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 갈 때
철저하게 준비하는 이유

즉흥적인 여행도 좋지만.. 언제 또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잖아?!

by YEON

나는 여행을 갈 때에 시간, 분 단위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다. 이전 글에서도 많이 이야기하였지만 마음대로 휴가를 내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탓에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였고, 성격적인 면도 있었다. (조금 FM 같다고 할까..)

이렇게 굳어진 나의 여행 스타일이 마음에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싫을 때가 있었다. 가끔씩은 여행이 힐링보다는 미션 수행을 위해 떠난 것 같았으니까.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시간이.. 없으니까. 하지만 보고 싶은 것은 많았으니까.


그래서 즉흥적으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참 동경한다.

어떻게 저렇게, 즉흥적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불안하지 않을까? 아쉽지 않을까? 하며 말이다.

그런 동경을 바탕으로 몇 번의 여행에서 즉흥적으로 길을 나서며 '그 만의 묘미'도 느끼게 되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여행을 다니는구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구나!"


하지만 나는 여전히 여행을 갈 때면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

성격적인 면도 어쩔 수 없거니와, 준비해서 이루어졌던 여행의 기억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여행을 할 때였다.

단체배낭을 이용해 유럽여행을 하고 있을 때여서, 각 도시마다 일정이 여유롭지 않았다. 그 볼거리 많은 로마에서도 3일 일정이 다였으니까. 3일이라는 시간을 로마에 쏟아도 모자랐지만, 나는 그 시간 중 하루를 '카프리 섬, 푸른 동굴'에 사용했다.

우연히 보게 된 카프리 섬의 푸른 동굴 사진.

사진을 본 순간, 이 곳은 내가 어떻게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선 검색을 통해 로마에서 나폴리로, 나폴리에서 카프리 섬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나는 망설임 없이 로마에서의 하루를 카프리 섬에 투자했다.

이동시간만 반나절에 기차 값, 페리 값, 카프리 섬 투어 비용까지. 시간과 비용적인 면에서 많은 모험을 해야 했지만 갔다 온 지금은 정말 후회가 없다. 로마에서의 하루를 온전히 카프리 섬 푸른 동굴을 위해 사용했지만, 그곳에서 들었던 뱃사공의 노래, 말로 표현할 수 없던 동굴의 색깔, 그때 느낀 감정들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카프리 섬에 가는 방법과 일정을 찾아보지 않고 계획하지 않았고, 또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나폴리를, 카프리 섬을 포기했다면 그 황홀했던 기억은 갖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나는 늘 사진 속의 푸른 동굴을 생각하며 아쉬워하고 아쉬워했겠지. 그 이동 시간이, 비쌌던 비용들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푸른 동굴이었으니까.



크로아티아는 내가 처음으로 자유 여행을 간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자세히, 철저하게 계획하고 검색해서 갔던 곳이기도 하다.

두브로브니크에서도 자그레브에서도 플리트비체에서도 나의 계획들은 빛을 발했지만, 그중 최고는 두브로브니크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의 버스에서였다. 크로아티아 여행을 계획하던 중 검색했던 어느 블로그에서 "두브로브니크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에는 꼭 기사님 라인에 앉으세요!"라는 글이 있었다. 그 라인에 앉아야 시내로 이동하는 내내 지중해의 바다와 그 풍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브로브니크 공항에 내려 열심히 뛰어 줄을 섰고 기사님 뒷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 보았던 풍경들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황홀했다. 내가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 그 햇빛과 바다의 색, 바람에 흔들리던 나무들, 그 냄새까지 온전히 기억날 정도로.

지금은 기사님 라인에 앉으라는 블로그의 글이 많지만, 내가 여행을 갔을 때만 하더라도 딱 한 개의 글만이 있었기에. 그 글에 감사하며 나의 검색 능력(?)에 아주 뿌듯했던 순간이었다.



그라나다에서 여행을 할 때, 목적은 알함브라 궁전 관람이었다. 이때에는 산티아고 순례길 이후의 일정이었기에 안일하게 "그때 가서 입장권을 사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사실 그라나다에 언제 갈 수 있을지 결정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순례길 일정이 언제 끝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의 불안감에 결국 나는 여유롭게 일정을 두고 알함브라 궁전 관람 일정을 예약했다. 괜한 걱정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곳에 도착했을 때에 나는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알함브라 궁전 관람은 날짜별로, 회당 별로 인원 제한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3개월 전에도 매진이 되기 일쑤였던 것이다. 심지어 같은 알함브라 투어를 하는 분 중에는, 함께 온 일행이 예약을 하지 못해 대기를 걸어놓은 상황이었고 결국 투어를 진행하지 못 한 상황도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전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연주곡에 빠져 기타까지 배웠을 정도로 알함브라 궁전이 참 궁금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기에 노래에, 책 속에, 드라마에 배경으로 나오는 것일까. 실제로 내가 만났던 알함브라 궁전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곳이었다. 그렇게 궁금하던 곳이었는데 만약 그곳을 보지 못했다면... 생각만 해도 속상하다.



물론 이런 검색의 결과들을 온전히 수행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 미션들을 수행하다가 오히려 여행의 주객이 전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잘 조절한다면 더 풍족한 여행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의 여행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 중 하나가 이런 검색과 계획에 의한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초보 여행자들이 여행을 갈 때에는 수많은 검색을 통해서 그곳에 대해 알아보고, 나와 맞는 여행 스타일을 구축해 가기를 추천한다.


그래야, 아쉬움이 덜 할 테니까.


누군가는 아쉬움을 남기고 오는 것이 또다시 그곳에 갈 이유를 남기는 것이라고 하지만,

내가. 언제 또! 그곳에 갈 수 있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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