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명소가 아닌, '나'만의 명소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구글맵(Google Maps)"
해외여행을 갈 때 절대 빼놓으면 안 되는 앱 중에 하나다. 구글맵과 튼튼한 다리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
원해서.. 그런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짧은 일정으로 여행을 많이 갔던 터라 늘 마음이 급했다. (마음대로 휴가를 낼 수가 없는 직업이라 긴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지 못한다.) 여행을 가게 되면, 큰 마음을 먹고 시간을 냈고 많은 돈을 들여서 간 것이니 남들이 보는 것은 다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늘 짧았기에 매번 여행마다 세세하게 계획을 짜고 지도는 머릿속에 집어넣고서는 뛰어다녔다.
일분일초가 아쉬웠으니까.
그러다가 많은 곳들을 여행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점 나의 여행법에 대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어쩔 때에는 랜드마크를 찾기 위해 구글맵만 보고 고개 숙여 걷다가, 그 나라의 '진짜' 민낯이라고 할 수 있는 구석구석, 골목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었으니까. (특히 길을 잘 찾는 편이라 누구와 여행을 가도 늘 길 찾기 담당은 나였다..) 여행이 끝난 후에 나에게 남는 것은 랜드마크에서 발도장 찍듯이 찍은 사진들과, 그 도시들의 구글맵 지도였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여유로울 수는 없을까? 하루라도, 아니 반나절이라도 지도를 보지 않고 그냥 걷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여행에 스스로 점점 지쳐갔다. 하. 지. 만. 여행 스타일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니까. 지금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았으니까."
그러다가,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후 포르투갈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순례길이 끝난 후에 산티아고와 인접해있는 포르투갈로 여행을 많이 가고, 나 역시도 순례길 이후 포르투갈로 일정을 잡아놓았다.
포르투갈 이후의 스페인 남부 여행 일정은 여느 때의 내 여행 스타일처럼 일정이 무척 힘들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투어 예약이라던가, 비행기 스케줄 때문에 절대로 늘릴 수가 없는 일정이었다.. 지금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의 시간은 비교적 여유로웠다.
사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산티아고에 언제 도착할지 순례길을 걸으며 정해놓지 않은 덕분에, 포르투갈에서의 숙소도 일정도 어디를 구경 갈지도 전혀 알아보지 않은 탓이었으니까. 포르투갈에서는 그저 휴식을 갖기로 계획했었다.
휴식을 갖고자 왔음에도, 처음 포르투와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에도 역시나 나는 '랜드마크'를 돌아다녔다. 아니, 한 번도 목적지 없는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당연히 유명한 곳들로 발걸음을 옮겼다. 포르투에서는 동루이스 다리, 렐루 서점, 볼량 시장, 리스본에서는 대성당, 호시우 광장, 산타 주 스타 엘리베이터, 신트라 등..
그렇지만 너무 일정이 여유로웠던 탓일까, 시간이 남았다. 아주 많이. 덕분에 나는 그렇게 원하던 '지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가는' 여행을 실천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그저 걷다가 도착했던 포르투의 한 카페(Base Porto). 너무나 좋아서 포르투를 떠나기 전에 매일 들렸던 곳이다. 카페에 있는 빈백에 앉아 가만히... 눈 감았다가 떠도 그저 행복했던 곳. 내가 여행한 이후 포르투로 여행을 간 친구에게도 강력 추천했던 곳이다! (추천하고서 칭찬받았다 :)
숙소 근처에 있기에 한 번 가본 리스본의 '칼 로스트 굴벤키안 재단 정원'.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말에 나들이를 많이 나오는 곳이었다. (혼자 정원을 둘러보러 온 동양인 여자를 신기하게 쳐다봤으니) 첫 번째 갔을 때에는 비가 와 사람이 없어서 좋았고, 두 번째 갔을 때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이 근처 사는 사람들의 나들이를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곳이다. 돗자리를 갖고 나와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몇몇 사람들이 모여 요가를 하고, 아이와 산책을 나와 연을 날리던 곳. 참 조용하고 따뜻했던 곳이다.
이 곳은, 주소도 모르고 사실 다시 찾아가라고 해도 찾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곳이다. 정말 정처 없이 걷다가 잠시 쉬었던 곳이니까. 아마 대성당 아래쪽 어느 골목이었던 것 같은데, 자그마한 공터 같은 곳이다. 하지만 리스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이 곳만의 색감과 분위기는 다른 어떤 리스본의 관광지보다 아름답고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한참을 앉아서 내가 좋아하던 노래를 들었던 곳. 정말 편안했던 기억이 가득한 곳이다.
이렇게 나는 생전 처음으로 '모두가 아는 랜드마크'가 아닌 '나만'이 아는 곳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여행은 정말 행복했고, 앞으로의 나의 여행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앞으로도 나는 짧은 일정으로 랜드마크를 찍고 오는 여행을 포기하지 못할 테지만.. 그래도, 반나절은. 나만의 장소를 위해 구글맵을 내려놓고 무작정 걸어보는 여행을 해 볼 생각이다.
여행지에서, 관광지가 아닌 나만이 아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곳이 더 특별해지고 친근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