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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Jan 16. 2020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다.

늘 누군가가 나의 곁을 떠나가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혹시나 내가 싫어져 나를 떠나갈까 봐, 혼자 남겨지게 될까 봐 안절부절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전전긍긍하고 애를 써도 결국 혼자가 되는 시간은 생겨났고 누군가가 나의 곁을 떠나기도 했다.

다시금 혼자가 되었고, 혼자만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다가왔을 때에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았다.

혼자가 될 두려움이 무서웠던 것이지 혼자가 된 시간은 나름 괜찮다는 듯이.

누군가가 나의 곁을 떠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보냈다는 듯이. 내가 스스로 택한 일이라는 듯이.

아니면, 누군가를 만나면서부터 그 사람이 떠나는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그러면서 나는 말했다.

이제 나는 누군가가 나의 곁을 떠난다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고.

그렇다고 누군가가 언제나 나의 곁에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도 아니라고. 그저, 곁에 있는 거라고. 

누군가가 옆에 있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그를 위해 노력하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그러면서도 나를 떠나지 말라는 말도 오래오래 함께하자는 말도 하지 않는 것.

그러다 누군가 떠나간다면 또 떠나보낸다. 나중에 또 만날 수 있겠지, 하며.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상처 받지 않고, 아파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그런 나를 보며 사람들은 쿨하다고 말했다. 성격이 좋다고 말했다. 편하다고 말했다.

그런 나를 보며 나 스스로도 괜찮다고 말했다.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아니었다.


여전히 아프다.

여전히 속상하다.

여전히 슬프다.

여전히 상처 받고 있다.

여전히 괜찮지 않다.


그저 참은 것이다. 견디기 위해서. 괜찮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사실은 속으로는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랬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하면 정말 떠나버릴까 봐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리고 떠나가면, 그래 그럴 줄 알았어하며 잊으려 했다. 



나는 괜찮지 않다. 잘하고 있지 않다.

누구나 말하지 못할 이야기 하나쯤은 가슴속에 있는 것이지, 하고 지내기에는..

아직 나는, 조금 더 견뎌야 하나 보다.

아직은 나는 어른이 되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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