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두장

포토에세이. 마주할 수 있는 용기

by 로파이

잘 지내셨을까요? 오래간만입니다.


어쩌면 인사를 드리기에 딱 적당한 날이 지난 것 같아요

여섯 개월 만에 다시 제 책장을 열어볼 용기가 생겼습니다.


하나하나 다 적어두기 어려울 만큼 그간 저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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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렇습니다.

글을 쓰겠다는 마음만 넘어서면 되는데, 그 마음을 넘어설 용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뭐 내가 그렇게 대단한 글을 쓰느냐 싶지만

꾸밈없이 또는 거짓 없이 솔직한 생각과 온전한 마음을 내려 적어간다는 사실이 실은 꽤나 힘든 일이더라고요

더 이상 무슨 글을 적어야 하는지 머릿속에 하얀 물감을 흩뿌려놓은 듯 백지의 시간 속에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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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제가 도움드리는 매장 옆에 얼마 전 브런치 팝업이 열렸어요.

너무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 둘러보고 싶었지만 결국 팝업 마지막날이 돼서야

퇴근 후 팝업 종료 직전에서야 겨우 들어가 볼 수 있었답니다.


혹시 다들 다녀오셨을까요?

저는 브런치 팝업 덕분에 또다시 한번 용기를 많이 얻고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내가 글을 쓰는 게 과연 맞는 건지에 대한 생각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이미

훌쩍 지나버려 로그인할 용기의 감각조차 상실되어 버린,

글을 적어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 이상 수월하지 않음을

스스로 느끼면서 지킬 수 없는 연재 약속을 무책임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무작정 도망쳐버린 그날의 내게


"꾸준함 보다 소중한 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다"


이 한 줄이 주는 울림에 나도 모르게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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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잠시 있었던 서촌은 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점심시간만 되면 허기를 뒤로하고 마냥 서촌 구석구석을 천천히 걸었어요.

북적이는 거리를 지나 골목 안쪽 꽤 구석을 찾아 걷다 보면


비로소 잔잔한 서촌 골목의 고즈넉함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어릴 적 지내던 내 동네와 닮아 있어서인지

마치 그 순간만큼은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드는 서촌의 골목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뜨거운 태양

눈부신 단풍

그리고 부서진 낙엽을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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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잃은 것이 많다 생각되는 시기였지만 잃은 것은 천천히 채우기로 하고,

이곳에 오게 되어 회복된 것에 마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로 합니다.


골목을 걷다 보면

가끔 마주하게 되는 꼭 올라야만 하는 오르막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제 앞에 마주한 오르막을 피하지 않고 오를 용기가 참 중요했어요


눈앞에 오르막을 숨 가쁘게 오르고 나서 걸어온 길을 내려다보면

내가 오른 오르막은 이제 오르막이 아닌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되는 내리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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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는 기약 없이 또 어디까지 올라야 할지 모르는 오르막의 현실과 마주하며

저만의 오르막을 오르고 있습니다.


언젠가 제 인생의 오르막 끝에 올라 제가 그간 오른 길을 돌아보며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날과 마주할 수 있기를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되는 내리막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들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각자가 마주한 오르막을 오를 수 있는 여러분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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