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는 것은.. 꼭 도망가는 느낌이었다. 이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해결하고자 하늘 높이 던져 올려지는 하얀 천처럼. 눈물로 인해서 누군가 나를 안쓰럽게 보고 이해하려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참았다. 그랬기에 힘들어도 괜찮지 않아도 허벅지를 꼬집으며 눈물을 꾹 참았다. 아니, 그 정도로 힘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참을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성격적으로, 위치적으로 뭐든 괜찮았고 힘들어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탓이었을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그것이 모두에게 당연하게 되어서 더 그랬을까. 나는 늘 괜찮은 사람, 참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의 '괜찮음'은 나도 모르게 더 굳어졌다.
당연히 슬플 수 있는 일에도 눈물을 꾹 참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피어오를 때에는 창피해했다. '이까짓 게 뭐라고, 참을 수 있어. 참아야 해.'라고 다짐하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눈물을 말렸다. 그리곤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늘 괜찮았다.
누군가를 만날 때도 그랬다. 늘 맞춰주고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혼자서 힘들어했고, 그러면서도 나보다는 상대를 위해 더 생각했다. 다른 이가 불편한 것보다 내가 힘든 것이 더 나았으니까.
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일이든 척척해내고, 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먼저 해내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물론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건 좋았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것, 나를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더 해냈다, 더 참았다, 더 노력했다.
그렇게 늘 괜찮다고 참고 참던 어느 날,
아니, 그 참음을 버티지 못해 여행으로 풀던 어느 날. 그곳에서 '아무렇지 않다고, 괜찮다고, 버틸 수 있다고' 이야기하던 나에게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울어야 풀리는 마음도 있어,
나도 모르게 순간 울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있는 정도로 괜찮았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 마음속에 커다란 댐을 만들어 놓고 눈물을 차곡차곡 모아놨다는 것을. 그리고 그 댐의 수위가 위태위태했다는 것도.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나에게 그는 이제야 터진 것이 다행이라며, 더 참았다면 댐이 무너져 나를 병들게 했을 거라고 말했다.
맞다.
괜찮지 않았다. 솔직히 힘들었다.
왜 나만 참아야 하지? 나만 힘들어야 하지? 아니, 누가 나에게 시킨 것은 아닌데, 나에게 일을 더 넘긴 것이 아닌데. 내가 스스로 한 건데. 왜 나는 스스로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거지? 아니, 힘들지 않아 괜찮아. 아니, 솔직히 버거워, 힘들어. 누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나에게는 힘든 일이야..
사실 그동안 힘들다고 얘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해버리면 무너질 것 같았다, 포기해버릴 것 같았다. 그 누군가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다른 이에게 내 짐을 나눠주는 것이 될까 봐 그게 그 사람을 힘들게 할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울고 나니 더 버틸 힘이 생겼다. 표현하고 나니 더 함께할 수 있었다.
댐 문을 열고 쌓였던 눈물을 내보내고 나니 조금 더 눈물을 모을 수 있었고, 그만큼 쉽게 자주 내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과 함께 더 튼튼하고 안전한 나만의 댐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번 토해내고 나니 그 뒤에는 힘듦에 대해 이야기 하기는 더 쉬워졌다.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약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니까. 부당한 것에 대해서,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 내 능력 밖의 일에 대해서 당당하게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무조건 해내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련한 것이다.
혼자서, 나 이렇게 힘든데 왜 누구도 모르지?라고 생각해봤자 아무도 모른다. 표현해야 한다. 말해야 안다.
누군가가 그랬다.
참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단지 고여있을 뿐. 그리고 그 고인 것들이 나를 병들게 한다고.
이제는 안다. 우는 사람은 약한 게 아니라는 것을. 울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마음이 울적하거나 힘들어지면 울어보려고 한다. 힘들다고 말해보려고 한다.
아직은 누군가 물어보면 '아니, 괜찮아.'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올 수 있겠지만, 힘이 들 때 괜찮지 않을 때 혼자서라도 마음껏 울어보려고 한다. 터트리려고 한다. 그리고 나를 위해 힘들다고 말해보려고 한다.
그 힘듦이 아픔이 속절없이 쌓아지다가 엉뚱한 곳으로 폭발하기 전에.
그러다 보면, 내 눈물로 내 마음을 씻어준다면. 조금은 더 나의 마음을 깨끗하게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무조건 막기만 해 물이 고여 썩어가는 댐이 아닌, 마음껏 내보내고 다시 고여지며 나의 마음을 씻어줄 수 있는 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