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마시며 심야 사주 살롱
사주를 배우러 가다.
사주를 보러 가기나 해 봤지, 배우러 가다니! 너무나 신기하고 궁금한 마음에 남의 집을 신청했다 :)
나는 사주를 믿는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퇴사를 하고 지친 마음에 친구와 템플스테이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평일이었기에 친구와 나 둘밖에 없어서 스님과 함께 트래킹도 하고 차담도 나눌 수 있었다. 그때 스님께서 사주를 봐주셨는데.. 나의 사주를 본 스님은 대뜸 이야기하셨다. "얼굴에서 드러나는 것은 참 온순하고 조용할 것 같은데, 속에 기본적인 화가 많네요? 그 화를 잘 다스려야 해요." 뜨끔했다. 나의 주위 사람들은 잘 모르는, 아니 내가 꼭꼭 숨겨놓고 있던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들킨 것 같아서. 사실 맞다. 나는 욱하는 성질이 있다. 화르르 타올랐다가 또 금세 이해하고는 했는데, 그런 부분이 스스로 싫어서 많이 노력하고 있던 터였다. 한번 더 쉬고 한번 더 생각해보고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근데 그것이 기본적인 성향이었다니. 스님께서는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타고난 것일 뿐 그것을 바탕으로 표출하고 이해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때부터 사주를 어느 정도 믿었다. 내가 기본적으로 타고난 성향을 이야기해주는 거니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타고난 성향을 알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주를 제대로 알게 되면 기본적인 나에 대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사주 풀이는 공부한 것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어서 직접 스스로 나의 사주에 대해 알고 싶었다. 나에 대해 궁금했으니까.
그리고 이번 사주 살롱 역시 사주에 대해 배워보며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원래 남의 집 심야 사주 살롱은 서촌의 약수터에서 진행되는데, 이번 회차는 특별히 호스트님이 사시는 집에서 진행되었다. 조용한 북촌을 따라 올라가니 나타난 호스트님의 집. 남산이 보이는 한옥집은 고즈넉하고 아늑했다.
조용히 바깥 풍경을 감상하다가 이내 시간이 되어 다른 게스트 분들과 다이닝룸에 들어갔다. 호스트 피터님께서 준비해주신 다과와 보이차. 간단하게 서로의 소개를 하며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 나누었다.
직장생활, 인간관계, 연애와 결혼, 사는 게 무엇인지... 모두들 다른 듯 비슷한 고민들이 가득이었다.
나눠주신 프린트물을 가지고 사주명리 기본적인 것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거의 스터디 분위기 :)
알 수 없는 단어들과 복잡한 단어들에 당황스러웠지만 호스트님께서 하나하나 쉽게 설명해 주셔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해한 것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사주명리 중 '음양오행'은 동양권 사람들이 우주와 자연을 바라보는 가장 근본적인 관점이다. 사실 음과 양에 대해 배우기 전에는 음지와 양지, 어두운 것과 밝은 것. 이렇게 상반된 좋고 나쁨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라 음과 양은 에너지의 발산 방향이라고 하셨다. 서로 반대되는 성향일 뿐 좋고 나쁜 것이 아닌 서로 유기하고 두 요소가 함께 있을 때 관계성을 갖는다고.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기본적으로 음과 양이 존재한다고 한다. 다만 사람마다 좀 더 어떤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냐 할 뿐.
그리고 이 음과 양을 확장한 것이 오행, 木水土金水이다. 오행은 각자가 상징하는 계절과 이미지들이 있는데, 내가 태어났을 때에 어떤 오행이 강한가에 따라서 내가 타고난 기운을 보는 것이 바로 사주팔자이라는 것이다. 이 오행은 서로 상생하기도 상극이기도 하는데, 이에 따라 사주를 보러 갈 때 너는 사주에 물이 많다, 이런 것이 있는 사람과 가까이 해라, 라는 것이 사주명리에서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 오행 또한 천간, 지지로 나뉘고 그에서도 각자 두 가지 기운으로 나뉘어 총 10 천간, 12 지지로 나뉘어 정확한 사주팔자가 나온다고 하는데... 오늘은 이 정도 까지만 공부하기로 했다... :)
이렇게 한 시간가량 사주명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에 대해 배운 후 자신의 사주를 보며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사주팔자에서 근본이 되는 일주를 중심으로 자신이 해당되는 오행의 개수를 세어보고 오각형 안에 대략적인 도형을 그려보았다.
그렇게 알아보게 된 내 사주는.. 참 재미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화가 많고 그다음으로는 토가 많았는데 강한 자기 중심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세계와 경험을 즐겨하는 사주였다. 다른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고 이해하려 하지만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나 자신에 대한 자기 중심성. 때문에 나의 관점을 넘어 타인의 관점으로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비현실적이지도 그렇다고 목표지향적이지도 않은 성격? 사실 풀이를 하며 더 어려웠던 것이 서로 상극인 것들이 둘 다 없다거나 둘 다 높다거나 하는 모습이었다. 근데 피터님께서는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은 서로 수렴된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들은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다듬어주면 된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사주를 보다 보니 알았다. 왜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사람들과 노는 것이 좋으면서도 나 혼자 있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휴식을 원하는.. 나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 기분들을 사주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성향이 중심적이었기에 그랬지 않았나 싶다.
각자 사주에 대해 분석을 해보며 나는 구체적이거나 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끝맺음 연습을 갖는 것, 아무것도 안 하는 휴식을 취해보는 것 등 각자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나의 기본적인 성향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 참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왜 자신에 대해 궁금해할까?
최근 MBTI로 서로를 소개하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잇프제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성향을 설명할 수 있으니까. 또한 자신의 성향을 스낵, 꽃, 보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알고 싶어 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심야 사주 살롱 또한 내가 간 회차만 10회 차이고, 현재 15회 차까지 계획되고 있는 만큼 아주 인기가 많은 남의 집이다. 5인 이상 집합으로 인해 참여 가능한 인원도 줄어들어 경쟁률이 센 남의 집 중의 하나였다!
아마도... 나에 대해 내가 제일 잘 알아야 하는데, 잘 모르겠으니까. 진짜 나에 대해 알게 되더라도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학교 다닐 때에는 개성을 죽여라, 취준 할 때는 당신의 개성을 보여주세요, 회사에 다닐 때는 다시 개성 죽여.라는 우스개 글을 본 적이 있다. 개성 있는 것이 다른 이보다 뛰어난 것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어릴 적부터 학교와 회사에서 일관적인 삶을 강요당한 우리들. 그렇기에 어쩌면 진짜 나의 모습에 대해 알기를 꺼리고 알더라도 숨기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더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더 공부하고 관찰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공부한다.
앞으로도 나를 더 알아가 보려고 한다!
ps. 때문에 이번 남의 집 활동은 무척 의미 있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피터님의 사주명리학 심화과정도 신청한 상황이라 더 기대되고 궁금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