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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Jan 08. 2020

갑자기 달을 보았다.

갑자기 눈이 떠졌다.

누군가가 부른 듯이,



한참 단잠을 자다가 갑자기 눈이 떠졌다. 주위는 캄캄했다. 멍하니 눈을 껌뻑이다가 핸드폰을 보니 새벽 2시. 화장실이나 다녀와야겠다.. 침대를 빠져나오는데, 창 밖이 환했다. 눈길이 멈췄다.

사실 이상할 것 없는 밝음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낮은 이기에,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과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잠 못 이루는 누군가의 불빛이 늘 반짝였으니까.


근데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창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달을 찾았다.


오늘의 달은, 보름달이 되기 전 열심히 차오르던 달의 모습이었다. 반달에서 보름달로 가고 있는..

늘 소원을 위해 찾던 보름달이나 손톱 같아 예뻐서 찾던 초승달을 좋아했었는데, 이렇게 어정쩡하고 무슨 모양인지 설명하지 못하는 달은 찾지 않았었는데. 아니, 보고도 그저 스쳐 지나갔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너에게 눈이 갔다.

꼭 요즘의 내 모습 같아서.

무언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는 않은. 꽉 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듯한.


기특해 보였다. 너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보름달을 찾고 초승달을 예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묵묵히 채워나가고 있었구나.

누군가가 찾는 이가 되기 위해서. 아니 스스로 꽉 차서 환하게 빛날 너를 위해서.


그래서 오랜만에 너에게 소원을 빌었다.

아니, 처음으로 너에게 소원을 빌었다. 묵묵히 너의 길을 가고 있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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