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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사케의 기억

by 로파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무척 오래전

늦은 저녁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대표님께 연락이 왔다.


- 마감 잘했어?

"예 방금 마감 잘하고 나가는 길입니다."

- 직원들 누구누구 있어? 의견 물어보고 다들 술 한잔 하러 올래?

"예 알겠습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종로에 있는 참새집이라는 곳이었다.


그날은 찬바람이 불어오던 계절이었으며

곧 머지않아 내일이 다가 올 시간.

우리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난생처음 참새구이라는 것을 경험했고

뜨겁게 데워진 정종을 호로록 한잔씩 마셨던 기억이 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수리가 시큰하고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는 계절이 오면

뜨겁지만 마음까지 따뜻한 기억이었던 그때 그 정종이 생각난다.


뜨거운 어묵과 함께 호호 불어가며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따뜻한 사케를 늘 상상했다.

이 포근한 상상은 내게 있어 꽤나 큰 소중함이다.


그날 창밖에는 눈이 내렸고 바람은 차다.

해가 저문 늦은 시각 익숙한 자리에 앉아있던

내 앞에 마주한 이는 분명 내게 무척이나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었으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따뜻한 사케를 나누어 마시며

그 달콤하고 향기로운 사케에 우리는 서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을까?

대화가 안 되면 어쩌지 하던 걱정을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믿을 수 없이 참 수다가 많다.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혼자만의 간절했던 바람


내게 무척 소중한 기억이 생겼다.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참 포근하다.


나와 당신에게 어제의 따뜻한 사케는 훗날 기분 좋은 기억이기를

나도 그대에게 좋은 기억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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