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지 말자. 한국말로라도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자!
또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는 나에게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너 영어 잘하겠다!"
그렇다. 나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축에 속한다. 어릴 적부터 주입식 영어 교육에 학을 떼고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고나 할까. 정말 기본적인, 기초적인 영어만이 전부였던 나는 영어와 전혀 무관한 전공과 업무를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영어와 멀어지게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영어를 배운 게 몇 년인데... 싶겠지만, 잘하던 것도 반복하지 않으면 결국 녹슬고 잊게 되지 않던가. 거의 10년을 영어와 담쌓고 살던 나는 자연스럽게 '영어'와 인연을 끊어갔다. 그렇게 '영어'는 나에게 아주 먼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다 첫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걱정이 앞섰다.
영어를 못하는데 어떡하지? 잘 알아들을 수는 있을까? 입국심사는? 음식 주문은? 교통권은 어떻게 사지?
아마 영어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알 것이다. 여행의 걱정과 설렘에 앞서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걱정이 앞섰던 나는 영어로 해야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블로그에서 찾아보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떠나게 된 첫 유럽 배낭여행. 아무리 그곳에서 마주칠 모든 것들에 대해서 찾아보고 머릿속에 정보를 넣고 갔다 하더라도 결국 외국인과 이야기를 할 상황이 생겼고 나는 외국인 앞에서 몸이 굳어갔다.
내가 이렇게 발음하면 이 사람이 웃지 않을까? 문법은 맞는 걸까? 이 상황에 맞는 단어일까? 하는 많은 생각들로 결국 몸이 굳고 입이 닫혀버린 것이다.
영어에 대한 긴장감으로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오직 번역 어플과 지도 어플만 보느라 고개를 숙이며 다니던 첫 해외여행. 그러다가 영국 런던에서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레스토랑에 가게 되었다. 메뉴판을 어플에 돌려 이것저것 검색한 뒤 피자와 리조또 2개를 주문, 시간이 흐르고.. 주문한 것들 중 리조또 1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아무래도 주문이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았다. 우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그냥 먹을까?" "안 나왔다는 걸 영어로 뭐라고 해?" 하며 종업원을 부르지는 못하고 핸드폰만 뒤적이던 우리들. 그때, 한 친구가 당당하게 종업원을 불렀다. 그리곤 말했다.
우리 중에서 가장 영어를 못했던 그 친구, 하지만 그 친구는 당당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당함으로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묘한 문장은 통했다. 종업원은 잠시 우리를 보더니 "OK!"를 외치고는 곧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영어의 실력보다 자신감의 힘을 보게 된 순간. 그때부터 조금씩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래,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인데 어떻게든 통하겠지! 안되면 한국말이라도 해야지!
이탈리아 나폴리로 여행을 갔을 때에도 그랬다. 카프리섬의 푸른 동굴을 보기 위해 긴 여정을 이동했던 상황. 나폴리 역에 내려 항구까지는 택시를 타야 했다. 심지어 영어도 통하지 않고 이탈리어를 구사하시던 택시 기사님들. 말이 통하지 않을까 봐 무척 긴장하며 택시를 탄 우리에게 택시 기사님은 통하지 않은 언어로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셨다. 나폴리는 조금 위험할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라, 위험해 보이는 곳은 절대 가지 말아라, 배 시간과 기차 시간 꼭 여유롭게 도착해라 등등. 말투, 몸짓, 눈빛에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다른 곳에 여행을 갔을 때도 그랬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여행을 하는 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워하면 그들은 더 쉬운 단어를 선택해 이야기해주었고, 그것조차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그림으로 몸짓으로 도와주었다. 언어가 문제가 아니었다, 마음이 중요했다.
다양한 곳에 여행을 다니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실력이 아니다, 자신감이다. 실력은 여전했다...) 조금 붙었을 때 갔던 산티아고. 그곳은 영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물론 순례자들과 걸으며 대부분 영어로 대화해야 했지만, 영어를 전혀 못하는 순례자들도 많았고(나를 비롯해서), 길을 걸으며 들리게 되는 바나 레스토랑의 점원들 중에서도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영어로 대화하지 않아도 서로 즐겁게 이야기 나누며 친구가 되었다. 어플 또한 큰 몫을 했으며 심지어 조금 서툰 영어로 말을 걸 때면, 그들은 이야기했다. "와, 너 대단하구나.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으니 말이야!"라며 말이다. 자국어가 아닌 영어를, 그것도 전혀 다른 문법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발음을 문법을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자국어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에 고마움을 느끼며 조금 더 알아들으려 하고, 더 쉽게 이야기하며 배려해주었다. 영어도 통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에도 몸짓으로 행동으로 모두 통했다. "두려워하지만 않으면, 피하지만 않으면 됐다."
물론 영어를 잘한다면 여행하는 데에 좋을 것이다. 편할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못 한다고 해외여행에 대해서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것을 영어에 자신감이 없는 이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아마 당신보다 더 못할 거라고. 그렇지만 신나게 해외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그리고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다고. 그러니 두려워말라고!!
그리고... 영어를 잘 못한다고 여행을 두려워하거나, 여행 가서 하고 싶은 것을 못 하는 것은 너무 속상하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