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알면, 더 모른다.

by Logan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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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모르는데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쩔 땐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 해서 듣다 보면 정신이 혼미하다. 자아도취되어 그럴듯한 용어들을 섞는다. 안타깝게도 질문 몇 개를 해보면 그 바닥이 드러난다. 혹시 나도 어디서 그러고 있었던건 아닌지 뜨끔하다.

인터뷰를 하는 입장에서 일차적으로 거를 수 밖에 없었던 지원자들은 이런 분들이다. 자기가 다 아는 사람. 자신이 이미 모든것에 솔루션인 사람.

오히려 많이 몰라도 호기심이 많은 사람. 배우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이 좋다. 이전에 "인터뷰의 주인공은 지원자가 아니다"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회사가 가진 문제의 해결사가 되러 인터뷰에 갔다면 문제부터 잘 듣고 배워야 한다.

나는 운좋게도 뛰어난 인재들과 일을 많이 해왔다. 팀 구성원들은 20대 부터 60이 넘는 나이까지 다양했는데 그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항상 더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20년이 넘는 화려한 임원경력에도 자신의 능력이 어떻게 팀에 기여할지,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과 회사의 계획이 맞을지, 어떤 걸 더 알아야 할지, 진심으로 배우고자 묻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이런 분들은 채용을 안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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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소싯적에 마케팅 책을 몇 권 읽고 내가 마케팅을 잘 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마케팅이 다 거기서 거기라며 '퍼플카우'나 '디퍼런트'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마치 절대 진리인냥 떠들고 다녔다. (이 책들은 여전히 레전드다.) 이불킥을 하다가 이불이 찢어져도 모자랄 지경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창피하다.

어느 날은 모 유명 기업 이직 면접이 있었다. 이미 실무 인터뷰 합격을 다 해놓고 부서 최고 임원분과 형식 상 진행하는 마지막 절차였다. 그런데 그 분이 나의 전문성 허영을 꿰뚫어 보셨다. "요새는 무슨 마케팅 책을 읽느냐, 내용 좀 어디 알려줘봐라" 라는 질문에 식은땀 범벅이 되어 어버버했다. 감사하게도 난 경쟁자도 없는 그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나는 이후로 수십개의 세일즈 서적들을 반복해서 읽고 글로벌 기업의 매출 리더십 역할들을 하며 내 나름의 프레임워크도 많이 만들어 냈지만, 이제는 내가 모르는게 많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자꾸 묻고 배우고 싶어진다. 그럴 수 있어 감사하다.

실제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분들을 만나면 그들의 겸손함에 새삼 놀란다. 석사과정에 있을 때, 내가 아는 수준이 얼마나 보잘 것 없으며, 얼마나 더 많이 배워야 하는가를 알았다. 박사과정을 마친 한 지인은, 박사가 된다는 건, “쥐뿔만큼도 모른다는 걸 계속 느끼며 쥐뿔의 털에 대해서 만큼은 알려고 파고드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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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안다는 건 내가 더 모른다는 걸 아는 일이다. 마치 자신이 모든 걸 아는 것처럼 행동하면 더 배울 기회가 없어진다.

언젠가부터 계속해서 질문하는 습관이 생겼다. 더 잘 알고 싶기 때문이다. 종종 나와 예정된 대화 시간을 마친 상대가 “내 이야기만 하다가 이렇게 시간이 지난 줄 몰랐다. 나도 뭔가 물었어야 했는데”라고 한다. 이건 순전히 내 탓이다. 이기적이게도 난 묻고 배우는게 좋다. 내가 독서나 소수와의 대화를 즐기는 건, 그것이 인생이나 일을 바라보는 당사자만의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분들이, 묻고, 듣고, 고민하고, 배움을 확인하는 자세로 대화에 임하기를 바란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묻고, 듣고, 소화하고, 재차 확인하는 거다. 사고가 확장되고 인생이 달라진다. 진짜로 그렇게 해보시고 어떻게 커리어나 관계가 달라지는지 경험해 보시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기회를 준 상대에겐 꼭 감사를 표했으면 좋겠다.

난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백만장자도 아니지만, ‘왜 누군가는 연봉을 10배 받기도 하는데 누군가는 이직 기회 조차 없을까’에 대한 답은 나름 깨닫게 되기도 했다. 나는 스펙이나 테크닉 이전에 기본과 태도가 좋은 사람들은 잘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잘 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궁금해하고, 배우며, 더 성장해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꾸 무언가 알려주고 싶고, 좋은 일에 함께하고 싶고, 더 많은 분들께 연결하고 싶어진다.

그들을 돕는 일은 너무 보람되서 거부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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