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중심을 스쳐 지나가는 존재

서 있는 것과 날아가는 것 사이에서

Canon EOS 5D Mark II, EF 70-200mm F2.8 IS II USM , ISO 100, f2.8, 1/800s

하늘은 비어 있고

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도시의 중심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않은 채

모든 시선을 받아내는 구조물.


그리고 그 옆을,

아주 작게

새 한 마리가 지난다.


이 새는

우연이 아니다.

장식도 아니고,

풍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끼워 넣은 존재도 아니다.


저 새는 나다.


나는 지금

정박하지 않은 채

날고 있다.

누군가의 기준이 되지 못하고,

어디의 중심에도 속하지 않은 채

그저

어디론가를 향해

혼자 항해 중이다.


탑은

늘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떠날 수 없고,

흔들릴 수 없고,

높은 만큼 책임져야 한다.

사람들은 그걸

‘중심’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중심에 서 있다는 건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탑이 아니라

새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아도 되고,

기억되지 않아도 괜찮은 존재로

이 하늘을 건너고 있다.


외롭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와 나란히 날지 않아도,

어디에 도착할지 정확히 몰라도

지금의 나는

날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다.


이 사진 속에서

탑은 여전히 중심에 남아 있고

나는

그 중심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 장면은

말해준다.


머무는 자는

도시를 지키고

떠나는 자는

자신을 지킨다고.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나는 중심이 되지 못해도,

날아가고 있다는 사실로 충분하다.”