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곳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여행의 행복
나 여행 간다!
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하면 보통은 멀리 차를 타고 가거나, 비행기를 타야지만 여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나름 많은 곳을 다녀보고 경험한 지금은 굳이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온전히 쉴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을 했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곳에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여행병에 걸렸다. 일을 하고 있어도 늘 떠나고 싶고, 그때 그곳이 그리워지고 그러다 보니 점점 우울해지는.. 당장 퇴사를 하고 지금 내가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아주 새로운 곳,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시간상 현실상 그렇게 떠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여행을 갔을 때 나는 왜 행복했나, 어떤 것 때문에 여행을 가고 싶어 하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여행을 갔을 때 행복했던 이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여행을 갔을 때만은 잠시나마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나에 대해서 온전히 느끼고 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굳이 많은 시간을 내어서 먼 곳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처음 갔던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은 글배우 서재였다. '글배우'라는 작가님께서 운영하시는 북스테이 식의 게스트하우스이다. 친한 동생이 페이스북에서 본 뒤 같이 가자고 성화기에 아무 정보 없이 도착한 곳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글배우 서재는 꼭 이 정신없는 세상과는 다른 곳 같았다.
글배우 서재는 관광객이 아주 많은 헤이리 마을 안에 있어 '힐링'을 하러 간 나는 헤이리 마을에 들어선 순간부터 눈살이 찌푸려졌다. 줄을 지어 걷는 사람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자동차들. 하지만, 글배우 서재는 헤이리 마을 제일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도 적었고 온 집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외부와 차단이 된 느낌이었다. 숙소 안은 예쁜 가구들과 다양한 책들이 감각적으로 꾸며져 있었고, 그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조용히 흘러나오던 음악조차 주변의 새소리와 어우러져 행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좋은 곳. 그런 곳이었다.
특히 나에게 힐링이 되었던 글배우 서재 옥상에서의 일몰과 밤늦게까지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오롯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던 시간. 나에게 글배우 서재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느껴 본 힐링의 장소이다.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곳. 지금도 일이 힘들거나 지칠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
파주 지혜의 숲 안에 있는 지지향도 아주 좋은 힐링 여행의 장소이다.
워낙 책을 좋아해서 파주 지혜의 숲을 참 좋아했다. 많은 책들 사이에 파묻혀 읽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읽다 보면 도서관 안의 책들이 모두 내 책이 된 기분이었고,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게 보냈으니까. 그러던 중 지혜의 숲 안에 호텔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예약해서 가게 된 지지향!
화이트와 우드 톤으로 깔끔하게 이루어져 있던 방은 휴식을 취하기에 그만이었고, 특히 방 이름이 작가님이나 출판사의 이름으로 되어있어 각 해당하는 책들이 객실 내에 비치되어 있다는 점도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지지향의 가장 좋은 점은 지혜의 숲 3관을 24시간 내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편하게 객실 내에 있는 책을 읽어도 좋지만 사람이 거의 없는, 책이 가득한 도서관에서 밤새 나만의 책을 찾는 재미도 지지향에서의 재미있는 여행 방법이었다. (지혜의 숲 3관 기부된 책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원하는 책을 쉽게 찾아서 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꽂혀있는 책들을 찬찬히 살펴보다 예상치 못한 책을 만나는 것도 아주 즐거운 만남이었다.)
최근에 갔던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은 더 스테이트 선유 호텔이다. 최근 호캉스로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간다. 하지만 혼자만의 여행을 호텔로 계획하기에는 가격적인 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더 스테이트 선유는 아주 합리적으로 호캉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또한 거리가 가까운 위치적 장점과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선유도 공원도 있어 여유롭게 산책을 다녀오기에도 좋았다. 사실 다른 호텔들도 가보고 싶고 좋은 호텔들도 많았지만, 더 스테이트 선유 호텔을 골랐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욕조였다! TV가 보이는 욕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유도 공원을 산책하고 호텔로 들어와 향기로운 입욕제를 푼 욕조에 누워 보는 TV. 혼자 노래를 듣고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따뜻한 욕조에 몸을 녹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를 보고 있는 행복도 아주 최고였다. 그런 뒤 룸서비스로 온 맛있는 음식을 맥주와 함께 곁들인다면! 정말 어느 곳도 부럽지 않은 지상낙원이 된다 :) (특히 더 스테이트 선유 호텔에는 '뚜스뚜스'가 입점해 있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남부럽지 않은 음식들을 룸서비스로 신청해 먹을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아주 행복했던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자주 '여행'을 떠나는 나를 보며 "너 돈 많이 버나 봐.", "노후 준비는 안 하니?", "그 돈으로 무언가를 배워봐"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누군가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여유롭지 않다. 늘 적은 월급에 허덕이고 적금과 보험, 카드값으로 스쳐 지나가는 월급에 속상해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자주 떠날 수 있는 이유는 매일매일 커피를 사 마시지 않고, 사고 싶은 옷을 참고, 약속 하나를 잡지 않는다. 그러면 충분하다. 나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인 것이다.
또한 누군가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이러한 휴식과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행복이다. 이 시간 동안에 내가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은 평소에는 내가 느낄 수 없는 것들과 생각들이니까.
때문에 나는 당당하게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난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으로라도. 여행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