는 걸 보면 내가 원하는 걸 쉽게 알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부러워하는 건 뭘까? 요즘은 송혜교가 갑자기 부러워져서 잠도 안 자고 인스타와 유튜브로 덕질했다. 일단 얼굴이 너무 예쁘고 최고의 배우들과 연애를 하고 돈도 많고 그것만으로도 부러움 200%다. 그게 부질없다는 걸 알지만 미친 듯 보게 된다.
또 요즘 부러워하는 것은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나는 지금 행복감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아서. 왜 그럴까? 진심으로 행복해서 웃은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근데 보고 있으면 행복 바이러스가 흘러나오는 사람들이 부럽다. 바라만 봐도 흐뭇해지고 같이 행복해지는 사람들 말이다.
나에 대한 자존감이 높고 나를 소중히 하고 케어를 잘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보통 남들에게도 그런 대접을 받는다. 나 같은 경우는 뭔가 사람들이 나에게 그렇게 대하지 않는 거 보면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소리일 것이다. 내가 대접받는 대로 남들을 대접하라는 명언은 잘 알지만 막상 내가 하는 게 되지 않는다. 이건 부나 외적인 것을 떠나서 속이 단단한 사람들이닼
큰 용기가 필요한 건가? 아직도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걸까. 어떡하면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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