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연의 살롱드립에서 영화 ‘괴물’을 극찬하길래 궁금해서 혼자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았다. 처음에는 일본 영화인줄도 모르고 갔는데 일본 영화였다. 사람들이 N회차 관람을 하고 계속해서 관객수를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얘기를 듣고 좋은 영화일 거라 확신했다. 내용도 줄거리도 출연 배우도 모르는 정말 깜깜이 상태로 보게 된 영화 ‘괴물’. 감독은 바닷마을 다이어리, 브로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처음 영화가 시작할 때 매우 잔잔하게 시작하면서 빨간색 크레파스 재질의 어린아이가 쓴 것 같은 캘리그래피 ‘괴물’로 영화가 시작되는데 거기서부터 묘한 긴장감이 조성된다.
이 영화는 총 세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처음에는 엄마 사오리의 시선에서 다음으로는 담임교사 호리, 마지막에 미나토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는 세 시선으로 이어지지만 하나의 관통하는 메시지는 ‘누가 괴물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한다.
처음 엄마 사오리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누가 봐도 호리 교사가 빌런으로 그려져서 대입해서 봤는데, 그다음 호리의 입장으로 이야기를 보니까 그때는 미나토가 빌런이 되고, 마지막으로 미나토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자신이 좋아한 아이의 아버지가 빌런이다.
이처럼 하나의 사건을 두고 보는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스토리와 관점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웠다. 그리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정말 유니크했고 빌드업이 탄탄해서 조연들도 하나하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줬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기괴하면서도 뒤틀림으로 전개가 후반부로 갔는데 미나토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너무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지듯 두 남자아이의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나오는 반전도 그 효과를 극대화시켜 준다. 어른들이 보는 세계가 아닌 그들은 그 나이와 시선으로 표현하고 아파하고 시간을 보낸다. 그 순간만은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서 정말 다른 생각 안 하고 그 순간, 그 사람 그 자체에 푹 빠져서 몰입했을 때가 있었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흐뭇하게 관람했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얼마나 치밀하게 짰는지 끝날 때까지 누가 빌런인지 찾기가 힘들었다. 그 시선마다 빌런이 바뀌어버린다. 나는 나중에 미나토가 좋아하는 남자아이 요리가 빌런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영화는 우리의 머릿속을 헤집어놓는다. 결국 부모도, 선생님도 아이도 아닌 괴물은 영화를 보고 있는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가지며 영화가 끝난다.
마지막은 너무나도 아름다우면서 슬프게 끝나는데 아름다워서 그 슬픔이 더 극대화된다. 그들이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들은 본인들의 세상을 찾아갔다고 해석했다. 오랜만에 아주 좋은 영화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