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눈이 떠졌다.
누군가가 부른 듯이,
한참 단잠을 자다가 갑자기 눈이 떠졌다. 주위는 캄캄했다. 멍하니 눈을 껌뻑이다가 핸드폰을 보니 새벽 2시. 화장실이나 다녀와야겠다.. 침대를 빠져나오는데, 창 밖이 환했다. 눈길이 멈췄다.
사실 이상할 것 없는 밝음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낮은 층이기에,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과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잠 못 이루는 누군가의 불빛이 늘 반짝였으니까.
근데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창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달을 찾았다.
오늘의 달은, 보름달이 되기 전 열심히 차오르던 달의 모습이었다. 반달에서 보름달로 가고 있는..
늘 소원을 위해 찾던 보름달이나 손톱 같아 예뻐서 찾던 초승달을 좋아했었는데, 이렇게 어정쩡하고 무슨 모양인지 설명하지 못하는 달은 찾지 않았었는데. 아니, 보고도 그저 스쳐 지나갔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너에게 눈이 갔다.
꼭 요즘의 내 모습 같아서.
무언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는 않은. 꽉 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듯한.
기특해 보였다. 너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보름달을 찾고 초승달을 예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묵묵히 채워나가고 있었구나.
누군가가 찾는 이가 되기 위해서. 아니 스스로 꽉 차서 환하게 빛날 너를 위해서.
그래서 오랜만에 너에게 소원을 빌었다.
아니, 처음으로 너에게 소원을 빌었다. 묵묵히 너의 길을 가고 있는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