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ON Dec 01. 2020

울어야 풀리는 마음이 있단다,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나에게

나는 눈물이 싫었다.

남이 우는 것도 싫고, 내가 우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남이 우는 것은 꼭 내가 잘못해서 상대가 힘든 느낌이었기에 내가 싫어져 싫었고,

내가 우는 것은.. 꼭 도망가는 느낌이었다. 이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해결하고자 하늘 높이 던져 올려지는 하얀 천처럼. 눈물로 인해서 누군가 나를 안쓰럽게 보고 이해하려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참았다. 그랬기에 힘들어도 괜찮지 않아도 허벅지를 꼬집으며 눈물을 꾹 참았다. 아니, 그 정도로 힘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참을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성격적으로, 위치적으로 뭐든 괜찮았고 힘들어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탓이었을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그것이 모두에게 당연하게 되어서 더 그랬을까. 나는 늘 괜찮은 사람, 참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의 '괜찮음'은 나도 모르게 더 굳어졌다.


당연히 슬플 수 있는 일에도 눈물을 꾹 참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피어오를 때에는 창피해했다. '이까짓 게 뭐라고, 참을 수 있어. 참아야 해.'라고 다짐하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눈물을 말렸다. 그리곤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늘 괜찮았다.


누군가를 만날 때도 그랬다. 늘 맞춰주고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혼자서 힘들어했고, 그러면서도 나보다는 상대를 위해 더 생각했다. 다른 이가 불편한 것보다 내가 힘든 것이 더 나았으니까.

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일이든 척척해내고, 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먼저 해내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물론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건 좋았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것, 나를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더 해냈다, 더 참았다, 더 노력했다.


그렇게 늘 괜찮다고 참고 참던 어느 날,

아니, 그 참음을 버티지 못해 여행으로 풀던 어느 날. 그곳에서 '아무렇지 않다고, 괜찮다고, 버틸 수 있다고' 이야기하던 나에게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울어야 풀리는 마음도 있어,


나도 모르게 순간 울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있는 정도로 괜찮았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 마음속에 커다란 댐을 만들어 놓고 눈물을 차곡차곡 모아놨다는 것을. 그리고 그 댐의 수위가 위태위태했다는 것도.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나에게 그는 이제야 터진 것이 다행이라며, 더 참았다면 댐이 무너져 나를 병들게 했을 거라고 말했다.


맞다.

괜찮지 않았다. 솔직히 힘들었다.

왜 나만 참아야 하지? 나만 힘들어야 하지? 아니, 누가 나에게 시킨 것은 아닌데, 나에게 일을 더 넘긴 것이 아닌데. 내가 스스로 한 건데. 왜 나는 스스로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거지? 아니, 힘들지 않아 괜찮아. 아니, 솔직히 버거워, 힘들어. 누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나에게는 힘든 일이야..


사실 그동안 힘들다고 얘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해버리면 무너질 것 같았다, 포기해버릴 것 같았다. 그 누군가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다른 이에게 내 짐을 나눠주는 것이 될까 봐 그게 그 사람을 힘들게 할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울고 나니 더 버틸 힘이 생겼다. 표현하고 나니 더 함께할 수 있었다.

댐 문을 열고 쌓였던 눈물을 내보내고 나니 조금 더 눈물을 모을 수 있었고, 그만큼 쉽게 자주 내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과 함께 더 튼튼하고 안전한 나만의 댐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번 토해내고 나니 그 뒤에는 힘듦에 대해 이야기 하기는 더 쉬워졌다.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약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니까. 부당한 것에 대해서,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 내 능력 밖의 일에 대해서 당당하게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무조건 해내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련한 것이다.

혼자서, 나 이렇게 힘든데 왜 누구도 모르지?라고 생각해봤자 아무도 모른다. 표현해야 한다. 말해야 안다.


누군가가 그랬다.

참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단지 고여있을 뿐. 그리고 그 고인 것들이 나를 병들게 한다고.

이제는 안다. 우는 사람은 약한 게 아니라는 것을. 울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마음이 울적하거나 힘들어지면 울어보려고 한다. 힘들다고 말해보려고 한다.


아직은 누군가 물어보면 '아니, 괜찮아.'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올 수 있겠지만, 힘이 들 때 괜찮지 않을 때 혼자서라도 마음껏 울어보려고 한다. 터트리려고 한다. 그리고 나를 위해 힘들다고 말해보려고 한다.

그 힘듦이 아픔이 속절없이 쌓아지다가 엉뚱한 곳으로 폭발하기 전에.


그러다 보면, 내 눈물로 내 마음을 씻어준다면. 조금은 더 나의 마음을 깨끗하게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무조건 막기만 해 물이 고여 썩어가는 댐이 아닌, 마음껏 내보내고 다시 고여지며 나의 마음을 씻어줄 수 있는 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보내는 생일파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