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영화 ‘레이디버드’
가족, 사랑, 우정을 들여다보게 되는 영화 LADYBIRD
오래전부터 나의 ‘영화리스트’에 올라와있던 영화 ‘레이디버드(2018)’. 나의 영화 목록에는 난해한 영화들도 있고 예술영화도 많아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나조차도 봤는데 너무 난해해서 보다가 만 영화들도 많았다. 하지만 레이디버드는 안전한 장치가 있었다.
먼저 캐스팅이다. 시얼샤 로넌과 티모시 샬라메 조합이기 때문에 이 둘을 한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둘 다 내가 정말 애정하는 배우들이다. 두 번째로는 이 영화가 골든글러브 작품상 & 여우주연상 수상작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집에서 혼자 앉은자리에서 레이디버드를 보고 나서 나는 이 영화를 내 인생영화 리스트에 올렸다.
주인공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주에 사는 고등학생 졸업반 티네이저.
가장 반항심이 깊은 시기에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좌충우돌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부모님이 준 이름 크리스틴이 아닌 ‘레이디버드’로 칭한다.
하루는 베스트프렌드(줄리)와 함께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가게 되는데 자기는 단역에 선정되고 베스트프렌드 줄리가 메인 주연 자리를 꽤 차면서 다시 한번 좌절을 겪는다.
오디션 자리에서 첫눈에 반하게 된 남자친구 대니와 곧이어 달달한 연애를 하게 되지만 결국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 좌절한다.
어느 날 콘서트 자리에서 또 첫눈에 반하게 된 카일(티모시 샬라메). 결국 또 그녀가 먼저 그에게 다가가게 된다. 소위 초짜 플러팅 시연을 하게 되고
그와 친해지기 위해 반에서 제일 잘 나가는 예쁜 친구 제나와 친해지려고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줄리와의 사이는 점점 소원해지게 된다.
그렇게 그들과 어울리지만 크리스틴은 채워지지 않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결국엔 다시 줄리에게 돌아가게 된다.
크리스틴은 서부에 살지만 항상 동부에 가고 싶은 꿈을 꾼다. 하지만 그녀의 집안은 여유롭지 않고 최근에는 아버지가 실직해서 백수가 된 상태.
자기 생각만 하는 그녀에게 엄마는 모질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 둘은 매번 부딪힌다. 옷차림에 대해서, 방정리에 대해서, 대학교에 대해서 등등.
하루는 그녀가 엄마에게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돼?!!’라고 울부짖지만 엄마는 차디찬 표정과 목소리로 ‘우리 엄마는 심각한 알코올중독자였어’라고 화답한다.
그녀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해 주길 바라는 한 아이일 뿐이다. 그녀의 선택들에 대해서 인정해 주고 서포트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현실이 그게 아니더라고
그냥 그렇게 말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엄마 또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기에 그렇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혼자 편지를 쓰기도 하고 뒤에서 울기도 한다. 그녀는 아빠의 재정적 도움으로 동부 대학교에 몰래 지원을 하게 되고 대리리스트에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엄마는 나중에 알게 되고 그녀에게 몹시 실망한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이 조금 더 컸을 것이다. 13시간 거리까지 혼자 가려는 딸을 보내는 마음이
얼마나 서운했을까. 그래서 공항에 데려다주고는 그녀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않은 채 차를 돌리면서 눈물을 흘리다가 결국 다시 공항으로 가지만
그녀는 이미 떠났다. 뉴욕에 도착한 그녀는 또 좌충우돌 시기를 보낸다. 술에 취해 아무 남자하고 하룻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화장이 다 번진 채로
길가를 서성이기도 한다. 자신을 그렇게 보낸 엄마가 너무 미워서 자기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가방에서 아빠가 몰래 넣어둔 엄마가 쓴 편지를 읽게 되고 엄마가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I Love You’.
이 영화가 왜 좋았을까 생각을 해봤다.
시얼샤로넌은 정말 영락없는 티네이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 디테일이 정말 엄청났다. 외적인 것도 얼굴에 여드름 자국부터 염색, 그리고 꾸밀 줄 모르는 10대 소녀의 촌스러움까지 실제보다 더 실제 같았다. 베스트프렌드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그 장난스러움과 질투 그리고 화해하는 감정선 라인도 공감이 많이 되었다. 가장 공감이 되었던 건 그녀의 엄마에 대한 사랑의 갈구였다. 그녀와 엄마는 둘 다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른다. 무뚝뚝하고 그녀에게 엄격한 엄마의 사랑을 계속해서 부르짖는 장면이 너무 슬펐다. 또 그녀가 순수하게 사랑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먼저 다가갈 줄 알고 표현할 줄 알고 자기 주관 있게 행동하는 그녀가 멋있었다.
영화에 캐릭터들이 정말 나오는데 굉장히 섬세하게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모두 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역시나 티모시 샬라메는 신스틸러다. 주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연만큼의 몰입도를 가져가버리는 티모시 샬라메는 역시 인정이다. 극 중에서는 이중적인 나쁜 남자의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옴므파탈로 나온다. 사실 쳐다보고 미소한 번 지으면 모든 여자들이 넘어갈만하다.
반에서 인기녀를 맡은 제나도 정말 찐 퀸카 티네이저 처럼 리얼했는데 특히 앉아있을 때 짧은 스커트에 다리를 쭉 벌리고 뒤로 누워있는 자세를 보고 ‘와… 찐이다’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미국에서 봤던 여학생이 바로 떠올랐다.
어쩌면 가족은 땔래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다. 가장 많이 싸우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가장 나를 생각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각자 바쁜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그걸 잊고 살게 된다. 그리고 괜히 모진 말을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건 사랑을 하기에 사랑을 받고 싶기에 내뱉는 말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이야기한다. 어쨌든 내 편은 ‘가족’이라는 것. 이 영화를 보면 장면 구석구석에서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어서 더욱 공감이 될 것이다. 나도 좀 더 예쁜 말을 하고 표현을 해야지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 이 리뷰를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감독, 각본이 그레타 거윅이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프란시스 하’, ‘바비’를 만든 감독이다. 정말 내 취향을 저격하는 감독인 것 같다.
거침없이 본인이 원하는 삶을 위해 움직이는 주인공을 보면서 나도 뭔가 영감과 자극이 되었다. 이 영화는 혼자 보기에도 좋고 가족, 연인과 봐도 좋을 것 같다.
쿠키)
좋아한 장면들
띵했던 대사)
가족이라서 당연히 사랑하겠지만 ‘좋아하냐고’ 묻는 크리스틴. 의무적인 사랑 말고 정말 나라는 사람을 좋아하는지 확인하면서 대답하지 못하는 엄마에 서운해한 채 돌아서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대사였다. 하지만 곱씹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대사.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가려져 정말 좋아하지 않지만 의무감으로 살아가는 관계도 분명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