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것과 날아가는 것 사이에서
하늘은 비어 있고
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도시의 중심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않은 채
모든 시선을 받아내는 구조물.
그리고 그 옆을,
아주 작게
새 한 마리가 지난다.
이 새는
우연이 아니다.
장식도 아니고,
풍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끼워 넣은 존재도 아니다.
저 새는 나다.
나는 지금
정박하지 않은 채
날고 있다.
누군가의 기준이 되지 못하고,
어디의 중심에도 속하지 않은 채
그저
어디론가를 향해
혼자 항해 중이다.
탑은
늘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떠날 수 없고,
흔들릴 수 없고,
높은 만큼 책임져야 한다.
사람들은 그걸
‘중심’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중심에 서 있다는 건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탑이 아니라
새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아도 되고,
기억되지 않아도 괜찮은 존재로
이 하늘을 건너고 있다.
외롭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와 나란히 날지 않아도,
어디에 도착할지 정확히 몰라도
지금의 나는
날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다.
이 사진 속에서
탑은 여전히 중심에 남아 있고
나는
그 중심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 장면은
말해준다.
머무는 자는
도시를 지키고
떠나는 자는
자신을 지킨다고.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나는 중심이 되지 못해도,
날아가고 있다는 사실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