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무뎌져 간다는 것.
주위 사람들은 나를 보며 칼 같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약속과 시간에 대해서는 정말 칼 같다.
아무리 친한 사이에서 한 약속이라고 해도,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과 같다. 물론 피치 못할 상황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늘 습관적으로 시간을 어기는 사람들을 보면 '아, 이 사람은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에게는 고작 10분-20분일 수 있지만,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냥 버려야 할 아까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다.
때문에 시간을 계획해 움직였고, 매번 약속시간보다는 먼저 나갔다. 혹시나 늦을 수 있으니까, 늦어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버리게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당일에 취소하거나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언짢았다. 어쩔 때에는 그 이유로 서로 감정이 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새는 그러려니 한다.
예전에는 다른 이가 약속을 당일날 취소하거나 시간을 지키지 않을 때에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느꼈다면
지금은 그럴 수도 있지 뭐, 나보다 급한 일이 생겼나 보지 한다.
오히려 누군가의 약속에 더 일찍 나가 근처의 서점이나 가고 싶었던 곳에 들려 시간을 보낸다. 그 사람이 늦어도 나의 시간을 버리지 않도록. 나를 위한 시간으로 바꾸고는 했다.
그렇다. 위에 이야기 한 약속에 관한 이야기는 단편적인 것이다.
모든 면에서 '그러려니' 해진다. 사랑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일적으로도, 감정에서도 그러려니..
솔직히 말하면 무뎌진다고 괜찮은 것이 아니다.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아니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나의 감정이 좋지 않게 되는 것은 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위해, 나를 위해서 나를 지킬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어쩔 때는 열정적이었고 감정적으로 솔직했던 어릴 적의 내가 그립기도 하다.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이야기하고, 나의 감정에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던 내가. 그렇지만 나의 감정에 무조건 솔직해지면, 끝에는 내가 상처 받았으니까. 결국 내가 더 상처 받지 않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런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음 음
그러려니 그러려니
[선우정아 - 그러려니]
나를 위로하는 말, 그러면서 참 서글픈 말. 그러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