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혼자도 익숙해져야 할 때,
이번 생일은 조금 특별하게 보내기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망 좋은 호텔을 잡아 호캉스를 할까, 짧지만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올까, 평소 갖고 싶던 것을 스스로에게 선물할까,
애초에 친구와 가족과 연인과 함께하는 시간은 배제했다. 온전히 나 혼자만의 생일을 보내고 싶으니까.
학생 때에는 생일날 가족과 함께였다. 약속이 있어도 저녁에는 함께 모여 케이크에 초를 붙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케이크를 나눠먹었다. 형식적인 면이 컸지만. 물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저녁에는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갖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생일 기념 여행을 떠나거나 중요한 약속을 잡아놓은 경우에는 미리 축하를 하거나 꼭 생일날 함께 하고자 노력하지는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서는 아무래도 친구들과 함께 하는 생일이 많아졌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밤새 술을 마시거나 생일을 핑계 삼아 그 날은 우리가 무조건 만나는 날, 이라며 암묵적인 약속을 했더란다.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매년 생일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연인이 생기고 일이 생기고, 나에게도 연인이 생기고 일들이 생기며 자연스레 암묵적인 만남의 날들은 나중으로 미뤄졌다.
사실 생일뿐만이 아니다.
생일, 크리스마스, 1년의 마지막 날, 하다못해 벚꽃이 피고 단풍이 물든 주말 등등. 누구 안 만나? 이런 날에 혼자 놀아?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날들 말이다.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지. 만약 혼자만의 시간을 갖던(누군가와 만나지 않는) 시기라면 당연한 듯 누군가와 함께했던 날들에, 아니 누군가를 꼭 만나야 했던 날들에 혼자가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외로웠다.
늘 누군가와 함께였고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약속을 잡고 애를 썼으니까. 그런 날에 혼자 있는다는 것은 왠지 내가 초라하게 느껴져서. 괜히 혼자 있다는 것이 선택이 아닌 내가 못나서인 것 같아서. 모두가 즐거운데 나 혼자만 외톨이가 된 것 같아서. 그래서 더 기를 쓰고 약속을 잡고 외롭지 않으려 했다.
그렇다고 주위에 있는 이들에게 서운한 것은 아니었다. 늘 함께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리고 늘 함께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이 멀어진 것은 아니니까. 꼭 그날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우리 사이에.
그리고 이제는 안다.
꼭 누군가와 함께해야 하는 날이 아니라고, 외로워할 필요 없는 날이라고. 만약 외롭더라도 그 외로움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그 외로움을 더 잘 즐기고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을.
어쩌면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혼자이고 싶어서 혼자인 것이 아니라, 혼자이기에 혼자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지만, 그것도 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고 해서 내면의 외로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애쓰고 노력하는 것보다 스스로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낸다면 나중에 누군가와 함께할 때에 더 행복할 것이라는 것도.
그래서 나는 이번 생일을 혼자 즐겁게 보내려 한다.
나의 혼자를 응원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