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서른여섯 장의 무게
내게 본인의 귀한 카메라를 빌려주신 두 대표님이 계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기마다 내가 정신적으로 몹시 혼란스러운 상황 가운데 있었다는 것이다.
두 분 덕분에 나는 지금도 사진을 취미 삼아 찍고 있으며,
그 때문인지 나 역시 누군가에게 가끔 내 서브 필름 카메라를 빌려드리기도 한다.
카메라를 빌려드리고 나면 두어 달 정도는 깜빡 잊고 지낸다.
그 이유를 나 역시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름이라는 소재가 주는 그 중압감이라고 해야 할까?
이 서른여섯 장의 필름을 금방 찍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이 서른여섯 장이라는 숫자가 주는 셔터의 무게감이 적지 않다.
데이터를 지우고 입력할 수 있는 카메라로 36장 360장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한번 셔터를 누르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그 책임감이라고 해야 하나?
한 장을 찍을 때, 꽤나 주변의 요소를 다양하게 상상하게 한다.
이 상황에 빛은 충분한지
표현하고자 하는 또는 그에 따른 조리개는 적당한지
피사체에 초점은 잘 맞았는지 내가 머릿속에 그리는 사진의 구도는 잘 맞는 건지
필름 와인딩을 감아두고 렌즈캡을 열어두고 두리번거리며 상황과 사물을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내 카메라를 빌려드리고 나서 잠시 상상한다.
어떤 장면에서 멈춰 서셨을까?
어떤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실까?
어떤 감정을 사진으로 담고 있을까?
혹시, 나 어릴 적 그때 마음과 닮아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오늘 나는,
내게 빌려준 필름 카메라 서른여섯 컷을 모두 찍었다.
또다시 새롭게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