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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국유통연수원 마종수 교수
●영상 원본은 로지브릿지 제작 유튜브 <유통의신> 참고
지난 수십년간, 국내 유통을 대표했던 기업들의 순위가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유통의 왕으로 군림했던 롯데쇼핑에 이어 급격한 M&A(인수합병)를 통해서 몸집을 불려온 이마트그룹으로 1위의 바통이 넘어간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쿠팡의 김범석 의장이 목표(경쟁상대)를 11번가나 지마켓이 아닌, 이마트와 롯데쇼핑으로 설정했던 거죠. '이마롯쿠'라고 부르며 내부적인 목표로 직원들에게 회의 때마다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3분기, 쿠팡이 8조1000억원으로 이마트를 제치고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단일 기업 기준 1등을 차지했습니다. 벌써 3분기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점점 격차를 벌려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마트의 3분기 매출은 7조7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22억원) 신장했고, 영업이익은 7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억원이 감소하여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전망치을 하회하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마트그룹의 매출에는 최근 M&A를 한 지마켓, 스타벅스코리아와 SSG(쓱)랜더스, 온라인 패션기업 W컨셉의 매출도 포함되어 있고, 조선호텔, 신세계건설 그리고 기존의 유통분야인 이마트,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마트24,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자회사들 중에서 현재 영업이익에 가장 악영향을 주고 있는 분야는 신세계건설인데요.
건설업종의 특성상 부동산 활황기에는 엄청난 효자가 되기도 하지만, 최근처럼 건설경기가 침체되고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는 시기에는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신세계건설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51억원 감소하며 이마트그룹 영업이익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 됐거든요. 야심차게 인수했던 지마켓 역시 적자 규모는 줄고 있으나, 이번 3분기까지 1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부담입니다.
그리고 이마트의 영업이익 악화 요인에는 무엇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큽니다. 인수 금액만 3조5000억원에 달했고, 신사업 투자에 소요된 자금 때문에 최근 몇 년간 6조원 이상의 차입금이 발생했거든요. 또한 이마트그룹의 부채는 2020년 11조8000억원에서 2021년 18조8000억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2017년 83%대로 굉장히 건전했던 수치가 2020년 112%, 2021년 152%까지 급증했습니다.
결국에는 투자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이마트 부지나 점포를 계속 매각하고 세일앤리스백 방식(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점포를 매각 후 재임차)으로 부채를 갚아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부채비율이 147%로 소폭 감소하였으나, 이런 경영방식은 점포 임차료를 증가시켜 다시 영업이익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구조적인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실적 개선이 어려워지고 있는 까닭입니다.
현재 132개의 이마트 점포 중 임대료를 내고 운영해야 하는 점포는 20%대로 크게 증가했고, 기준금리도 3%대로 올라서며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까지 고려하면 분기당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3분기만 하더라도 3698억원이 임차료와 채무 충당비용으로 소요돼 연간으로 보면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투자비, 이자비용 등으로 소요될 겁니다. 결국 이마트의 매출은 매 분기별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발목을 잡으면서 주가나 기업가치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부분은 이마트그룹의 주력사업인 이마트입니다. 실적을 분석해 보면 점포의 폐점과 리뉴얼로 인한 영업중단 때문에 전체 매출은 소폭 감소하였으나, 기존점의 경우 오히려 매출과 객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분기(5.5%)에 이어 3분기에도 객수가 5.8% 늘어났고, 트레이더스는 1분기(1.3%), 2분기(3.2%)에 이어 3분기에는 무려 6.2% 증가했는데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마트의 주축인 오프라인 매장들이 추가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최근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매출이 대부분 큰 폭으로 역신장하고 있다는 점. 이커머스 시장 자체도 여행이나 서비스 상품을 제외한 실질적인 상품 부분은 5%대로 성장률이 주저앉고 있는 트렌드를 보면 이마트의 오프라인 대표 사업군들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져 보입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 상반기 전체 소매시장의 49.5%를 점유하고 있는데요. 해외의 경우에는 20%대 정도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이 성장기에서 성숙기의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의 재등장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가 주도하는 시장이 되리라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시작하게 될 트렌드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서 이마트는 그동안 부진했던 점포의 매각과 기존점의 리뉴얼에 집중해왔던 내실화 전략에서 벗어나 더 이상의 추가 폐점 없이 내년, 5개의 신규 출점을 계획하며 본업에 더욱 충실하는 전략으로 선회했습니다. 이를 위해 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3사의 기능을 통합해, 매입 경쟁력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3사 원(One) 대표 체제’의 시너지를 높여 나갈 계획인데요.
그동안 3사가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했는데 이번 임원 인사에서 한채양 대표가 3사의 통합 대표를 맡게 됐죠. 각 사별로 따로 매입을 해서 각자 원가를 책정하고 운영을 해왔던 방식에서 하나의 법인처럼 만들어서 공동구매를 하게 되면 구매력이 커지고, 공급업체에 대한 협상력도 커지면서 원가 절감과 이익 개선에 큰 파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계열사 간 통합 전략은 롯데쇼핑에서 지난해부터 시행해왔고, 최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기도 한데요. 롯데쇼핑은 몇 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마트와 슈퍼를 폐점해왔습니다. 특히 롯데슈퍼는 몇 년간 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0개 이상의 점포를 폐점하면서 외형을 축소하고, 영업이익 확보에 주력했죠.
