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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Nov 04. 2018

[완벽한 타인]의 의미

당신도 비밀이 있나요?

출연진부터 흥미로웠다. 

조진웅, 이서진, 염정화, 김지수, 유혜진, 송하윤, 윤경호 까지 날고 기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그래서 아무리 재미없어도 본전은 뽑겠다고 생각했다.

보기 전에 내용에 대해서는 -> 서로 밥 먹다가 핸드폰을 공개하는 내용이라는 것까지만 알고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사실 그런 단순한 설정으로 어떻게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끌고 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도입부에 남다 출연진들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이 된다. 

그러다 34년이 흐르고 메인 장면인 집들이 장소로 배경이 바뀐다.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이 몇 가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권투처럼 탁탁 빠르게 주고받는 위트 있는 대사들이다. 

출연진들이 캐릭터에 맞게 너무나도 잘 소화를 해서 그런 것도 있다.

믿고 보는 유혜진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낀 영화. 

가장 지루할 수 있는 변호사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 살렸다. 특히, 게이가 아니라는 해명을 할 때

보여준 액션은 그야말로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두 번째로, 영화 속 배경은 거의 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데 전혀 지루하거나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유머와 진지함이 섞인 밀당 진행이다.

각 캐릭터들에게 문자 혹은 전화가 온다. 그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살면서 내 핸드폰을 보여주기 싫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친구한테든, 부모에게든, 남자 친구에게든.

진짜 비밀이 있어서일 수도, 남몰래 은밀한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누구든 남들이 모르는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요즘 그 사람보다 핸드폰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렇게 개성 강한 배우들이 뭉쳐서 잘 어우러질까라는 걱정도 했다.

해외 영화들 중에 A급 배우들이 총출동해서 만든 영화 중에 망작도 꽤 많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합이 완벽했다. 서로 강약 조절을 적당하게 해서 어떤 장면은 이서진이 돋보이고 

다른 장면은 염정화의 표정연기로 압도하는 장면을 잘 연출했다. 


세 번째로, 여기 나오는 주제가 사실은 막장이다. 불륜, 바람, 게이 등 가장 막장 요소들은 다 들어있는데 그걸 천박하게 그려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정, 사랑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또 현실적이면서도 영화적인 요소들을 살렸다. 마냥 결혼한 불운한 커플들의 어두운 얘기만 했다면

나오면서 이렇게 기분 좋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결혼해서 좋은 점, 힘든 점, 노력해야 할 점을 짧지만 폭넓게 다 보여줬다. 


이서진은 찰떡 배역을 맡았다. 항상 지나치게 완벽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그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배역에 몰입했다. 그가 욕하고 진짜 화내는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로 잘 어울렸다. 

송하윤의 매력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작은 얼굴에 끈 이목구비가 돋보이고 몸매도 글래머러스? 했다. 또 애교 섞인 여우 아내의 역할도 톡톡 튀게 소화해냈다. 염정화는 정말 강약 조절을 잘했다. 표정연기가 정말 압권이었다. 특히 남편이 게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쳐다보는 장면은 명장면이었다. 김지수는 차분하면서도 섬세한 연기가 돋보였다. 조진웅은 따스하면서도 우직한 남편 역할을 완벽하게 했다. 윤경호는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는데 코믹하면서도 짠내 나는 역할을 리얼하게 해냈다. 유혜진은 말할 필요도 없이 감초 역할 플러스 리얼 현실 남편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이 영화에서는 생각보다 느낀 점이 많다.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 

사람 사이에 진짜 비밀은 없다. 그것을 이해해줄 건지 아니면 떠날 것인지 하는 건 오로지 나의 선택.

"모든지 진득하게 해"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나의 약한 점을 콕 집은 대사.

다시 한번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은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문구로 마무리한다.


모두 세 가지 삶을 산다. 

사적인 삶, 공적인 삶, 비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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