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변화하는 삶 속에서, 무엇이 우선의 가치인가
올해 봄은 유난히 미세먼지가 심해서 가만히 숨을 쉬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누리며 살아왔던 것을 큰 비용을 들여 사야한다는 것이 공포감을 안겼습니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중국이 지목됐지만, 높게 솟은 공장의 굴뚝은 비상하는 중국의 경제를 보여주는 야심찬 성장 그래프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성장을 멈출 생각이 없으므로 앞으로 더 많은 매연이 생겨날 것이고, 봄이되면 바람을 타고 한반도를 덮치게 되겠죠. 1995년 한국은 중국과 수교를 맺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사회주의 국가로 자본주의를 이제 막 받아들이기 시작한 중국을 바라보며 검은 스모그를 상상이나 했을까요. 불과 20년 사이에 세상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했고,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대륙! 중국인 스스로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고 소국이 가지지 못한 `대륙의 기상`이 있음 은근히 뻐깁니다. 중국인의 역사와 문화, 사고방식이 궁금했기에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모옌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책읽는 다락방에서 모옌의 책을 세 권 읽었습니다.
- 장편소설: 개구리
이 책의 주인공은 산부인과 의사인 고모입니다. 미모도 출중하고 출신 성분이 좋아 사회적인 덕망이 높은 사람입니다. 아이를 만명은 받아냈다는 전설의 산부인과 의사이지만, 계획생육정책이 시행되자 앞장서서 정관수술이나 임신중절수술을 시키게 됩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의 명령을 받아, 인민을 위해서 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점차 그녀를 꺼려하죠. 개구리는 다산의 상징이고, 아이의 울음소리와 비슷합니다. 이 책을 통해 모옌은 묻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듯,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을까? 그것은 옳을까. 근현대사에서 중국인들에게 가장 아픈 역사인, 산아제한정책에 면면을 알 수 있는 책입니다.
- 중단편소설 중: 영아유기
개구리와 연관되어 읽어봤습니다. 계획생육정책이 당의 정책 하에 엄격하게 시행되던 시기,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은 아이들을 몰래 갖다 버립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해바라기 밭에서 버려진 아이를 발견합니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측은하게 여기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심성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딸이 하나 있으니 아이를 키우려면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하고 누구를 줄 수도 없습니다. 이제와서 다시 버릴 수도 없습니다. 자신의 선의가 덫에 가둘 것임을 알면서도 남자는 아이를 데리고 해바라기 밭을 나옵니다. 장편소설 개구리의 모티브가 될만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 자전적 에세이: 모두 변화한다
모옌이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펴낸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말처럼, 군대에서 운전병이라도 하면 좋겠다고 소망하던 청년은 30년이 지나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변신한 모옌의 삶이, 마치 중국 역사와 닮은 듯 합니다. 모옌은 1967년 문학대혁명으로 12세에 학업을 포기하고, 18세에 면직물 공장에 취업을 했지만 2012년에 노벨문학상을 받게 됩니다.
위의 세 책은, 변화하는 중국인의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 자본주의를 받아들어 새로운 경제 표본을 만들며, 말그대로 세계의 중심이 되는 대륙이 되기를 꿈꿉니다. 문화대혁명 때는 브루주아들이 처단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든 부자가 되기를 욕망합니다. 농업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일을 숭상하다가, 인군가 많아지자 죄악시하게 되고, 근래에 들어서는 다시 아이 낳기를 권장받고 있습니다.
중국인의 역사와 문화를 꿰뚫는 모옌은 타고난 이야기꾼입니다. 환상적인 소재를 소설로 자주 옮기기에 <중국의 카프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홍까오량 가족>을 통해 중국 하층민의 강인한 생명력과 저항정신을 표현했고 장이머우 감독, 공리 주연의 <붉은수수밭>으로 만들어져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모옌의 고향이자, 이 소설의 배경인 산둥성의 가오미는 여름과 가을에 홍수가 자주 나서 키가 작은 식물은 심지 못하고, 키가 큰 수수만 심을 수 있습니다. 붉은 수수는 죽지 않고 꿋꿋히 살아가는 중국인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모옌 자신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황사바람에 섞인 미세먼지는 증오의 대상이지만 "메이드인 차이나"의 값싼 중국제품은 열렬히 환영받으며 세계 속으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떤 근대의 역사와 아픔, 성취를 거쳐 현재에 오게 됐는지 문학을 통해 중국인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었으면 하고, 이 책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