저도 과거, 대형마트 기업에서 마트와 슈퍼의 통합구매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본사 차원에서는 계열사 간 통합구매, 즉 롯데쇼핑 계열의 유통업체와 롯데제과나 롯데칠성같은 제조 계열사가 상품을 공동 개발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고요. 특히 마트와 슈퍼는 상품본부 통합과 소싱체계 일원화를 통해서 구매력을 키운 후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통합구매 방식이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주 요인은 국내외 제조사들 대부분이 유통업체 카테고리별로 마진율을 다르게 책정하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매입 규모가 가장 큰 마트의 경우 가장 낮은 원가율을 제시하고, 슈퍼나 편의점 순으로 상품 공급 원가율을 높여나가면서 차등 적용을 하고 있다는 거죠.
따라서 슈퍼나 편의점이 마트와 전산시스템, 상품 매입 프로세스를 연계하게 되면 대형마트 공급가격으로 통합구매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되고, 기존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겁니다. 그리고 각 사별로 운영하던 상품본부, SCM(공급망 관리), 마케팅 등 지원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본사의 운영비를 크게 절감할 수도 있죠.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신임 대표이사가 롯데마트와 슈퍼의 통합 대표로 취임하면서 통합 작업이 더욱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에 올해 원 대표이사 체제, 이마트의 행보도 경쟁사인 롯데쇼핑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열사 통합구매를 실시했던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 실적을 비교해 보면 이마트는 전년 대비 5%대의 낮은 신장률을 기록한 반면, 롯데마트는 무려 57.3% 증가한 510억원을 기록하면서 2014년 이후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는 어닝 서프라이즈 시즌을 열었습니다. 롯데슈퍼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6.6% 성장한 140억원을 달성해 올해 1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있고요.
올해 1~3분기 누적으로는 더욱 확연하게 비교됩니다. 이 기간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16.2% 감소한 1487억원, 매출은 1.8% 줄어든 12조4875억원인 반면, 롯데마트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9.9% 늘어난 800억원, 롯데슈퍼는 무려 1496% 증가한 270억원입니다. 매출액은 마트가 2.2%, 슈퍼가 3.4% 감소해 이마트에 비해 매출 신장률은 낮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놀라운 턴어라운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출 수요가 높은 4/4분기에 관리만 잘 된다면 롯데마트는 연간 1천억원대의 영업이익 흑자 달성이 기대되며, 롯데슈퍼는 만성적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원년이 될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선 실적은 마트와 슈퍼의 통합 작업이 아직 30%대에 불과한데도 이루어진 실적이고요. 앞으로 상품코드, 발주시스템, 물류센터 통합 작업까지 마무리되면 2025년까지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실적이 반영돼 오랫동안 이마트에 눌려왔던 롯데쇼핑의 시가총액도 2조2천억원대를 회복했으며, 2조1천억원대의 이마트를 누르고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고 봅니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온라인 사업은 양사 모두 공격적인 투자를 포기하고, 비유하자면 악어가 눈만 내놓고 물밑에 숨어있는 전술로 선회한 것 같습니다.
롯데의 온라인 사업부는 쿠팡과 같은 신선식품이나 생필품류의 직매입이나 직배송을 통한 외형거래액을 확대하는 방식이 아닌, 백화점처럼 고가의 패션 잡화 상품들을 취급하는 전문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수수료 수입을 통한 매출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부 롯데온의 3분기 매출은 3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성장했고, 영업손실은 150억원 줄여 2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내실을 다지는 전략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새벽배송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한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만, 롯데는 현재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으로 글로벌에서 가장 유명한 '오카도'와 MOU를 맺고, 몇 년 내에 6개의 초대형 신선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할 계획인데요. 사실 큰 위험부담을 내포하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은 당일배송이 없고, 익일배송체제이며 객단가도 15만원 이상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와는 전혀 다른 운영체계이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거든요.
거기에 더해 오카도는 사실 신선 온라인 기업이라기보다는 그 안에 들어있는 수요예측이나 상품마케팅, 고객관리, 배송관리 시스템을 오카도스마트플랫폼이라는 형태로 라이선스를 받고 대행해 주는 빅테크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카도 전체 직원중 시스템 엔지니어, 인공지능 전문가가 1800명이 넘을 정도로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수출해서 라이선스로 수익원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거죠.
현재 글로벌에서 크로거(Kroger), 그룹 카지노(Groupe Casino), 콜스(Coles)와 같은 많은 리테일러들과 협업 중인데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고, 적자가 커서 기업가치도 폭락 중이기 때문에 섣부르게 투자하다가는 롯데쇼핑의 가장 커다란 잠재 위험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부인 지마켓 역시 무리한 외형 확장을 피하면서 고수익 상품 판매, 물류 효율화 등 적자폭 감소에 효과를 거두고 있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또한 SSG닷컴은 성장과 수익의 균형을 이루는 ‘균형성장(Balanced Growth)’ 전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죠. 적자의 주 요인 중 하나인 새벽배송 권역을 축소하고, 점별 온라인 배송거점을 통폐합하며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이마트의 경우, 현재 온라인 물류센터 확대를 중단하고 있는 상태이며 경기도 양주에 1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오토스토어, 셔틀 등 첨단 시스템을 도입한 SSG닷컴의 4호 네오센터 오픈을 준비 중입니다. 운영상 여러 가지 이슈와 재무적인 리스크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만큼 온라인 사업이 과도한 물류인프라 투자비로 인한 위험요소가 큰 사업인 것을 잘 인식하면서 보수적인 자세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내년 이후에는 양사 모두 온라인 사업에 대해서는 보수적, 수비지향적인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협업하는 부분을 유의하면서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는 이마트는 공격적인 출점과 투자로 확대경영을 예고하고 있는 반면, 롯데쇼핑의 경우 현재와 같이 무리한 출점이 없는 내실경영으로 기울고 있어서 양사의 전략적인 선택이 내년도 말에는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